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머리가 복잡해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던 날, 떠올랐던 곳이 파주 출판도시였습니다. 카페나 북카페가 아닌, 책을 중심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선택한 숙소가 바로 ‘지지향’이었습니다. 단순히 하루 묵고 오는 숙소라기보다, 잠깐이라도 생활의 속도를 늦추고 싶은 마음으로 찾게 된 곳이었습니다.
위치와 주변 분위기
지지향은 파주 출판도시의 한가운데쯤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변으로 출판사 건물, 갤러리, 작은 전시 공간, 카페들이 함께 모여 있어 조용한 산책을 즐기기 좋습니다. 주차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크게 불편함은 없었지만, 대중교통만으로 이동하기에는 환승과 이동 동선이 다소 번거로운 편이었습니다.
도심 호텔과는 다르게, 주변에 쇼핑몰이나 영화관 같은 오락시설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건물 자체가 차분하고, 저녁이 되면 전체적으로 동네 분위기가 고요해져서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책과 함께 머무는 공간의 느낌
이곳을 택했던 이유 중 가장 컸던 부분은 ‘책’이 중심에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프런트 데스크보다 책장들이었습니다. 높게 쌓인 책들이 단순 인테리어가 아니라 실제로 집어 들고 읽을 수 있는 구성이라, 체크인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복도와 공용 공간에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비치되어 있어, 마치 조용한 작은 도서관 사이를 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인테리어는 화려하지 않고 담백한 편이었고, 벽과 조명 색감이 차분해서 자연스럽게 목소리 톤도 낮춰지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늦은 시간까지 이용 가능한 서가 공간이었습니다.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조용한 독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밤늦게까지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개인 작업을 하기 좋았습니다. 소음이 거의 없어 오랜만에 집중해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나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객실 구성과 편안함
머물렀던 객실은 기본 타입에 가까운 트윈룸이었습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느낌은 ‘깔끔하다’에 가까웠습니다. 불필요한 장식이 많지 않고, 침대와 책상, 수납공간 정도로 단정하게 구성되어 있어 짐을 풀고 정리하기에 수월했습니다.
창밖으로는 높은 빌딩 숲 대신 나무와 건물 지붕이 조용히 펼쳐져 있어, 아침에 자연광이 들어올 때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침구는 푹신하면서도 지지력이 적당해 밤새 뒤척임이 적었고, 방음도 괜찮은 편이라 옆 객실 소음에 예민한 편인데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객실 안에도 작은 선반에 몇 권의 책이 큐레이션되어 있었는데, 여행 관련 에세이부터 인문, 소설까지 가볍게 읽기 좋은 책들이 섞여 있어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욕실 어메니티는 무난한 수준으로, 기본적인 것은 갖춰져 있지만 특별히 인상에 남을 만큼의 특징은 없었습니다. 세심한 구성을 기대한다면 개인 샴푸나 바디 제품을 챙겨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식사와 커피 시간
조식은 1층 레스토랑에서 뷔페 형태로 제공되었습니다. 호텔 조식처럼 아주 다양한 메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성은 알차고 정갈한 편이었습니다. 따뜻한 한식 메뉴와 간단한 서양식, 샐러드와 과일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고, 음식이 금방 리필되어 전반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갓 구운 빵과 커피가 잘 어울렸습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천천히 빵을 뜯어 먹으며 커피를 마시다 보니, 괜히 급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 압박감보다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여유롭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조용한 배경음악과 적당한 대화 소리가 어우러져, 혼자 식사하기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직원 응대와 전반적인 서비스
프런트와 레스토랑, 하우스키핑까지 직원분들의 응대는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고 친절했습니다. 체크인과 체크아웃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설명 위주로 진행되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추가로 필요한 물품을 요청했을 때도 빠르게 전달해 주었고, 주변 산책 코스나 출판도시 내부에서 들러볼 만한 곳을 문의했을 때도 성의 있게 안내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과도하게 친절함을 강조하기보다, 필요한 부분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느낌이라 이 공간 전체의 차분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이곳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
지지향은 여행지에서 화려한 볼거리와 액티비티를 기대하는 분들보다는, 조용한 공간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분들께 더 잘 맞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 책을 좋아하고, 숙소에서도 자연스럽게 독서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
- 서울과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도심과는 다른 분위기의 곳을 찾는 분
- 주말 동안 사람 많은 관광지 대신, 차분한 산책과 사색을 즐기고 싶은 분
- 개인 작업이나 글쓰기, 기획 등을 집중해서 정리해보고 싶은 분
반대로, 근처에서 밤 늦게까지 즐길만한 오락시설이나 쇼핑, 화려한 야경을 기대한다면 조금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속도를 늦추고 조용히 머무는 데 초점이 맞춰진 공간이라는 점을 알고 방문한다면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