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러 은행에 갔던 날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창구 앞에서 서류를 하나하나 꺼내는데, 준비물을 제대로 챙겼는지 순간 불안해지기도 했습니다. 창구 직원이 “이 서류가 빠졌네요”라고 말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 서류철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던 기억이 납니다. 막상 알고 보면 필요한 건 정해져 있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다 보니 괜히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아이 명의의 통장을 만드는 일은 단순히 돈을 넣어두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넘어, 앞으로 저축 습관을 만들어 주는 첫 단계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은행에 갔다가 서류가 모자라 되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미성년자 통장 개설에 꼭 필요한 기본 개념
통장을 만들 주인이 아직 성인이 아니라면 법적으로 “미성년자”로 분류됩니다. 이 경우 혼자 가서 통장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고, 보통은 부모님처럼 법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 즉 법정대리인이 함께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미성년자 자녀 명의로 통장을 만들 때, 대부분의 은행은 다음 두 가지를 기본 원칙으로 두고 있습니다.
- 부모님이나 후견인 등 법정대리인이 함께 방문해야 함
- 아이 본인과 부모님의 신분, 그리고 가족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함
‘누가 누구의 자녀인지’가 서류로 명확하게 확인되어야 하기 때문에, 주민센터나 인터넷으로 발급받는 가족관계 서류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이(미성년자) 쪽에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
통장 명의는 자녀 이름으로 만들어지므로, 은행에서는 아이 본인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이에 따라 신분증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서, 상황에 따라 준비물이 조금 달라집니다.
1. 미성년자 본인 신분증 또는 이를 대신할 서류
아이에게 아래와 같은 신분증이 있다면 먼저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 여권
- 청소년증
- 학생증 (사진이 있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까지 기재된 것, 단 은행마다 학생증만으로는 안 되고 다른 서류를 더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신분증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하는 은행도 많고, 아예 신분증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은행이 다음 서류를 거의 필수로 요구합니다.
- 기본증명서(상세) – 주민등록번호 전부 공개, 최근 3개월 이내 발급
- 가족관계증명서(상세) – 주민등록번호 전부 공개, 최근 3개월 이내 발급
기본증명서는 아이 한 사람에 대한 출생, 주민등록 등 기본 정보를 적어 놓은 서류이고, 가족관계증명서는 부모님과 아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서류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제출하면 은행에서도 미성년자 본인 확인과 가족 관계 확인을 훨씬 명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2. 자녀 명의의 서명 또는 도장
통장 개설 서류에는 통장 주인의 이름으로 서명이나 도장을 남겨야 합니다. 은행에서는 보통 다음과 같이 처리합니다.
- 자녀가 직접 서명하기
- 자녀 이름이 새겨진 도장 사용
꼭 도장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은행에 따라 부모님 도장이나 자녀 서명으로 대체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다만, 나중에 통장을 다시 만들거나, 카드를 발급받을 때 같은 서명이 계속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정한 서명이나 도장을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부모님(법정대리인)이 챙겨야 할 준비물
미성년자 본인이 갖춰야 할 서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부모님 관련 서류입니다. 은행은 “이 분이 정말 이 아이의 법정대리인이 맞는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 부모님 본인 신분증
다음 중 하나 이상은 꼭 필요합니다.
- 주민등록증
- 운전면허증
- 여권
신분증은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는지, 훼손이나 사진 식별이 어렵지 않은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부모님 도장 또는 서명
통장 개설 서류에는 법정대리인도 서명이나 날인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은행은 다음과 같이 인정합니다.
- 부모님 도장 (인감도장까지는 필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 부모님 자필 서명
도장이 없어도 서명으로 처리해 주는 곳이 많지만, 예전 방식대로 도장을 선호하는 지점도 있으니 가능하면 둘 중 하나는 준비해 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3. 가족관계 확인 서류
아이 쪽에서 이미 가족관계증명서(상세)를 가지고 갔다면, 별도로 또 준비하라는 말은 듣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마다 요구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서, 다음 서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편이 좋습니다.
- 가족관계증명서(상세) – 주민등록번호 전부 공개, 최근 3개월 이내 발급
이 서류를 통해 은행은 동행한 어른이 실제로 아이의 부모인지, 후견인인지 등을 확인합니다. 특히 조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가는 경우에는 가족관계가 한 번 더 꼬여서 연결되기 때문에, 서류를 더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통장 개설 시 공통으로 알아두면 좋은 사항
아이와 부모님이 각각 준비해야 할 것 외에, 통장을 만들 때 거의 공통적으로 필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1. 최초 입금액
통장을 만들면서 거의 모든 은행이 “최초 입금액”을 요구합니다. 금액 기준은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1원 이상이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1,000원이나 10,000원 정도를 넣으면서 통장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증명서의 유효기간
기본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서류는 아무 때나 발급받은 것을 계속 쓰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 발급된 것만 인정해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부분의 은행은 다음 기준을 따릅니다.
- 최근 3개월 이내 발급된 서류만 인정
예전에 발급받아 서랍에 넣어둔 서류를 그대로 가져갔다가 “발급일이 너무 오래되었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 은행 방문 전에 다시 발급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모님이 아닌 다른 가족이 대신 갈 수 있는지
상황에 따라 부모님이 직접 시간을 내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부모님이나 삼촌, 이모 등 다른 가족이 아이와 함께 은행에 가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는 통장 개설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이 아닌 사람이 대신 가는 경우에는 보통 다음과 같은 추가 서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 친권자(부모)의 동의서
- 위임장
- 부모님의 신분증 사본
게다가 이런 서류는 작성 형식이 까다롭거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까지 요청하는 은행도 있어서 준비가 훨씬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부모님 중 한 분이 직접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은행 방문 전에 꼭 확인해 두면 좋은 점들
모든 은행이 완전히 똑같은 규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지점에 따라 준비물을 조금 다르게 안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를 미리 점검해 두면 쓸데없는 왕복을 줄일 수 있습니다.
1. 방문하려는 은행 지점의 요구사항 확인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마다 세부 안내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은 학생증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고, 어떤 곳은 꼭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모두 챙겨 오라고 하기도 합니다. 처음 방문하는 지점이라면, 출발 전에 해당 지점에 전화를 걸어 다음을 물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 미성년자 통장 개설 시 꼭 필요한 서류 목록
- 학생증, 청소년증, 여권 등 신분증 인정 여부
- 부모님이 둘 다 오지 못할 경우 필요한 추가 서류
이렇게 한 번만 확인해 두어도, 괜히 서류를 덜 들고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어떤 통장 상품을 만들지 미리 생각해 보기
은행에 가면 어린이·청소년 대상 통장이나 적금 상품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모두 이자를 주고, 일부는 아이 이름으로 우대 혜택을 주기도 합니다. 막상 은행에 도착해서 상품 설명을 한 번에 들으면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다음 정도는 미리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 단순히 입출금만 편하게 할 통장이 필요한지
- 매달 일정 금액을 모으는 저축용 통장을 함께 만들지
-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을 함께 신청할지
은행 직원에게 “아이 앞으로 용돈을 모을 생각인데, 입출금 통장 하나면 될까요, 아니면 적금도 같이 만드는 게 좋을까요?”처럼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그에 맞는 상품을 안내해 주기도 합니다.
서류 발급은 어디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통장 개설에 꼭 필요하다고 했던 기본증명서(상세)와 가족관계증명서(상세)는 보통 다음 두 가지 방법으로 발급받습니다.
- 주민센터 방문 후 창구에서 발급
- 정부 관련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 발급
종이로 출력된 서류와 인터넷에서 직접 출력한 서류 모두 정식 서류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흑백으로 인쇄하더라도 내용이 잘 보이게 선명하게 출력해야 합니다. 발급받을 때 “상세”로, 그리고 주민등록번호가 전부 보이도록 설정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 이름으로 처음 통장을 만들려면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한 번 과정을 겪고 나면 다음부터는 훨씬 익숙해집니다. 무엇보다도, 이 통장이 앞으로 아이가 돈을 관리하고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서류를 꼼꼼히 챙기는 시간도 충분히 가치 있는 준비 과정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