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공장을 멀리서 봤을 때, 마치 하나의 작은 도시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건물이 끝없이 이어지고, 출퇴근 시간에는 한 방향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몰랐지만, 나중에 하나씩 알아가면서 이곳이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우리 손에 익숙한 전자기기들이 태어나는 거대한 출발점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접었다 펼 수 있는 스마트폰이 이곳에서 중요한 과정을 거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술이 눈앞에서 조금 더 실감나게 느껴졌습니다.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은 주로 모바일 기기와 네트워크 장비를 만드는 대규모 생산 기지입니다. 주소는 경상북도 구미시 옥계2공단로 100으로, 구미 국가산업단지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다른 전자·부품 관련 공장과 물류 시설이 함께 모여 있어서, 한 지역 전체가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장에 가보면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구동과 사무동, 지원 시설이 한데 모여 있어 하나의 종합 단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구미 사업장은 예전에는 삼성전자 휴대폰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중심 기지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역할이 조금 달라져서, 단순히 많이 만드는 곳이라기보다 기술적으로 중요한 제품과 전략적인 제품을 집중해서 만드는 곳으로 비중이 옮겨졌습니다. 기술 난도가 높은 제품의 생산, 새로운 공정 개발, 품질 기준을 세우는 역할을 함께 맡고 있기 때문에 “1공장” 혹은 “마더 팩토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마더 팩토리란 새로운 제품과 공정을 처음으로 시험하고 완성해, 이후 다른 나라나 지역의 공장에 그 기술과 노하우를 전해주는 기준 공장을 뜻합니다.

구미 사업장이 있는 곳과 주변 환경

구미 사업장이 위치한 옥계2공단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공단 지역입니다. 도로가 바둑판처럼 정리돼 있고, 화물 차량이 오가기에 좋은 구조로 설계돼 있습니다. 이런 위치 덕분에 부품을 들여오고 완성된 제품을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보내는 물류 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집니다.

또한 구미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전자 산업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입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전자제품을 만들어 온 인력과 관련 업체들이 주변에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때 협력하기가 수월합니다. 이런 배경이 현재 구미 삼성전자 사업장이 고난도 제품과 네트워크 장비를 다루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마더 팩토리 역할

구미 사업장의 가장 눈에 띄는 역할 중 하나는 폴더블 스마트폰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갤럭시 Z 폴드, 갤럭시 Z 플립 같은 제품들은 구조가 복잡하고, 일반 스마트폰보다 훨씬 정교한 공정이 필요합니다. 접히는 부분의 힌지 구조, 유연한 디스플레이, 방진·방수 설계 등 여러 기술이 한꺼번에 들어가기 때문에, 작은 오류만 있어도 전체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구미 사업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설계와 양산을 잇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됩니다. 새로운 모델을 준비할 때는 이곳에서 먼저 시범 생산을 돌려 봅니다. 여기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공정에서 불량이 나오는지, 어느 부분에서 시간이 더 걸리는지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율을 안정시키고, 균일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수율이란 투입한 부품과 공정 대비 제대로 완성된 제품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공장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치입니다.

마더 팩토리에서 공정을 다듬어 놓으면, 이후 해외 다른 공장에서도 같은 기준과 방법을 따라가면서 생산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미에서 정리된 생산 노하우와 품질 기준이 다른 나라로 옮겨 가면서, 전 세계에 같은 수준의 폴더블폰을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프리미엄 태블릿과 웨어러블 기기 생산

구미 사업장에서는 폴더블 스마트폰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급 태블릿과 웨어러블 기기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예를 들어 성능이 높은 일부 갤럭시 탭 시리즈 모델이나, 갤럭시 워치, 갤럭시 버즈처럼 몸에 착용하거나 귀에 꽂는 기기들이 이곳에서 생산됩니다.

이런 제품들은 크기 대비 부품이 조밀하게 들어가고, 배터리와 센서, 무선 통신 기능이 한 공간 안에 복잡하게 배치돼 있습니다. 조금만 설계나 조립이 어긋나도 착용감이 나빠지거나, 통신 품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조립 공정과 꼼꼼한 검사가 필수입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는 사람의 몸과 직접 맞닿는 시간이 길어서, 내구성뿐 아니라 안전성도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구미 사업장은 소량이더라도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모델을 생산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많이 만드는 대신, 복잡한 설계와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는 제품들을 담당하면서 그에 맞는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5G 시대를支支받는 네트워크 장비의 거점

구미 사업장의 또 다른 축은 네트워크 장비 생산입니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연결해 주는 통신망이 받쳐 주지 못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지국과 안테나, 관련 통신 모듈 같은 네트워크 장비가 매우 중요합니다.

5G 이동통신 시대에는 더 빠른 속도와 더 많은 기기가 동시에 연결되는 환경을 지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보다 고성능의 장비가 필요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구미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5G 기지국 장비와 안테나, 통신 관련 부품을 생산해 국내 통신망 구축과 해외 수출에 모두 기여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장비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시 곳곳의 건물 옥상이나 전신주 근처에 설치되어 데이터와 음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게 해 줍니다. 구미에서 나온 장비들이 여러 나라의 통신 인프라에 설치되면서, 결과적으로 세계 각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입니다.

연구 개발과 시범 생산의 중심 역할

구미 사업장은 생산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R&D)과 시범 생산 기능도 함께 담당합니다. 새로운 제품이 기획되면, 설계만 끝났다고 바로 대량 생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한 대로 성능이 나오는지, 불량률은 어느 정도인지 여러 단계를 거쳐 확인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구미 사업장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맡습니다.

  • 신제품의 초기 시범 생산을 진행해 공정상의 문제를 찾고 개선 방향을 제시합니다.
  • 새로운 소재나 부품, 공정 기술을 실제 생산 라인에 적용해 보고,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수준인지 검증합니다.
  • 다른 나라 생산 거점이 참고할 수 있는 표준 공정과 품질 기준을 정리해 기술 이전을 이끕니다.
  • 소량 다품종 생산을 통해 여러 종류의 모델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생산 체계를 유지합니다.

소량 다품종 생산은 한 가지 제품을 엄청나게 많이 만드는 대신, 여러 종류의 제품을 비교적 적은 수량씩 다양하게 만드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방식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거나,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한 제품을 내놓을 때 유리합니다. 구미 사업장은 이런 생산 방식에 맞게 설비와 인력을 운영하며, 미래 기술과 새로운 제품군에 대한 실험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람과 기술이 함께 쌓아 올린 생산 노하우

구미 사업장에서 다뤄지는 제품들은 대부분 정밀한 공정을 필요로 합니다. 화면을 여러 번 접었다 펴도 버티는 구조, 작지만 오래 가는 배터리, 신호를 멀리까지 안정적으로 보내는 안테나 기술 등, 하나하나가 오랜 경험과 실험을 통해 쌓여 온 결과물입니다. 이런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의 엔지니어와 생산 인력이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 온 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산 라인에서는 자동화 설비와 사람이 함께 일합니다. 로봇과 자동 장비가 반복적인 작업과 미세한 조립을 담당하는 동안, 사람은 공정을 설계하고, 문제를 찾고, 장비를 조정하며 품질을 관리합니다. 특히 새로운 제품을 처음 만들 때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구미 사업장은 이런 경험이 축적된 공간으로, 실수와 개선이 반복되면서 점점 더 완성도 높은 공정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쌓인 기술과 노하우는 단지 한 공장 안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생산 기지로 옮겨 가며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 번 검증된 공정과 품질 기준은 전 세계 여러 생산 라인에서 공통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구미에서의 작은 개선이 글로벌 규모의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구미 삼성전자 사업장은 눈에 보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뿐만 아니라, 그 뒤에서 조용히 작동하는 네트워크 장비와 생산 기술까지 함께 다루는 종합적인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품 하나가 손에 쥐어지기까지 어떤 길을 거쳐 오는지 떠올려 보면, 지도 한쪽에 표시된 이 공장이 또 다른 의미로 보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