퇴직 처리 서류를 들고 고용센터 창구 앞에 서 있었던 어느 날이 떠오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60대 후반, 70대에 가까워 보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나이에도 실업급여가 되는 건가요?” 하고 조심스럽게 묻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명합니다. 막연히 ‘65세가 넘으면 실업급여는 안 된다’고 생각하던 분들이, 하나씩 요건을 확인하며 안도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65세 이상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본 조건

우리나라 고용보험법상으로는 연령만을 이유로 실업급여를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특히 65세를 기준으로 입직 시점과 이직(퇴사) 시점을 따로 보므로,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핵심입니다.

  •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일정 기간 이상 보험료를 납부했는지
  • 퇴직 사유가 비자발적인지(회사 사정에 따른 퇴직인지)
  • 다시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지

여기에 더해, 65세 이후에 새로 입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실업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꼭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다만, 65세 이전부터 같은 사업장에서 계속 근로하다가 65세 이후에 퇴직한 경우라면,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합니다.

피보험단위기간 180일 기준 정확히 이해하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 하나가 피보험단위기간 180일 이상입니다. 여기서 피보험단위기간이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서 실제로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을 말합니다.

65세 이상이라도 다음 조건을 충족한다면 기본적인 기간 요건은 갖춘 것입니다.

  • 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 고용보험 가입 상태로 근무한 날이 통산 180일 이상일 것

중간에 무급휴직이나 근로계약 공백이 있는 경우, 그 기간은 피보험단위기간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직확인서와 급여 명세, 4대보험 가입 이력을 통해 실제 기간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65세 이상에게도 중요한 ‘비자발적 이직’ 기준

실업급여는 본인의 책임 없는 실업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65세 이상이라고 해서 예외적으로 더 쉽게 주는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퇴직 사유를 더 꼼꼼히 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자발적 이직으로 인정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회사 경영악화, 구조조정으로 인한 권고사직
  • 근로계약 기간 만료 후 재계약 거절
  • 징계해고, 정리해고 등 회사 측 사유에 의한 해고
  •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정년 도달로 인한 퇴직

반대로, 다음과 같은 경우는 원칙적으로 자발적 퇴사로 보아 실업급여 수급이 어렵습니다.

  • 개인적인 사유(건강 악화로 더 이상 근무 불가, 가족 돌봄 등)로 인한 퇴사
  • 더 나은 근무조건을 찾아 이직하려고 스스로 그만둔 경우
  • 정년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하다가 본인이 원해서 퇴직한 경우

다만, 건강상의 이유라도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거나, 근로환경이 현저히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퇴사한 경우처럼 예외적으로 실업급여가 인정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퇴사 전이나 퇴사 직후에 고용센터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년퇴직 시 실업급여 가능 여부

65세 전부터 근무하던 직장에서 사내 정년에 따라 퇴직하는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비자발적 이직으로 인정되어 실업급여 수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서에 정년 연령이 명시되어 있는지
  • 정년 도달에 따라 회사가 계약을 종료한 것인지
  •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하다가 “스스로” 퇴사한 것은 아닌지

예를 들어, 정년이 63세로 되어 있는데 회사와 합의하여 66세까지 재고용 형태로 일하다가, 본인이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아 그만둔 경우라면 자발적 이직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반면 회사가 재계약을 하지 않아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비자발적 이직에 가까워집니다.

재취업 의사와 능력, 65세 이상에게 어떻게 보일까

실업급여는 ‘쉬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일하려고 준비하는 사람’을 위한 제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실제로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지게 되지만, 제도상 기준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 일할 의사가 있는가
  • 실제로 근로가 가능한 건강 상태와 능력이 있는가

퇴직 후 “당분간은 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거나, 의사 소견상 장기간 근로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실업급여 수급이 어렵습니다. 반대로, 건강 검진에서 큰 문제가 없고, 파트타임이나 단순 업무라도 다시 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연령만으로는 ‘능력이 없다’고 보지 않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70세 가까운 나이에도 단시간 일자리, 공공일자리, 단순 사무보조, 경비·시설관리직 등으로 재취업에 성공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실제 취업 가능성 자체가 실업급여 수급 과정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65세 이후에 새로 입사한 경우의 제한 사항

정확히 짚어둘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65세 이후에 새로 입사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그 이후의 고용보험 가입은 실업급여가 아니라 주로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사업을 위한 가입으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65세 이전부터 같은 사업장에 근무해 왔다가, 65세를 넘긴 후에 퇴직하는 경우라면, 앞서 설명한 피보험단위기간·이직 사유·재취업 의사 등을 충족할 경우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합니다. 본인이 언제 입사했는지, 고용보험 자격 취득일이 언제인지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업급여 신청 절차, 65세 이상도 동일하게 진행

65세 이상이라고 해서 실업급여 신청 절차가 특별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서류를 준비하거나 온라인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1. 퇴직 및 이직확인서 발급 여부 확인

퇴직 후, 회사에서 고용보험 시스템을 통해 이직확인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서류에 퇴직 사유가 ‘정년’, ‘경영상 이유’, ‘계약기간 만료’ 등으로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못 기재된 경우, 향후 실업급여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 2. 거주지 관할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또는 온라인 접수

가까운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방문하면, 담당자가 조건 충족 여부를 함께 확인해 줍니다. 온라인으로 신청할 경우에도 절차는 동일하지만, 생소하다면 처음 한 번은 방문 상담을 받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 3. 구직등록 및 수급자격 인정 신청

실업급여는 구직활동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워크넷을 통한 구직등록이 필요합니다. 이후 고용센터에서 지정하는 방식대로 수급자격 인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건강 상태, 희망 직종, 근무 가능 시간 등을 함께 정리하게 됩니다.

  • 4. 교육 참여 및 재취업 활동 보고

수급자격이 인정되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집체교육 또는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게 됩니다. 이후에는 매 1~4주마다 재취업 활동 내역(구직 신청, 면접, 직업훈련 참여 등)을 보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실업급여가 지급됩니다.

65세 이상이 특히 유의해야 할 점들

제도 자체는 연령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65세 이상에서 더 자주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 정년 규정과 실제 근무 형태 확인

정년퇴직인지 자발적 퇴사인지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재고용 계약서 등을 통해 자신이 어떤 근무 형태였는지, 정년 이후 근무라면 어떤 조건이었는지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건강 상태와 실업급여의 관계

건강 문제로 전혀 근로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실업급여보다는 장애연금, 산재 보상, 기초연금 등 다른 제도를 검토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실업급여는 어디까지나 “일할 수 있는데 일자리가 없는 상태”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 제도 변경 가능성 및 정확한 상담 창구

고용보험 관련 규정은 개정이 잦고, 연령 관련 조항도 예외가 많습니다. 가장 정확한 정보는 거주지 관할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방문 상담이나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국번 없이)을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 전에는 본인의 입사일, 퇴사일, 정년 규정, 건강 상태 등을 메모해 가면 한 번에 정리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처음 실업급여를 알아볼 때는 나이 때문에 막연히 주눅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규정을 차근차근 짚어보면 65세 이상이어도 충분히 수급 자격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퇴직 전후로 본인의 상황을 정확히 정리하고, 필요한 서류를 빠짐없이 준비하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고용센터 상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면 훨씬 덜 막막하게 느껴지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