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소금을 맛보았을 때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평소에 먹던 소금보다 입안에 남는 느낌이 훨씬 부드럽고, 짠맛이 오래 머무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계란에 뿌려 먹었을 뿐인데, 노른자의 고소함이 더 살아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왜 이렇게 맛이 다를까 궁금해졌고, 자연스럽게 고온에서 구운 소금에 대해 찾아보고 직접 써보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바닷물을 말려 만든 소금을 천일염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천일염을 매우 높은 온도에서 다시 굽는 방식으로 만든 소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대나무통에 넣어 여러 번 구워 만든 소금을 ‘죽염’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산업 현장에서는 천일염을 녹였다가 다시 굳혀 만든 소금을 ‘용융 소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천일염을 약 1200도 안팎의 고온에서 가열해 정제하거나 구운 소금을 한꺼번에 ‘고온 소금’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시중에서 말하는 온도(“1200도 소금” 같은 표현)는 실제 제품별로 다를 수 있고, 표시가 과장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전부 사라진다”거나 “특정 질병에 좋다” 같은 과도한 광고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현재 알려진 사실과, 과장되었을 수 있는 주장들을 구분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고온 소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고온 소금의 핵심은 “열을 한 번 더 가한다”는 점입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죽염처럼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경우입니다. 천일염을 대나무통에 넣고 황토와 소나무 장작 등을 사용해 여러 번 구워냅니다. 온도는 수백도에서 천도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굽는 횟수가 많을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 산업용 설비를 사용해 천일염을 매우 높은 온도에서 녹였다가 다시 굳히는 방식입니다. 이때는 특수 장비가 필요하며, 실제로 1200도 이상으로 올리려면 상당한 에너지와 설비가 요구됩니다.
셋째,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구워 “구운 소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이 경우 1200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가열 과정에서 수분과 일부 성분이 달라지며 맛과 질감이 바뀔 수 있습니다.
즉, “1200도”라는 숫자 하나만 보고 모든 고온 소금이 똑같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몇 도 정도에서, 어느 정도 시간 동안 처리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순물과 쓴맛은 얼마나 줄어들까요?
고온 소금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불순물이 제거된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불순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물리적인 이물질입니다. 예를 들어 천일염을 말릴 때 들어갈 수 있는 흙, 모래, 미세한 조각들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고온 가열보다도 세척과 여과, 정제 과정에서 주로 줄어듭니다. 요즘은 가열 없이도 기계적으로 정제해 깨끗한 소금을 만드는 기술이 잘 발달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화학적 성분입니다. 대표적으로 쓴맛을 내는 염화마그네슘(바닷물 속의 마그네슘 성분)이 있습니다. 높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가열되면 일부 마그네슘 화합물이 변하거나 날아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쓴맛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온 소금이 “맛이 부드럽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이나 중금속에 대해서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종류에 따라 높은 온도에서 녹거나 타며 분해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화학물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금속은 금속 자체라서 높은 온도에서도 완전히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일부 화합물 형태가 바뀌거나, 정제 과정에서 줄어들 수 있더라도 “전부 없어진다”고 말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불순물이 줄어들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미네랄과 알칼리성에 대한 이야기
천일염에는 나트륨과 염소뿐 아니라 칼슘, 칼륨,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소량 들어 있습니다. 고온 가열을 하면 이들 미네랄의 형태와 비율에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그네슘이 일부 줄어들고, 칼슘이나 칼륨의 형태가 바뀌면서 맛과 색, 질감이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품 광고에서는 이런 변화를 두고 “미네랄이 이온화되어 흡수율이 높아진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소화기관은 이미 소금을 물에 녹여 이온 형태로 분해해 흡수합니다. 따라서 고온 소금을 먹는다고 해서 일반 소금보다 미네랄 흡수율이 크게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미네랄 조성의 차이가 맛에 영향을 주어 “더 감칠맛이 난다”는 느낌을 줄 수는 있습니다.
알칼리성에 대한 주장도 비슷합니다. 어떤 고온 소금은 물에 녹였을 때 pH가 약간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금을 조금 먹는 것만으로 몸 전체의 산성·알칼리 균형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몸은 숨 쉬기, 콩팥 기능, 혈액 완충 작용 등을 통해 pH를 매우 좁은 범위로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결국 이런 특징은 일부 제품의 특성으로 참고할 수는 있지만, 건강 효과를 과장해서 받아들이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
맛과 향에서 느껴지는 차이
고온 소금을 실제로 사용해 보면 가장 쉽게 느껴지는 차이는 “맛의 질감”입니다. 같은 양을 넣어도 짠맛이 날카롭게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 덜하고, 대신 재료의 맛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단지 심리적인 느낌일 수도 있고, 쓴맛 성분의 감소와 미네랄 조성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굽는 방식에 따라 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통 죽염처럼 대나무와 황토, 소나무 장작 등을 이용해 굽는 경우에는 은은한 훈연 향이나 흙냄새 비슷한 향이 배기도 합니다. 반면 산업용 고온 처리 소금은 비교적 깔끔하고 중립적인 향을 가지는 편입니다.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활용법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소금을 단순히 음식 간 맞추는 재료로만 쓰지 않았습니다. 고온 소금, 특히 죽염은 다양한 민간요법에 자주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입안에 상처가 났을 때 소금물로 가글을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소금물은 삼투압과 세균 억제 효과 때문에 상처 부위가 덧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때 꼭 고온 소금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죽염 가글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일부 사람들은 고온 소금을 상처 부위에 소량 뿌리거나, 따뜻한 물에 풀어 씻어내는 방식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상처의 상태에 따라 자극이 강할 수 있고, 감염 위험이 있는 상처라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소금이 만능 소독약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 요리에서의 활용법
고온 소금의 장점은 일상 요리에 자연스럽게 녹여 쓸 때 가장 잘 드러납니다. 특히 재료 본연의 맛을 돋보이게 하고 싶을 때 유용합니다.
구이 요리에 살짝 곁들이기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을 구울 때는 간을 세게 하기보다, 구운 뒤 고온 소금을 살짝 찍어 먹는 방식이 좋습니다. 이때 참기름이나 들기름과 섞어 작은 소금장을 만들어도 풍미가 잘 살아납니다. 고온 소금을 쓰면 짠맛이 과하게 튀지 않고, 고기의 고소함과 풍부한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샐러드와 채소에 활용하기
상추, 오이, 토마토, 양상추 같은 신선한 채소 위에 고온 소금을 아주 조금만 뿌려 보시면 채소의 단맛이 더 뚜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올리브오일이나 들기름을 몇 방울 더해 간단한 샐러드를 만들면 소금의 풍미가 더 잘 살아납니다.
국물 요리와 나물 무침에 쓰기
미역국, 된장찌개, 김치찌개 같은 국물 요리를 만들 때는 처음부터 모든 간을 고온 소금으로 맞추기보다는, 마지막 간 조절 단계에서 살짝 사용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그러면 국물의 기본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깔끔한 마무리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시금치나물, 콩나물무침 같은 나물 요리에도 고온 소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데친 나물에 마늘, 참기름, 깨 등을 넣고 무칠 때, 일반 소금 대신 고온 소금을 조금 사용하면 나물 특유의 향을 방해하지 않고 부드럽게 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삶은 달걀과 튀김에 곁들이기
삶은 달걀을 먹을 때 고온 소금을 살짝 찍어 먹으면 노른자의 고소함과 흰자의 담백함이 더 살아납니다. 갓 튀긴 튀김류에 살짝 뿌려 먹는 것도 좋습니다. 과도한 양을 뿌리기보다, 튀김이 아직 따뜻할 때 약간만 뿌려 표면에 달라붙게 하면 느끼함을 잡으면서도 재료 맛을 해치지 않습니다.
간단한 디저트와 베이킹에 더해보기
짠맛은 단맛을 더 진하게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고온 소금을 아주 소량만 사용하면 디저트에서도 의외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콜릿을 녹여 간단한 디저트를 만들 때, 끝맛이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고온 소금을 한 꼬집만 넣어 보시기 바랍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극소량인데도, 초콜릿의 풍미가 깊어지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카라멜 소스나 푸딩, 쿠키 반죽에도 같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죽에 들어가는 소금을 일반 소금 대신 고온 소금으로 바꾸어 보고, 그 차이를 경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실험이 될 수 있습니다.
입안과 피부를 위한 활용법
식용으로 인정된 고온 소금을 물에 타서 가글을 하거나 입욕제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입안을 헹굴 때는 따뜻한 물에 고온 소금을 소량 녹여 사용합니다. 세게 양치하기 어려운 날이나, 잇몸이 민감할 때 가볍게 헹궈주면 개운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치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입욕으로 사용할 때는 욕조 물에 소금을 넣어 피로를 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금물은 물의 밀도와 느낌을 조금 바꾸고, 피부에 닿는 감촉도 달라집니다. 이때 역시 특별히 고온 소금을 써야 한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강한 편은 아니지만, 향과 사용감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 하나의 생활 습관처럼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온 소금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
소금의 종류가 아무리 다양해도,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입니다.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면 혈압 상승, 심혈관계 부담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고온 소금이라고 해서 나트륨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하루 전체 소금 섭취량을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또한 시중 제품마다 실제 가열 온도, 제조 방식, 첨가물 여부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 성분 표시가 명확한지
- 원산지와 제조공정이 구체적으로 안내되어 있는지
- 식품 관련 인증이나 검사 내역이 있는지
새로운 소금을 사용해 볼 때는 처음부터 모든 요리에 바꾸기보다는, 평소 익숙한 음식 한두 가지에만 먼저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삶은 달걀, 구운 고기, 간단한 나물 요리처럼 원재료 맛을 잘 기억할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하면, 고온 소금이 주는 맛의 차이를 더 정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온 소금은 습기를 잘 빨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 후에는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젖은 숟가락을 직접 넣기보다는, 마른 스푼을 따로 두고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오랫동안 처음 상태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