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VIE

오랜만에 라디오를 켜 두고 집안일을 하다가, 익숙한 기타 선율이 흘러나왔습니다. 가사 한 소절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입술이 따라 부르고 있더군요. 누구에게나 그런 노래가 하나쯤은 있습니다. 제목을 떠올리려 애쓰지 않아도, 첫 소절만 들어도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노래 말입니다. 80, 90년대를 함께 보냈던 이들에게는 그 시절을 통째로 불러오는 명곡들이 특히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때 그 노래들로만 채워진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정리해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090 감성 플레이리스트 제목 아이디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때 제목만 잘 지어도 이미 분위기의 반은 완성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아래 제목들은 80, 90년대 음악 특유의 아련함과 설렘을 떠올릴 수 있도록 구성해 보았습니다.

• 8090, 그때 그 노래들: 다시 열어본 추억의 테이프
• 딱 거기까지가 좋았던 시절: 8090 감성 명곡 모음
• 퇴근길 시간여행: 8090 청춘이 흐르는 플레이리스트
• 카세트테이프 속에 잠든 8090 레전드 모음
• 골목길 노을 아래서 듣던 8090 발라드
• 학교 앞 분식집에서 흘러나오던 8090 히트송

감성 발라드 & 포크 추천 곡

늦은 밤, 불을 조금 낮추고 혼자 듣기 좋은 곡들입니다. 사랑, 이별, 청춘에 대한 감정을 담은 노래들이라 나이가 들어 다시 들어도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 이문세 – 옛사랑
• 이문세 – 사랑이 지나가면
• 변진섭 – 희망사항
• 변진섭 – 너에게로 또 다시
• 신승훈 – 보이지 않는 사랑
• 신승훈 – 미소 속에 비친 그대
• 김광석 – 사랑했지만
• 김광석 – 서른 즈음에
• 이승철 – 마지막 콘서트
• 김종서 – 겨울비
• 조성모 – To Heaven
• 박정현 – P.S. I Love You
• 조용필 –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 이선희 – 인연

당시에는 가사 한 줄 한 줄이 그저 ‘슬프다’ 정도로만 느껴졌다면,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같은 노래가 전혀 다른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래서 8090 발라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자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나는 댄스 & 힙합, 그리고 파티 분위기 곡

체육대회, 소풍, 축제, 동아리 뒤풀이 자리에서 빠지지 않던 노래들입니다. 멜로디를 듣는 순간, 그때의 단체 댄스와 과한 의상, 몸서리치게 촌스러웠던 패션까지 한꺼번에 떠오릅니다.

• 김건모 – 잘못된 만남
• 김건모 – 핑계
• 서태지와 아이들 – 난 알아요
• 서태지와 아이들 – 하여가
• 듀스 – 여름 안에서
• 룰라 – 날개 잃은 천사
• 솔리드 – 천생연분
• 터보 – 검은 고양이
• DJ DOC – DOC와 춤을
• 쿨 – 해변의 여인
• 룰라 – 3! 4!
• 터보 – 회상

요즘처럼 플레이리스트 하나면 끝나는 시대와 달리, 그때는 카세트테이프에 좋아하는 곡을 공들여 녹음해 한 번 들을 때마다 연필로 다시 감아야 했습니다. 번거로웠지만, 그래서 더 아끼고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댄스곡들을 모아두면 어느새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게 됩니다.

청순 & 파워풀 여성 보컬 명곡

80, 90년대에는 개성 있는 여성 보컬들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청순한 이미지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디바까지, 서로 다른 매력이 가득해 같은 시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 강수지 – 보라빛 향기
• 이지연 – 바람아 멈추어다오
• 양수경 – 사랑은 차가운 유혹
• 엄정화 – 배반의 장미
• 김완선 –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 이선희 – 그 중에 그대를 만나
• 박미경 – 이유 같지 않은 이유
• 박정현 – 꿈에

TV 앞에 가족들이 다 같이 둘러앉아 음악 프로그램을 보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처럼 각자 방에서 이어폰을 끼고 듣는 음악이 아니라, 거실 한가운데에 놓인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온 집안이 함께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의 여성 보컬 노래들은 단순히 가수 개인의 히트곡이 아니라 한 집안의 ‘공용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레이리스트를 더 즐겁게 듣는 작은 팁

8090 플레이리스트를 더 깊이 즐기고 싶다면 다음처럼 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시간에, 발라드 중심으로 재생하기
• 주말 집안일을 할 때는 댄스/힙합 곡 위주로 플레이하기
• 친구들과 모였을 때, 각자 ‘내 인생곡’을 한 곡씩 추가해 공동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 당시 가사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며, 그 시절 생각나는 사람이나 장소를 떠올려 보기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노래 몇 곡만으로도 충분히 과거로 짧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어폰을 꽂고 첫 곡을 재생하는 순간, 오래된 거리, 학교 운동장, 버스 창가에 기대 있던 자신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