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TV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다가 처음으로 ‘도레미 송’을 들었을 때, 화면 속 아이들과 함께 음계를 따라 부르다 보니 어느새 멜로디가 몸에 붙어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악보도 모르고, 음악 이론도 몰랐지만, 단어 하나와 음 하나를 연결해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래를 따라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들으며 처음으로 ‘도, 레, 미’를 익히고, 음악이 얼마나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는지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도레미 송의 배경과 의미

‘도레미 송(Do-Re-Mi)’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곡으로,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와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만든 노래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마리아가 폰 트랩 대령의 일곱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노래를 가르치는 장면에서 사용되며, 단순한 교육용 노래를 넘어서 영화의 분위기를 밝게 전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리아는 아이들이 이미 음악에 실망하고 마음을 닫아버린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고, 딱딱한 교재 대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간단한 음계 노래를 선택합니다. 이때 사용된 것이 바로 ‘도레미 송’이며, 마리아와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됩니다.

영어 가사로 살펴보는 도레미 송의 구성

‘도레미 송’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음계에 의미 있는 영어 단어를 붙여서, 아이들이 음을 이미지로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에서 불리는 대표적인 부분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 Do, a deer, a female deer
  • Re, a drop of golden sun
  • Mi, a name I call myself
  • Fa, a long, long way to run
  • So, a needle pulling thread
  • La, a note to follow so
  • Ti, a drink with jam and bread
  • That will bring us back to Do

여기서 ‘So’ 대신 ‘Sol’이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어 가사에서는 ‘So’로 표기해 발음과 리듬을 자연스럽게 맞춥니다. 이 방식은 기존의 솔페지(solfège) 음계 교육을 보다 친근하게 풀어낸 예로, 노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음계를 몸에 익히는 데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어 버전 가사와 차이점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번안 가사는 원문을 직역하기보다는, 한국어의 발음과 리듬에 맞추어 새롭게 구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이 불리곤 합니다.

  • 도, 사슴은 암사슴
  • 레, 밝은 햇살 레
  • 미, 내 이름은 미
  • 파, 멀리 가는 파
  • 솔, 바늘에 실 꿰어
  • 라, 라라라라 노래를
  • 시, 시계는 째깍째깍
  • 도, 다시 올 때 도

이 가사는 원작의 의미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재미있게 따라 부르며 음 이름을 익힐 수 있도록 우리말식으로 재해석한 버전에 가깝습니다. 원곡에서 ‘Ti, a drink with jam and bread’처럼 비교적 구체적인 이미지를 사용한 부분이 한국어에서는 ‘시계’ 등 일상적인 사물로 바뀌어, 어린이들이 이해하고 떠올리기 쉬운 그림을 만들어 줍니다.

마리아와 아이들이 가까워지는 장면의 힘

영화 초반의 폰 트랩 아이들은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규율에만 익숙해져 있고, 새로운 가정교사에게도 거리를 둡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군대식 훈육에 맞서는 방식 대신, 음악과 놀이를 도구로 선택합니다. 옷을 갈아입고 야외로 나가 언덕을 뛰어다니며 ‘도레미 송’을 부르는 장면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크게 웃고, 장난치고, 목소리를 마음껏 내는 순간으로 그려집니다.

이 장면의 몽타주에는 잘츠부르크의 언덕, 다리, 분수, 성 등 다양한 장소가 등장하는데, 아이들이 그 공간을 뛰어다니며 음계를 반복하는 모습이 이어집니다. 단순히 관광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정이 서서히 풀어지는 과정을 공간의 변화와 함께 담아낸 연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음악 교육 측면에서 본 도레미 송의 특징

도레미 송은 음악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자주 언급됩니다. 음계 교육에서 사용하는 ‘고정도법’과 ‘이동도법’ 개념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곡은 음 이름 자체를 하나의 놀이 요소로 만들어 줍니다. 단순히 ‘도, 레, 미’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각각을 하나의 그림과 문장으로 연결해 기억하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가사는 점점 음역과 리듬이 확장되면서, 처음에는 한 음씩 따라 부르던 아이들이 차츰 긴 구절을 이어 부르게 만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곡은 완전한 이론 수업이 아니라, 귀와 입이 먼저 익숙해진 뒤에 이론을 이해하게 만드는 ‘귀 중심’ 학습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통해 처음으로 음계의 순서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그 다음에 악보를 배우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삶을 바꾸는 노래의 역할

‘도레미 송’은 단지 음계를 알려주는 기능을 넘어서, 폰 트랩 가족이 변화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마리아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아이들이 다시 아버지에게 노래를 들려주면서, 집안에는 오랜만에 웃음과 음악이 돌아옵니다. 음악이 대화를 대신하고, 마음을 여는 언어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곡은 상징성이 큽니다.

현실에서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세대와 언어를 넘어 공감했던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가사를 완벽히 모르더라도 “Do, a deer, a female deer” 한 줄만 나오면 자연스럽게 다음 구절을 떠올리게 되는 힘이 바로 이 곡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