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오르면 미국주식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처음 미국 주식에 발을 들였을 때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 바로 “달러로는 수익인데, 원화로 바꾸니 손해처럼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주가는 오른 것 같은데 계좌를 원화 기준으로 보니 수익률이 기대보다 낮아 보이거나, 반대로 주가는 비슷한데 환율 덕분에 수익률이 꽤 높게 찍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때 비로소 환율이 미국 주식 수익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미국 주식 투자에서 말하는 ‘환율이 오른다’는 뜻
일상 대화에서 “환율이 올랐다”라고 할 때는 대부분 달러-원 환율을 기준으로 말합니다. 예를 들어 1달러=1200원에서 1달러=1300원이 되었다면, 달러를 사기 위해 필요한 원화가 늘어난 것이고, 이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원화 약세), 달러 가치가 오른(달러 강세) 상황을 의미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원화가 많아짐 → 환율 상승
- 우리나라 돈의 힘이 약해짐 → 원화 약세
- 달러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강해짐 → 달러 강세
미국 주식 수익률을 결정하는 두 가지 축
한국 투자자가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최종적으로 체감하는 수익률은 크게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합니다.
- 미국 주식 자체의 가격 변동(달러 기준 수익률)
- 달러-원 환율 변동(환차익 또는 환차손)
예를 들어 동일한 주식에 투자해도, 달러 기준으로는 10% 수익이 났는데 원화로 환산했을 때는 환율 하락 때문에 5% 정도만 남을 수도 있고, 반대로 주가 상승이 크지 않아도 환율이 많이 올라 원화 기준으로는 생각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주식을 이미 보유 중인 경우: 환율 상승은 대체로 유리
미국 주식을 어느 정도 보유한 상태에서 환율이 오르는 상황은 대개 기분 좋은 쪽에 가깝습니다. 이유를 간단한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예시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 1달러=1200원일 때, 100달러짜리 미국 주식을 매수 → 120,000원 투자
- 시간이 지나도 주가는 그대로 100달러라고 가정
- 환율만 1달러=1300원으로 상승
이때 해당 주식을 매도하면 100달러를 돌려받게 되고, 이를 원화로 바꾸면 130,000원이 됩니다. 주가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환율 상승 덕분에 10,000원의 환차익이 발생한 셈입니다.
이처럼 이미 달러 자산(미국 주식, 달러 예금 등)을 보유한 상태라면 환율 상승은 자산의 원화 기준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체감이 큽니다.
- 주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계좌 평가액이 원화 기준으로 올라갈 때
- 주가가 약간 하락했지만 환율 상승이 그 손실을 상당 부분 완화해 줄 때
다만,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나중에 다시 환율이 내려간 상태에서 매도하게 되면, 그동안의 환차익이 일부 또는 전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환율이 올랐을 때 어느 정도 차익 실현을 해둘지”를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새로 미국 주식을 사려는 경우: 환율 상승은 진입 부담
반대로 아직 미국 주식을 사지 않았고, 이제 막 매수를 고민하는 시점에 환율이 많이 오른 상태라면 느낌이 다릅니다. 같은 주식을 사더라도 훨씬 더 많은 원화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시로 비교해보겠습니다.
- 1달러=1200원일 때 100달러짜리 주식 매수 → 120,000원 필요
- 1달러=1300원일 때 같은 100달러짜리 주식 매수 → 130,000원 필요
주식의 달러 가격은 동일한데, 환율이 오른 탓에 원화로는 1만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은 부담이 생깁니다.
- 동일한 달러 금액의 주식을 사기 위해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함
- 나중에 환율이 다시 내려가면, 주가가 오르더라도 환차손 때문에 수익률이 깎일 수 있음
그래서 신규로 미국 주식을 시작하려는 입장에서는 환율이 이미 많이 오른 구간인지, 추가 상승 여지가 있는지, 혹은 되돌림 가능성이 큰 구간인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환율이 너무 높다고 느껴질 때는 분할 매수나 일정 금액씩 나누어 환전하는 방식을 사용해 환율 리스크를 분산하려고 합니다.
주가와 환율이 동시에 움직일 때 생기는 복합 효과
현실에서는 주가와 환율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동시에 변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달러 강세(환율 상승) 국면이 종종 글로벌 경기 불안,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다음과 같은 조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환율은 오른다 → 달러 자산의 원화 가치 상승
- 미국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는다 → 주가 하락
이 경우 환율 상승으로 얻는 이득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얼마나 상쇄해 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실제로 계좌를 보면 “달러 기준으론 손실인데, 원화 기준에선 거의 본전”인 경우도 있고, 반대로 “달러 기준 수익이 꽤 나는데, 환율이 너무 떨어져서 원화 기준 수익률은 기대보다 못한” 경우도 생깁니다.
결국 미국 주식 투자에서는 다음 두 가지를 모두 생각해야 합니다.
-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 밸류에이션(주식 자체의 투자 매력)
- 환율 수준과 변동성, 투자 기간 동안의 환율 방향성
장기 투자 관점에서 환율을 바라보는 방법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투자 대상 기업이 얼마나 성장하느냐입니다. 환율은 때로 크게 요동치지만, 수년에 걸친 긴 시기에는 일정 범위 안에서 오르내리며 평균으로 돌아가려는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 경험상, 짧은 기간만 바라보고 환율을 맞추려 하다 보면 “환율이 조금만 더 떨어지면 사야지” 하다가 좋은 매수 시점을 놓치거나, “지금은 환율이 너무 높으니 기다리자”라고 생각한 사이에 주가가 크게 올라버리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한 번에 큰 금액을 환전하지 않고,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서 환전
- 환율이 특히 높다고 느껴지는 구간에는 매수 속도를 조금 늦추는 식으로 조절
- 투자 기간이 충분히 길다면, 기업의 성장성을 중심에 두고 환율은 ‘변동성 요소’ 정도로 인식
이런 방식은 환율을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너무 한 쪽 방향에 베팅하지 않기 위한 현실적인 타협에 가깝습니다.
정리: 환율과 미국 주식 수익률을 함께 보는 시각
미국 주식 계좌를 보다 보면, 어느 날은 주가보다 환율이 계좌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미 보유 중인 입장에선 환율 상승이 반가울 수 있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입장에선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달러 기준 수익률”과 “원화 기준 수익률”을 동시에 의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투자 기록을 남길 때도, 가능하다면 두 가지 기준을 함께 적어 두면 나중에 스스로 투자 판단을 복기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환율이 움직일 때마다 과도하게 불안해하기보다는, 자신의 투자 계획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금 더 차분하게 해석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