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처음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바로 현금을 찾으려다 ATM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카드가 여러 장 있었음에도 수수료와 환율이 계속 마음에 걸려 망설여졌고, 결국 미리 준비해 간 트래블 카드를 꺼내면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 느낀 건, 일본처럼 아직 현금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카드 하나 잘 고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었습니다.
트래블 카드란 무엇인지 이해하기
트래블 카드는 해외에서 결제와 ATM 출금을 하기 위해 미리 외화를 충전해 두고 사용하는 선불형 체크카드입니다. 은행 계좌와 직접 연결되어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일반 체크카드와 달리, 카드 안에 충전된 금액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예산 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다수의 트래블 카드는 멀티커런시 기능을 지원해 엔화, 달러, 유로 등 여러 통화를 한 카드에 담아둘 수 있습니다. 또, 일부 상품은 환전 수수료를 낮추거나 특정 통화에 대해 수수료를 사실상 0에 가깝게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자주 진행합니다. 다만, “완전한 무수수료”라고 홍보하더라도 실제로는 카드사나 해외결제망(VISA, Mastercard 등)의 정산 환율에 스프레드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앱에서 제시하는 환율을 실제 시장 환율과 비교해 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트래블 카드 종류
한국에서 일본 여행 시 자주 활용되는 대표적인 트래블 카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만, 각 카드의 수수료나 혜택은 수시로 변동되므로, 실제 가입 전에는 반드시 공식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최신 조건을 다시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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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월렛(Travel Wallet)
모바일 앱 기반 선불형 카드로, 여러 통화를 지원합니다. 특정 통화에 대해 “환전 수수료 0원”을 강조하지만, 실제 적용 환율에 일정 스프레드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일본 엔화 충전 후 현지에서 카드 결제 및 일부 ATM 인출이 가능하며, 사용 내역과 잔액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편리합니다. -
트래블로그(Travelog)
하나금융 계열에서 제공하는 여행 특화 카드로, 앱에서 원화를 미리 외화로 환전해 두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USD, JPY, EUR 등 주요 통화에 대해 환전 수수료 우대 또는 면제 프로모션을 자주 진행합니다. 계좌 연동이 쉽고, 여행 경비를 따로 관리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신한 쏠트래블(Shinhan SOL Travel)
신한은행 앱을 통해 이용하는 트래블 카드로, 다양한 통화를 지원합니다. JPY를 포함한 여러 통화에 대해 환전 우대나 수수료 절감 혜택이 제공되며, 조건에 따라 ATM 인출 수수료 면제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신한은행 계좌를 이미 사용 중이라면 특히 연동이 편리한 편입니다.
위 카드들은 모두 “일반 신용카드보다 유리한 환율로 외화를 미리 준비하고, 앱으로 편하게 관리한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혜택과 인출 가능 ATM, 연회비나 발급 조건 등은 조금씩 다르므로, 한두 개 정도만 골라 자세히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트래블 카드 기본 사용 절차
트래블 카드를 처음 쓰는 경우, 전체 흐름을 한 번 머릿속에 그려 두면 여행 중에 훨씬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발급 신청하기
대부분의 트래블 카드는 전용 모바일 앱(예: 트래블월렛, 트래블로그, 신한 SOL 등)을 통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본인 인증과 계좌 연결, 카드 신청까지 앱에서 한 번에 진행되며, 실물 카드가 필요한 경우에는 며칠 후 우편으로 발송됩니다.
출국 직전에 신청하면 실물 카드를 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적어도 1~2주 전에는 발급 절차를 마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서비스는 모바일 카드(온라인 결제 전용)만 먼저 발급해 주기도 하지만, 일본에서 ATM 인출이나 오프라인 결제를 생각한다면 실물 카드가 있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2. 외화 충전(환전)하기
발급이 완료되면, 연결해 둔 본인 계좌에서 원화를 트래블 카드로 이체한 뒤, 앱 안에서 원하는 통화(엔화 등)로 환전해 충전합니다. 이때 표시되는 환율과 수수료 조건을 확인해 두면, 다른 시점과 비교할 때 어떤 때가 유리한지 감을 잡기 좋습니다.
환율이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느껴질 때, 여행 경비 중 일부를 미리 엔화로 충전해 두면 나중에 환율이 오르더라도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합니다. 다만, 너무 많은 금액을 한꺼번에 묶어 두기보다는, 숙박비·교통비·쇼핑 예산을 대략 나눠 단계적으로 충전하는 방식도 괜찮습니다.
3. 일본 현지에서 카드 결제하기
트래블 카드는 기본적으로 해외 신용·체크카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계산 시 단말기에 카드 IC칩을 넣거나, 컨택리스(비접촉식) 결제가 지원될 경우 카드 앞면의 무선 신호 모양(EMV Contactless 로고)을 단말기에 가까이 대어 결제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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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A, Mastercard, UnionPay 등 카드 로고가 단말기나 매장 입구에 표시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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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를 미리 충전해 두었다면, 결제 시 해당 엔화 잔액에서 바로 차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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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잔액이 부족하면 결제가 거절되거나, 일부 상품은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원화를 환전해 결제하기도 합니다. 출국 전 앱 설정을 한 번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4. 일본 ATM에서 현금 인출하기
일본은 아직 현금 사용 비중이 높기 때문에, 여행 중 한두 번은 현금을 뽑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래블 카드에 엔화를 충전해 두었다면, 일본 내 ATM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엔화를 바로 인출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트래블 카드 측의 인출 수수료가 낮거나 이벤트로 면제되는 경우가 있지만, 현지 ATM 운영기관(편의점·은행 등)이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합니다. 보통 110엔~220엔 정도가 많으며, 화면에 수수료가 표시될 때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잔액 확인과 재충전
트래블 카드 앱에서는 사용 내역, 현재 잔액, 환율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숙소로 돌아와 하루 지출을 정리할 때 앱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속도로 돈이 나가고 있는지 감이 잡혀 다음 날 예산을 조절하기 쉽습니다.
잔액이 부족해질 경우, 한국에 있는 계좌에서 원화를 이체한 뒤 다시 엔화로 환전해 충전할 수 있습니다. 단, 원화 계좌 이체 및 환전 가능 시간, 주말·공휴일 제한 등이 있을 수 있으니, 너무 촉박하게 충전하지 말고 여유 있게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일본에서 특히 유용했던 사용 팁
1. 아직은 현금이 꼭 필요하다는 점
도쿄나 오사카처럼 대도시는 카드 사용이 꽤 편해졌지만, 골목 안 작은 식당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상점, 일부 신사·사찰, 동네 버스, 오래된 자판기에서는 여전히 현금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 소도시로 갈수록 이런 비율은 더 높아집니다.
트래블 카드를 주 결제 수단으로 삼되, 최소한 5천엔~1만엔 정도는 지폐와 동전으로 나눠 지갑에 넣어 두면 마음이 편합니다. 특히 새벽 또는 심야 시간대, 역이 작은 지역에서는 카드 결제가 안 되거나 ATM이 멀리 있는 경우도 있으니, 하루치 현금은 전날 미리 준비해 두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2. 트래블 카드가 잘 통하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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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대형 쇼핑몰
미츠코시, 이세탄, 루미네, 파르코 등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은 대부분 해외 카드 결제가 원활합니다. 면세 절차도 카드 결제 기준으로 간단히 처리되는 편이라 트래블 카드 사용이 편리합니다. -
편의점(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등)
소액 결제부터 도시락, 교통 관련 티켓까지 카드 한 장으로 해결하기 좋습니다. 세븐일레븐은 내부에 7-Bank ATM이 있어 현금 인출까지 동시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
대형 슈퍼마켓·드럭스토어
돈키호테, 마츠모토키요시, 코쿠민, 이온 계열 마트 등에서는 대부분 해외 브랜드 카드 결제가 가능합니다. 트래블 카드로 결제하면 면세 기준 금액을 채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
체인 음식점·카페
스타벅스, 맥도날드, 요시노야, 스키야, 사이제리야 등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카드 결제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져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호텔·비즈니스 호텔
체크인·체크아웃 시 숙박비 결제에 트래블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디파짓)이 필요한 경우, 일반 신용카드를 선호하는 호텔도 있으므로, 이런 상황을 대비해 다른 카드도 한 장 준비해 두면 좋습니다.
3. ATM을 찾기 쉬운 장소
처음 일본을 방문하면 “어디서 돈을 뽑는 게 안전하고 쉬울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아래 ATM들이 가장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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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7-Bank ATM)
일본 전역에 매장이 많고, 외국 발행 카드 사용을 전제로 설계된 ATM이라 언어 선택도 수월합니다. 도심에서는 거의 몇 분 간격으로 세븐일레븐을 볼 수 있어, 여행 중 가장 자주 이용하게 되는 ATM입니다. -
Japan Post Bank(우체국 ATM)
초록색 ATM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고, 비교적 시골 지역에도 분포해 있어 도시 밖으로 이동할 때 유용합니다. 단, 영업 시간에 맞춰 운영되는 경우가 있으니 밤늦게는 이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AEON Bank(이온은행 ATM)
이온몰, 이온 슈퍼마켓 안에 설치된 ATM으로, 대형 쇼핑몰을 이용할 때 같이 들르기 좋습니다. 쇼핑 중간에 인출하고 바로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ATM에서 인출 후에는 영수증을 꼭 챙겨 두면, 나중에 실제 출금 금액과 환율을 정리할 때 도움이 됩니다. 여행 후 정산할 때도 카드사 내역과 영수증을 함께 보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4. 컨택리스(비접촉식) 결제 활용하기
일본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컨택리스 결제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편의점, 카페, 일부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는 단말기에 카드만 가볍게 터치해도 결제가 끝나 훨씬 빠르고 편합니다.
다만, 여전히 “카드 넣어 주세요”라고 안내하는 매장도 많으니, 점원이 먼저 안내하는 방식에 따라 주면 됩니다. 컨택리스 로고가 카드와 단말기 양쪽에 보인다면, 한 번쯤 터치 결제를 시도해 보셔도 괜찮습니다.
5. 트래블 카드와 교통카드의 차이 이해하기
일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트래블 카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철·버스·일부 편의점 결제 등을 위해서는 Suica, Pasmo, Icoca 같은 IC 교통카드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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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 카드 구매
JR역, 지하철역의 자동 발매기나 역 창구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반 플라스틱 카드의 판매가 제한되거나 외국인용 Welcome Suica/Pasmo만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 여행 시점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IC 카드 충전
대부분 역 내 충전기나 편의점에서 현금으로 충전합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신용카드 충전을 지원하지만, 프리페이드 성격의 트래블 카드는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모바일 Suica/Pasmo 활용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에서 모바일 Suica/Pasmo 앱을 설치하면 휴대폰을 교통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충전 시 일반 신용카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트래블 카드는 등록이 안 되거나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대중교통은 Suica/Pasmo/Icoca 같은 IC 카드에 맡기고, 쇼핑·식사·숙박 등은 트래블 카드로 처리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 가장 편합니다.
6. 비상용 카드 한 장은 꼭 준비하기
여행 중 지갑을 두고 내리거나, 카드가 갑자기 결제 오류를 일으키는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트래블 카드만 믿고 나섰다가, 시스템 점검 시간이나 일시적인 장애로 결제가 안 돼 곤란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다음과 같이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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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A와 Mastercard 중 서로 다른 브랜드의 카드 두 종류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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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카드 외에 일반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 한 장을 여분으로 챙겨, 지갑과 가방 등 서로 다른 곳에 분산해 보관합니다.
이렇게 해 두면, 한 카드에 문제가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여행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7. 모바일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트래블 카드의 진짜 장점은 카드 자체보다 앱에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앱 기능을 잘 활용하면 여행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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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환율을 확인해 언제 충전하는 것이 유리한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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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나 인출이 발생하면 즉시 알림이 와서 지출 관리와 보안 측면에서 모두 안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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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를 분실했을 때 앱에서 즉시 카드 잠금 또는 사용 정지를 걸 수 있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하루가 끝날 때 앱을 열어 사용 내역을 한 번 훑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예산을 넘기지 않으면서도 여행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8. 소액 결제에 활용해 동전 스트레스 줄이기
일본 여행을 몇 번 하다 보면, 지갑 속에 동전이 점점 쌓여 불어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편의점 음료, 간식, 작은 기념품처럼 자잘한 결제를 현금으로만 처리하면 금방 동전이 가득 차게 됩니다.
이럴 때 트래블 카드를 소액 결제에도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면 도움이 됩니다. 200엔, 300엔짜리 결제를 카드로 해도 일본에서는 크게 이상하게 보지 않는 분위기라, 동전을 최소화하고 지갑을 가볍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동전이 꼭 필요한 자판기나 동전 락커 등에서만 현금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트래블 카드 위주로 사용하는 방식이 생각보다 편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