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걸려온 낯선 번호, 받자마자 들려오는 ‘KB신용정보’라는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경험을 하신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다가도, 반복되는 전화와 문자, 빚 이야기가 이어지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게 됩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내 채무가 어떤 상태인지 차근차근 정리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확인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KB신용정보 채권추심, 먼저 확인해야 할 것들
채권추심 연락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게 정말 내 빚이 맞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우선 아래 내용을 하나씩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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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채무인지: 카드 연체, 대출, 통신요금, 보증채무 등 구체적인 채무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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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과 이자: 원금, 약정이자, 연체이자, 각종 수수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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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 변경 여부: 원래 거래하던 은행·카드사·통신사에서 KB신용정보로 채권이 넘어온 것인지, 단순히 추심을 위임한 것인지
전화만으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넘어가기보다는, KB신용정보에 채무 내역을 서면으로 요청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을 문서로 받아두면 이후 분쟁이 생겼을 때도 근거 자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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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발생 일자와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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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이자율, 연체이자 계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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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양도 여부 및 양도일, 채권양도 통지 여부
특히 채권이 이미 KB신용정보로 넘어간 경우라면, 예전에 이용하던 금융회사에서 ‘채권양도통지서’를 보냈는지 함께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통지를 받지 못했다면 그 사실도 메모로 남겨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소멸시효, 오래된 빚일수록 반드시 점검
연락이 온 채무가 오래된 것이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를 꼭 살펴야 합니다. 한국 민법과 상법에 따라 소멸시효 기간이 다르게 적용되는데,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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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카드사, 캐피탈, 보험사 등 상사채권: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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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민사채권(개인 간 대여 등):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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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등으로 확정된 채권: 판결 확정일부터 10년
다만 이 기간은 단순 경과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송 제기, 지급명령, 압류 등 절차나 채무자의 일부 변제, 채무 인정 발언 등으로 중단되거나 새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몇 년 지났으니 무조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구체적인 서류를 기준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라면 법적으로 변제 의무가 사라질 수 있지만, 채무의 존재를 인정하는 발언이나 소액이라도 갚는 행동이 소멸시효를 다시 살리는 결과가 될 수 있으니, 오래된 채무일수록 말 한마디, 송금 한 번도 신중하게 결정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채무자가 알아야 할 권리와 부당추심 기준
채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채권추심 회사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는 채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행위는 대표적인 ‘부당추심’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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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또는 새벽 시간(밤 9시~아침 8시) 중 반복적인 전화,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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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협박, 인신공격성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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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직장 동료, 지인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거나 압박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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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으로 찾아와 상사나 동료에게 채무 사실을 노출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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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사실을 말하며 겁을 주는 행위(예: 당장 감옥 간다 등의 과장된 표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서,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화 내용은 휴대전화 녹음 기능으로 저장해 두시고,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방문 메모 등은 화면 캡처나 사진으로 남겨 두시면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본인이 직접 참여한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이 아니므로, 채권추심 통화는 가능하면 모두 기록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또한 “이 시간대에는 연락을 자제해 달라”, “전화 대신 우편으로만 연락해 달라”는 식의 연락수단 제한 요청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요청 역시 가능하면 문자나 이메일 등 흔적이 남는 방법으로 전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KB신용정보와의 상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추심 전화를 피하는 것이 일시적으로는 마음이 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른 뒤에는, 한 번쯤은 직접 통화를 하거나 연락을 해서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조정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감정적인 언쟁을 피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수입, 고정지출, 부양가족, 다른 채무 상황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현실적으로 매달 어느 정도까지 상환이 가능한지 스스로 먼저 계산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협의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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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상환: 한 번에 갚기 어렵다면, 매달 일정 금액씩 나누어 상환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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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연체이자 감면 요청: 연체 기간이 길거나 회수가 어려운 채무의 경우, 일부 이자와 연체료 감면이 협의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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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상환 시 감액 협의: 여유 자금이 있어 일정 금액을 한 번에 상환할 수 있다면, 그 조건으로 일부 감면을 제안하는 방식
어떤 내용으로든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반드시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의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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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채무액 및 감면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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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 방법(일시 또는 분할), 납부일, 계좌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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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연체이자 면제나 조정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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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불이행 시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한 조항
구두 약속만 믿고 상환을 진행하다가 나중에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식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실제로 있으므로, 서면 합의서와 문자, 이메일 등은 꼭 보관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급명령·소송 등 법원 서류가 왔을 때
KB신용정보에서 채권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소멸시효가 임박했거나 협의가 잘 되지 않을 경우 법원에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위험한 대응은 ‘그냥 무시하는 것’입니다.
우편으로 “지급명령 정본”이나 “소장 부본” 같은 법원 문서가 도착했다면, 정해진 기간 안에 반드시 대응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지급명령의 경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채권자의 청구가 그대로 확정되어 강제집행(급여나 통장, 부동산 압류 등)이 가능해집니다.
채무액이나 채무 존재 자체에 이견이 있다면, 이의신청이나 답변서를 통해 입장을 밝힐 수 있고, 소멸시효 완성 주장도 이 과정에서 제기하게 됩니다. 법원 서류를 받았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가까운 법률 상담 창구나 전문가에게라도 한 번은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개인회생·개인파산 등 법원의 채무 조정 제도
이미 여러 곳의 채무가 쌓여서 월 상환액만으로도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면, 단순히 추심 회사와의 협상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제도입니다.
개인회생은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법원이 채무자의 소득·재산·부양가족 상황을 고려해 3년 또는 5년 동안 무리 없이 갚을 수 있는 금액만 상환하게 하고, 나머지 채무는 면책(탕감)해 주는 제도입니다. 개인파산은 더 이상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재산을 정리한 뒤 남은 채무에 대해 면책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이 제도들은 요건과 절차가 복잡하고, 한 번 진행하면 인생 계획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변호사나 법무사를 통해 충분히 상담을 받은 뒤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 상담할 수 있는 곳들
혼자서 채무 문제를 정리하고 법률 용어를 이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비용 부담 때문에 전문가 상담을 망설이는 경우도 많지만,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무료 또는 저렴한 상담 창구를 활용하면 훨씬 수월하게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 (1600-5500)
신용회복위원회는 금융권 연체나 과다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채무조정 제도를 운영하는 기관입니다. 개인워크아웃, 프리워크아웃 등 제도를 통해 이자 감면, 상환 기간 연장, 분할 상환 조정 등을 도와줍니다.
전화를 통해 기본 상담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지부를 방문하여 보다 구체적인 상환 계획을 함께 세울 수 있습니다. 여러 금융회사에 빚이 흩어져 있다면, 이곳에서 통합적인 조정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132)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분들을 대상으로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 상담과 소송 지원을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부당한 채권추심, 소멸시효, 지급명령 대응 등과 관련된 기초적인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화 132를 통해 상담을 신청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가까운 지부를 방문하여 보다 자세한 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 (1332)
채권추심 과정에서 협박, 폭언, 가족·직장 노출 등 명백한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1332)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평소에 녹음해 두었던 통화 내용, 문자, 메시지 캡처 화면 등이 큰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기분이 나빴다”는 수준보다는, 어떤 발언이나 행동이 어떤 시점에 반복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시면 대응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변호사·법무사 상담 활용
채무 금액이 크거나, 소멸시효 완성 여부, 채무부존재 확인 등 법률적으로 복잡한 쟁점이 얽혀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초기 상담만으로도 “어디까지가 내 책임이고, 어디부터는 법적으로 다퉈볼 수 있는 부분인지”를 정리할 수 있어, 막막함이 상당 부분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권추심 연락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 수 있지만,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혼자서 두려움만 키우기보다는, 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때 받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