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히트곡 리스트 발라드 댄스 명곡 모음
카세트테이프를 연필로 감아가며 듣던 90년대 가요는,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도 이상하게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음악방송을 틀면, 화면 속 가수들의 노래와 춤이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들으면 촌스럽게 느껴질 법도 한데, 막상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그때의 공기와 기분까지 함께 재생되는 듯해 자꾸 다시 찾게 됩니다.
90년대 발라드가 특별했던 이유
90년대 발라드는 ‘감성’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설명이 다 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디지털 사운드가 정교하지 않아도, 가사 한 줄과 목소리 한 번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습니다. 이 시기에 ‘발라드 황제’, ‘발라드 여왕’ 같은 별명이 쏟아졌던 이유도 결국 노래 하나로 사람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시를 대표하는 발라드 곡과 가수들을 중심으로, 지금 들어도 여전히 유효한 노래들을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신승훈 – 90년대를 관통한 발라드의 상징
신승훈의 노래는 90년대 감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렵습니다. 특히 다음 곡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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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랑 (1991) – 음악 방송 장기 1위를 기록하며, 당시 ‘국민 발라드’에 가까운 위상을 가졌던 곡입니다. 담담하게 시작해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폭발하는 구조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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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1993) – 제목만 들어도 멜로디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곡으로, 서정적인 가사와 차분한 보컬이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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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수 없는 약속 (1993) – 1996년이 아니라 1993년에 발표된 곡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후회와 미안함을 담담하게 풀어낸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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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lieve (2001) – 앨범 발매 시기는 2000년대지만, 90년대식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OST로 크게 히트하며 세대를 넘어 사랑을 받았습니다.
김건모 – 발라드와 댄스를 넘나든 국민가수
김건모는 댄스, 레게, 발라드, R&B를 자유롭게 오가며 90년대를 장악했습니다. 특히 발라드에서는 특유의 애잔한 창법이 돋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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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1995) – 잔잔하게 시작해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터지는 전형적인 90년대식 이별 발라드입니다. 지금도 이 곡의 전주만 흘러나와도 분위기가 조용해질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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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1993) – 리듬은 레게 댄스에 가깝지만, 가사와 보컬은 발라드 감성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장르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들며 ‘댄스도 슬플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곡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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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1993) – R&B 색채가 느껴지는 곡으로, 부드러운 멜로디와 편안한 보컬이 귀에 오래 남습니다.
이승환 – 록과 발라드 사이의 거장을 만든 곡들
이승환의 노래는 단순한 이별 노래를 넘어서, 인생과 감정을 긴 호흡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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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동안 (1995) – 웅장한 편곡과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는 곡입니다. 라이브로 들으면 후반부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더욱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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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크슛 (1993) – 제목처럼 농구의 시원한 덩크슛처럼, 듣다 보면 괜히 힘이 나던 곡입니다. 록과 발라드의 중간 지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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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1991) – 같은 시기의 곡인 ‘세상에 외치다’보다 이 노래가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멜로디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남아 있습니다.
조성모 – 뮤직비디오와 함께 기억되는 발라드
조성모의 전성기는 사실상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를 아우릅니다. 특히 드라마 같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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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Heaven (1998) – 데뷔곡이자 동시에 대히트를 기록한 곡입니다. 애절한 가창력과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가 어우러져, 발표 당시 ‘발라드 세대교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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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영혼식 (For Your Soul) (1999) – 종교적, 상징적인 이미지가 섞인 뮤직비디오와 함께 기억되는 곡으로, 90년대 후반 발라드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전람회와 김동률 – 청춘과 회상의 노래
전람회와 이후 김동률의 솔로, 카니발 활동은 90년대 대학가와 청춘의 정서를 잘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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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습작 (전람회, 1994) – 가슴 한켠이 조용히 저려오는 곡입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영화 ‘건축학개론’에 사용되며, 또 한 번 새롭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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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김동률, 1996) – 전람회 해체 후 발표된 솔로곡이지만, 당시 전람회 활동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술자리에서 누군가 흥얼거리기 시작하면 다 같이 따라부르던 곡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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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의 꿈 (카니발, 1997) – 이적이 메인 보컬을 맡았지만, 김동률의 작곡과 편곡 감성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 덕분에 지금도 위로가 필요할 때 자주 손이 가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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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카니발, 1997) – 과거를 따뜻하게 돌아보는 가사와, 이적·김동률의 호흡이 돋보이는 회상록 같은 노래입니다.
윤종신, 015B, 더 클래식 – 세련된 감성의 선두주자들
조금은 도시적이고 세련된 감성을 좋아했다면, 윤종신과 015B, 더 클래식의 노래들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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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그날 (윤종신, 1992) – 담담한 듯 이야기하듯 풀어가는 가사와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과장되지 않은 감정 표현이 오히려 더 깊이 와닿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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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윤종신, 1996) – 발랄한 리듬과 유머러스한 가사 덕분에, ‘윤종신 하면 떠오르는 곡’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발라드라기보다 팝에 가까운 곡이지만, 90년대 감성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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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연인들 (015B, 1992) – 밝은 멜로디에 이별 이야기를 얹은, 015B 특유의 역설적인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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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의 사랑 (015B, 1994) – 재즈와 팝이 섞인 세련된 편곡으로, 당시에는 다소 낯설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던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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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성 (더 클래식, 1994) – 동화 같은 가사와 담백한 멜로디 덕분에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두루 사랑을 받았습니다. 합창곡으로도 자주 불리며 세대를 이어 온 곡입니다.
90년대 댄스 음악이 남긴 것들
90년대 댄스곡을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것은 화려한 패션과 강렬한 안무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들어보면, 단순히 신나는 음악을 넘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힙합, 록, 레게,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가 적극적으로 도입되던 시기였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 판을 바꾼 시작점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 자체로 90년대 가요사의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단순한 인기 그룹을 넘어, 이후 K-POP의 방향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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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알아요 (1992) –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힙합 비트와 랩, 안무가 결합된 곡이었습니다. 이 곡 이후로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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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가 (1993) – 전통 악기 소리를 힙합 리듬에 녹여낸 곡으로, ‘한국적인 힙합’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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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1994) – 교육 시스템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가사와 강렬한 록 사운드로 큰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불러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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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Back Home (1995) –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가출 청소년들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메시지를 던진 곡입니다. 갱스터 랩 스타일의 편곡과 묵직한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듀스 – 힙합 댄스의 정석
듀스는 지금까지도 ‘한국 힙합 댄스의 원조’로 자주 언급됩니다. 당시 음악방송을 보며 듀스의 안무를 따라 해본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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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봐 (1993) – 파워풀한 랩과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던 곡입니다. 리듬과 안무가 하나로 묶여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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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안에서 (1994) – 곡이 시작되자마자 공기가 여름으로 바뀌는 느낌을 주던 대표적인 계절송입니다. 지금도 여름이면 어김없이 다시 들리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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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를 벗어나 (1995) – 세련된 힙합 비트와 자유를 갈망하는 가사가 어우러진 곡으로, 당시 청춘들의 응어리를 조금은 풀어주던 노래였습니다.
터보, DJ DOC, 룰라 – 무대를 장악했던 에너지
집에 있는 작은 TV 앞에서도 공연장의 열기가 느껴지게 했던 팀들입니다. 안무를 따라하다 거실 바닥을 쿵쾅거리게 만들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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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터보, 1995) – 원곡을 리메이크해 유로댄스 스타일로 재탄생시킨 곡입니다. 빠른 비트와 김종국의 시원한 보컬, 안무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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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st King (터보, 1996) –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후렴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부르던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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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December) (터보, 1997) – 댄스 리듬에 발라드 정서를 실은 곡으로,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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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터보, 1997) – 전형적인 유로댄스 스타일의 곡으로, 빠른 BPM에도 애잔함이 묻어나는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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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와 춤을 (DJ DOC, 1997) – 신나게 놀자는 메시지가 그대로 느껴지는 곡으로, 클럽·축제·MT 분위기를 단번에 띄워 주던 노래입니다. (발매 연도는 1997년 기준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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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야기 (DJ DOC, 1996) – 여름휴가와 바닷가 풍경이 절로 그려지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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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To You (DJ DOC, 2000) – 90년대 느낌이 강하지만 실제 발매는 2000년입니다. 세기말 분위기를 이어받은 곡으로, 지금도 각종 행사에서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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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잃은 천사 (룰라, 1995) –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특유의 멜로디 라인 덕분에 발표 당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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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룰라, 1996) – “모두 다 같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희망찬 가사와 단순한 안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엄정화, 김현정, 클론, 이정현 – 퍼포먼스의 시대
무대 위에서의 콘셉트와 퍼포먼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온몸으로 보여준 아티스트들입니다. 지금의 퍼포먼스형 아이돌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선배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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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의 장미 (엄정화, 1997) – 카리스마와 섹시함이 동시에 돋보이는 무대로, ‘디바’라는 수식어를 확실히 각인시킨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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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son (엄정화, 1998) – 중독성 강한 후렴과 상징적인 안무 덕분에 당시 음악방송을 휩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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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엄정화, 1998) – 동양적인 분위기와 현대적인 비트가 조화를 이룬 곡으로, 의상과 무대 연출까지 화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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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이별 (김현정, 1998) – 고음과 롱톤이 인상적인 곡으로, 노래방에서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던 노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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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김현정, 1999) – 강렬한 비트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듣는 이의 감정을 한 번에 끌어올리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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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따리 샤바라 (클론, 1996) – 가사보다 후렴의 느낌과 안무가 먼저 떠오르는 곡입니다. 축제나 운동회에서 빠지지 않던 노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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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클론, 1997) – 테크노 사운드와 힘 있는 안무가 결합된 곡으로, 당시 클럽 문화와도 잘 어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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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정현, 1999) – 독특한 의상과 소품, 테크노 사운드로 무대를 꽉 채우며 강렬한 충격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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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이정현, 1999) – ‘테크노 여전사’라는 별명을 굳혀 준 곡으로, 콘셉트와 퍼포먼스의 힘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코요태 – 세기말 분위기를 밝힌 댄스 그룹
1999년에 데뷔한 코요태는 세기말 특유의 불안한 공기 속에서도, 밝고 신나는 에너지로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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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1999) – 신지의 시원한 보컬과 김구·천명훈의 랩이 조화를 이룬 곡으로, 데뷔와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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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1999) – 경쾌한 멜로디와 포크송 리메이크의 친숙함 덕분에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곡입니다.
1세대 아이돌의 등장과 K-POP의 시작점
90년대 후반,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K-POP은 지금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팬클럽 문화, 응원봉, 단체 응원 구호 등 지금은 익숙한 장면들이 이때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H.O.T. – 팬덤 문화의 시작
H.O.T.는 아이돌 팬덤 문화를 본격적으로 만들어낸 팀으로, 음악뿐 아니라 문화 현상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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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y (1996) – 형광색 패딩, 귀여운 안무, 달콤한 멜로디까지, ‘아이돌’의 전형을 만들어낸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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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의 후예 (1996) – 무거운 주제의식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앞세워, 같은 팀 안에서도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준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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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1997) – 긍정적이고 희망찬 메시지와 함께 따라 하기 쉬운 안무로, 팬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노래였습니다.
젝스키스 – 라이벌 구도가 만든 또 다른 전성기
H.O.T.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10대 팬층의 열기를 한층 더 끌어올린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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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 가는 길 (폼생폼사) (1997) – 특유의 손동작 안무와 강렬한 후렴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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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1998) – 부드럽고 서정적인 멜로디에 댄스 리듬을 얹은 곡으로, 지금도 겨울 시즌에 자주 떠오르는 노래입니다.
S.E.S.와 핑클 – 1세대 걸그룹의 양대 산맥
지금의 걸그룹 전성시대를 가능하게 만든 팀들이기도 합니다. 각자의 뚜렷한 색깔로 90년대 후반을 수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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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Your Girl (S.E.S., 1997) – 요정 콘셉트의 시초로 불리는 곡으로, 부드러운 보컬과 세련된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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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s Come True (S.E.S., 1998) – 몽환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안무로, 당시 어린 팬들에게 유난히 꿈같이 느껴졌던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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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Rain (핑클, 1998) – 청순한 이미지와 안정된 보컬을 동시에 보여준 데뷔곡입니다. 서정적인 분위기로 핑클의 색깔을 처음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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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사랑 (핑클, 1999) – 사랑스럽고 밝은 이미지의 대표곡으로, 지금도 예능 프로그램이나 축제에서 자주 소환되는 곡입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이 노래들을 다시 찾아 듣다 보면, 그 시절의 자신과 마주 앉아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기억 속 풍경은 바뀌었어도, 노래만큼은 그때 그 온도를 거의 그대로 품고 있어서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