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전세계약이 끝나갈 무렵, 집주인과 계속 살기로 합의했을 때 막연히 “그냥 그대로 사시면 돼요”라는 말만 믿었다가, 연장 계약서를 따로 써야 하는지,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하는지 헷갈려서 꽤 시간을 들여 알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사소해 보이는 이 부분 때문에 나중에 보증금 반환 문제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아서, 그때 정리해 두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부분만 알기 쉽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전세 연장 계약서, 꼭 작성해야 할까?

전세계약을 연장할 때는 가급적이면 연장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적으로는 묵시적 갱신(자동 연장)으로도 계약은 유지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문서로 남지 않으면 나중에 기억이 달라질 때 분쟁이 생기기 쉽습니다.

연장 계약서를 작성하면 다음과 같은 점이 분명해집니다.

  • 연장된 계약 기간(시작일과 종료일)
  • 보증금 변경 여부와 금액
  • 월세가 있다면 월세 금액 및 관리비 등 부담 주체
  • 수리 책임, 재계약 이후 중도 해지 조건 등 특약사항

묵시적 갱신은 임대인·임차인 모두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을 끝내겠다”는 의사를 서면이나 말로 통보하지 않으면, 기존과 같은 조건으로 2년이 자동 연장되는 제도입니다. 이 경우에도 계약 자체는 유효하지만, 조건을 조금이라도 변경한다면 반드시 서면으로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묵시적 갱신과 ‘연장 계약서’의 차이

묵시적 갱신과 연장 계약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둘 다 “계약을 이어가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성격이 다릅니다.

  • 묵시적 갱신

    양쪽 모두 아무 말이 없었을 때 기존 조건 그대로 계약이 2년 더 연장됩니다. 별도의 서류를 작성하지 않아도 효력은 발생하며, 임차인은 갱신 후에도 언제든지 해지를 요구할 수 있고, 그 요청이 임대인에게 전달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끝납니다.

  • 연장 계약서 작성

    기존 계약을 기초로 하되, 기간과 조건을 새로 합의해 문서로 남기는 방식입니다. 보증금 증액·감액, 월세 조정, 특약 추가 등 기존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반드시 이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조건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단순히 계속 살기만 할 생각이라면 묵시적 갱신도 가능하지만, 조금이라도 조건이 달라진다면 연장 계약서를 작성해 두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연장 계약서에 포함해야 할 핵심 내용

연장 계약서는 새로 쓰는 것이든, 기존 계약서 여백에 추가로 기재하는 것이든 내용만 명확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다음 사항을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또는 사업자등록번호), 주소
  • 임대하는 집의 주소(동·호수까지 정확히)
  • 기존 계약의 체결일, 기존 보증금, 기존 계약기간
  • 연장 후 계약기간(연장 시작일과 종료일을 정확히 표기)
  • 보증금 및 월세 변경 여부
    • 변경이 없다면 “보증금 및 임대차 조건은 종전 계약과 동일하다”라고 기재
    • 변경이 있다면 변경된 금액과 지급일을 구체적으로 기재
  • 기존 특약의 유지 여부와 새로 추가되는 특약
  • 계약 당사자의 자필 서명 또는 도장

실무에서는 기존 계약서 뒷면이나 여백에 “계약기간을 ○○○○년 ○월 ○일부터 ○○○○년 ○월 ○일까지 연장하기로 한다. 기타 조건은 종전 계약과 동일하다.”라고 적고, 날짜와 서명을 받는 방식도 많이 사용합니다. 중요한 것은 나중에 “이때 이렇게 합의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도록 문서로 남기는 것입니다.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전세 연장 시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하는지 여부는 보증금이 변동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확정일자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보증금이 바뀌는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보증금 변동 없이 연장하는 경우

보증금을 그대로 두고 계약기간만 연장한다면, 일반적으로 확정일자를 다시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기존 계약서에 받아 둔 확정일자가 계속해서 효력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굳이 새로 확정일자를 받는다고 해서 기존 확정일자보다 더 앞선 효력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확정일자는 그 날짜 기준으로 후순위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권리관계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보증금이 그대로라면, 기존 확정일자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보통은 충분합니다.

보증금이 증액되는 경우

보증금이 올라간다면, 늘어난 금액에 대해서는 보호 장치가 새로 필요해집니다. 이때는 연장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연장 계약서에 대해 확정일자를 다시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 절차

    • 보증금이 얼마에서 얼마로 올랐는지, 증액일은 언제인지 연장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합니다.
    • 해당 연장 계약서를 가지고 주민센터나 법원 등에서 확정일자를 부여받습니다.
  • 효력

    • 기존 보증금: 최초 계약서에 받은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 증액된 금액: 연장 계약서에 부여받은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그 날짜 이후의 순위로 보호됩니다.

즉, 증액분은 원래 보증금보다 항상 뒤에 서게 되며, 그 사이에 설정된 근저당 등 선순위 권리가 있다면 증액분은 그보다 후순위가 됩니다. 이 점을 감안해 증액 여부와 금액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증금이 감액되는 경우

보증금이 줄어드는 경우에는 임차인 입장에서 위험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방향이므로, 일반적으로 확정일자를 다시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기존 확정일자에 의해 보호받는 금액이 줄어드는 것일 뿐, 보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감액된 금액과 반환 시기, 반환 방법은 반드시 연장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어 두어야 합니다. 나중에 “언제 얼마를 돌려주기로 했는지”를 둘러싸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입출금 내역과 계약서를 함께 보관해 두면 한층 더 안전합니다.

실제 연장 상황에서 기억해 두면 좋은 점

전세계약을 연장할 때마다 다음 몇 가지만 체크해도 대부분의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 조건이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먼저 정리하고, 말로만 합의하지 말고 반드시 문서로 남길 것
  • 보증금이 그대로라면 기존 확정일자를 유지하되, 연장 계약서는 간단하게라도 작성할 것
  • 보증금이 늘어난다면 연장 계약서에 증액 내용을 적고, 그 계약서로 확정일자를 새로 받을 것
  • 감액 시에는 반환 일정과 금액을 계약서와 계좌이체 내역 등으로 명확히 남길 것
  • 계약서 작성 후에는 날짜, 주소, 금액, 서명·도장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할 것

실제로 전세를 여러 번 연장해 보니,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던 내용도 한두 번 직접 해 보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다만 ‘설마 문제 생기겠어’라는 생각으로 서류를 대충 남겼다가, 몇 년 뒤 상황이 바뀌었을 때 곤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니, 연장 시마다 한 번씩 꼼꼼히 점검해 보는 습관을 들여두면 마음이 훨씬 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