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시장을 돌다가 김치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는 골목을 지나게 된 적이 있습니다. 커다란 통에 빨갛게 담긴 배추김치, 하얀 물김치, 파릇한 파김치까지 줄줄이 놓여 있었는데, 마침 지갑 속에 문화누리카드만 있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카드로 김치를 살 수 있을까?” 주변 마트에서는 안 된다고 들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하나씩 확인하면서 정리해 둔 내용을 천천히 풀어보겠습니다.
문화누리카드로 김치를 살 수 있는 기본 조건
문화누리카드는 이름 그대로 문화·여행·체육 활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카드입니다. 영화관, 공연장, 서점, 여행사, 체육시설 같은 곳에서 쓰라고 지원되는 예산이기 때문에, 일반 마트에서 장을 보듯 식료품을 사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통시장입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함께 들어가 있으면서, 문화누리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된 전통시장과 그 안의 일부 점포에서만 제한적으로 생활 관련 물품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치는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전통 음식이라, 전통시장에 있는 김치 가게나 반찬가게가 문화누리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다면, 그곳에서는 김치를 살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문화누리카드로 김치를 구매하려면 다음 두 가지가 꼭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 장소가 전통시장(또는 전통시장에 준하는 문화누리카드 가맹점)일 것
- 그 안의 김치 판매점이 실제로 문화누리카드 결제를 받는 점포일 것
전통시장에서 문화누리카드로 김치 사는 방법
현실적으로 김치를 구매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은, 문화누리카드 가맹 전통시장을 직접 찾아가서 그 안의 반찬가게나 김치 전문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다음 순서대로 따라가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1. 가맹 전통시장부터 찾기
먼저 내가 사는 지역 근처에 문화누리카드 가맹 전통시장이 어디 있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보통은 문화누리카드 홈페이지나 관련 안내 자료에 가맹 전통시장 목록이 제공됩니다. 지역(시·도, 시·군·구)을 선택하고, 업종이나 유형에서 전통시장에 해당하는 항목을 골라 검색하면, 해당 지역의 가맹 전통시장들이 목록으로 나옵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해서 전부 문화누리카드 가맹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반드시 문화누리카드 가맹 여부가 확인된 시장을 찾아야 합니다. 검색 결과에 나타난 시장 중 가려면 편한 곳을 골라 위치와 운영 시간을 미리 확인해두면 좋습니다.
2. 가맹 전통시장에 직접 가보기
가맹 전통시장을 정했다면 이제 직접 방문해야 합니다. 시장 입구나 안내판에 문화누리카드, 혹은 관련 카드 로고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항상 눈에 잘 띄는 것은 아니라서 그냥 지나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장이 문화누리카드 가맹 전통시장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목록에서 확인한 곳이라면 시장 자체는 가맹으로 등록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더 따져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전통시장 전체가 가맹으로 등록되어 있어도, 실제 결제는 각 점포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즉, 같은 시장 안에 있는 가게라도 어떤 곳은 문화누리카드 결제가 되고, 어떤 곳은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점포별 확인이 꼭 필요합니다.
3. 김치 파는 가게 찾기
시장을 한 바퀴 돌다 보면 김치 통이 입구에 가득 쌓여 있거나, 반찬이 줄지어 놓인 가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곳에서 김치를 함께 판매합니다. 간단히 살펴보면서 어떤 김치를 파는지, 맛보기 시식을 할 수 있는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지 천천히 확인해봅니다.
가게를 정했다면 본격적으로 김치를 고르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결제 가능 여부를 묻는 것입니다.
4. 꼭 물어봐야 할 한마디
김치를 집어 들기 전에 이렇게 여쭤보면 좋습니다.
“여기 문화누리카드 결제되나요?”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전통시장 전체가 가맹이라도, 모든 점포가 문화누리카드 단말기를 갖춘 것은 아닙니다.
- 가게 사장님이 카드 결제는 받지만, 문화누리카드는 따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 간혹 예전에는 됐지만, 지금은 중단한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사장님이 “된다”고 하시면 그때 안심하고 어떤 김치를 살지 골라보면 됩니다. 혹시 “그 카드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신다면, 카드 실물을 보여드리고 일반 체크카드처럼 결제가 가능한지 단말기에서 확인해 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면, 다른 가게를 찾아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5. 김치 고르고 결제하기
결제가 가능하다고 확인되었다면 이제 김치를 고릅니다. 이때 몇 가지를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 양: 집에서 몇 명이 먹는지, 얼마나 자주 김치를 먹는지 생각하고 양을 정합니다.
- 종류: 배추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열무김치, 물김치 등 취향과 반찬 구성에 맞게 선택합니다.
- 맵기와 간: 너무 짜거나 매운 건 아닌지, 사장님께 맛을 살짝 볼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김치를 고른 뒤에는 일반 카드 결제와 거의 똑같이 진행됩니다. 카드단말기에 문화누리카드를 꽂거나 대고, 결제 금액을 확인한 뒤 비밀번호를 누르면 됩니다. 결제가 완료되면 영수증을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어디에서 얼마를 썼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으로 김치를 사는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기
문화누리카드를 온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다만 주로 공연 예매, 도서, 문화 관련 상품, 전통문화 체험 상품, 일부 전통식품 세트 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전통주나 선물용 과자, 체험 키트처럼 “문화 체험”과 연결 짓기 좋은 상품들이 많은 편입니다.
온라인에서 김치만 따로 팔면서 동시에 문화누리카드 결제를 받는 곳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검색을 통해 전통식품, 전통문화, 식품 관련 온라인 가맹점을 살펴보면 김치를 함께 취급하는 곳이 아주 드물게 있을 수는 있지만, “김치 단품을 마음대로 골라서 산다”라고 기대하기에는 제한이 많습니다.
따라서 김치를 꼭 문화누리카드로 사고 싶다면, 온라인보다는 전통시장을 직접 방문하는 쪽이 훨씬 현실적이고 가능성도 큽니다.
문화누리카드로 김치를 살 때 꼭 기억할 점
막상 시장에 가서 카드를 들고 서 있으면 순간적으로 헷갈릴 수 있습니다. 아래의 몇 가지만 머릿속에 정리해두면 훨씬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일반 대형마트, 동네 마트, 편의점에서는 문화누리카드로 김치를 살 수 없습니다.
- 전통시장이라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누리카드 가맹 전통시장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가맹 전통시장 안에서도 점포마다 결제 가능 여부가 다르니, 김치를 고르기 전에 반드시 “문화누리카드 되나요?”라고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 문화누리카드 본래 목적은 문화 향유를 돕는 것이고, 전통시장에서의 일부 생활 물품 구매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한 예외라는 점을 알고 쓰면 정책의 취지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 시장에 가기 전, 카드의 유효기간과 남은 금액을 미리 확인해 두면 계산할 때 당황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신경 써서 가맹 전통시장을 찾고, 가게에서 한마디만 더 물어보면, 문화누리카드로도 김치 한 통을 집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고 나면 “이번에는 어느 시장에서, 어떤 김치를 사볼까?” 하는 작은 기대를 품고 시장으로 향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