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IRP 계좌를 만들던 날, 화면에 보이는 숫자들이 꽤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세액공제가 된다는데, 한도는 700만원이니 1,800만원이니, 나이에 따라 또 다르다고 해서 멈칫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둘러보면 “연금저축이 먼저다”, “IRP가 더 절세에 유리하다”는 말도 서로 달라서, 하나씩 정리해 보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적금이나 주식은 들어봤지만 IRP는 낯선 사람도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IRP의 기본 구조와 세액공제 방식,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은 직장인,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는 사람이 스스로 노후 자금을 준비하도록 만든 계좌입니다.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은행·증권사·보험사에 계좌를 열어 직접 운용할 수 있다는 점, 둘째, 일정 한도 안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세액공제 덕분에 연말정산 때 실제로 돌려받는 세금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노후 대비 + 절세”를 동시에 노리는 사람들에게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IRP에 얼마나 넣을 수 있는지부터 정리하기

IRP 계좌는 연금저축계좌와 함께 묶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이 두 계좌를 합쳐서 1년에 넣을 수 있는 최대 금액부터 살펴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IRP 계좌에는 다음과 같은 돈들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 퇴직금: 회사에서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IRP 계좌로 바로 넣는 경우
  • 자율입금: 본인이 매달 혹은 한 번에 추가로 넣는 돈
  • 연금저축 납입액: 연금저축계좌에 넣는 금액까지 합산

이 모든 금액을 합쳐서 1년에 최대 1,800만원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1,800만원은 “입금 가능한 총액 한도”일 뿐이고, 이 전체 금액이 다 세액공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세액공제에는 따로 정해진 한도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입금 한도: IRP + 연금저축 합산 1,800만원까지 입금 가능
  • 세액공제 한도: 이 중 일부만 세액공제 대상(나이 등에 따라 700만원 또는 900만원)

퇴직금은 이 1,800만원 한도 계산에서 보통 별도로 보지만, 실무에서 안내되는 내용에 따라 “IRP에 들어오는 모든 돈을 합쳐서 1,800만원”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혼동이 생기기도 합니다. 실제 세액공제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것은 자율입금과 연금저축 납입액이므로, 세금 혜택을 중심으로 생각할 때는 “내가 얼마를 직접 넣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세액공제 한도: 나이와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

IRP와 연금저축에 돈을 넣으면, 그중 일부는 세금 계산을 할 때 빼주는 혜택(세액공제)을 받습니다. 이때 “얼마까지 빼줄 것인가”를 정한 것이 세액공제 한도입니다.

세액공제 대상 금액

IRP와 연금저축을 합쳐서, 다음 한도 안에서 세액공제가 가능합니다.

  • 만 50세 미만: 연간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
  • 만 50세 이상: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법 개정에 따라 한시적으로 확대되어 적용되는 기간이 있으니, 실제 적용 연도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만 50세 이상이라도 다음에 해당되면 900만원이 아니라 7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가 됩니다.

  • 연봉(총급여)이 1억 2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 종합소득금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여기서 또 한 번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 IRP만 가입해도, 연금저축만 가입해도, 두 계좌를 합쳐서 세액공제되는 최대액은 700만원 또는 900만원입니다.
  • 두 계좌를 어떻게 나누어 넣을지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율: 내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비율

세액공제율은 “세액공제 대상 금액에 몇 퍼센트를 곱해 돌려줄지”를 나타냅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조금 더 높은 비율을 적용합니다.

  • 총급여 5,500만원 이하(또는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이하): 16.5%
  • 총급여 5,500만원 초과(또는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초과): 13.2%

예를 들어, 세액공제 대상 금액이 700만원이고, 내 총급여가 5,000만원이라면 700만원에 16.5%를 곱한 만큼 세금을 덜 냅니다.

계산식은 다음과 같은 느낌입니다.

  • 세액공제 금액 = (IRP + 연금저축 세액공제 대상 납입액) × 세액공제율

숫자로 보는 세액공제 예시

상황을 가정해서 계산해 보면 더 쉽게 와닿습니다.

예시 1: 총급여 5,000만원, 만 40세, 1년에 700만원 납입

  • 세액공제 대상 금액: 700만원
  • 세액공제율: 16.5%
  • 절세 효과: 700만원 × 16.5% = 115만 5천원

예시 2: 총급여 7,000만원, 만 55세, 1년에 900만원 납입

  • 세액공제 대상 금액: 900만원(소득 조건이 세부 기준에 맞는 경우)
  • 세액공제율: 13.2%
  • 절세 효과: 900만원 × 13.2% = 118만 8천원

두 예시를 비교해 보면, 연봉이 더 높은 사람은 비율(세액공제율)이 낮지만, 납입 금액이 더 많기 때문에 절대적인 금액은 오히려 비슷하거나 조금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과 IRP: 한도를 나누는 전략

실제로 계좌를 운용할 때 중요한 점은, “연금저축과 IRP를 어떻게 나눠서 채울 것인가”입니다. 두 계좌는 세액공제 한도를 같이 쓰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금저축 단독 한도와 IRP의 보완 역할

연금저축계좌는 계좌 하나만으로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연금저축 세액공제 한도: 연간 600만원(일반적으로), 특정 조건에서 만 50세 이상은 900만원까지 허용되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다만 현재는 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어, 실제 적용 연도별로 “만 50세 이상, 연금저축 단독 900만원 인정 여부”는 그때그때 확인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서 700만원 또는 900만원 한도를 채우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비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많이 쓰이는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연금저축에 먼저 일정 금액을 넣고,
  • 그 다음 IRP로 나머지 한도를 채우는 방식

예를 들면, 만 50세 이상이고 세액공제 한도가 900만원까지 되는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은 조합이 가능합니다.

  • 연금저축 600만원 + IRP 300만원 = 총 900만원 세액공제
  • 연금저축 400만원 + IRP 500만원 = 총 900만원 세액공제

둘 중 어느 쪽이든 세액공제 금액만 놓고 보면 차이가 없지만, 인출할 때의 유연성이 다르기 때문에 전략이 달라집니다.

왜 연금저축을 먼저 채우는 경우가 많을까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순서를 택합니다.

  1. 연금저축 계좌에 먼저 원하는 만큼 채운다.
  2. 남은 세액공제 한도는 IRP에 채워 넣는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인출 조건의 차이 때문입니다.

  • 연금저축계좌: 중도 인출 시에도 비교적 제약이 덜하고, 연금소득세가 부과되는 방식으로 나갑니다. 물론 아무 때나 빼면 불이익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좋습니다.
  • IRP 계좌: 원칙적으로 만 55세 이후에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이 기본입니다. 조건을 지키지 않고 중도에 해지하거나 일시금으로 찾으면 기타소득세(16.5%)를 내야 하므로, 중간에 깨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혹시 중간에 돈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유연성이 있는 연금저축 계좌를 먼저 채우고, 진짜로 노후까지 묶어둘 수 있는 금액만 IRP에 넣는 방향이 더 현실적입니다.

IRP를 활용할 때 기억해 둘 수 있는 팁들

세부 규정은 매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IRP를 운용하면서 큰 틀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들을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 한도는 매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IRP와 연금저축을 합쳐서 세액공제 한도가 700만원 또는 900만원까지 나온다면, 여유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이 한도를 가능한 한 채우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 현재 내는 세금을 바로 줄이면서,
  • 노후에 사용할 자산을 차곡차곡 쌓는 효과가 동시에 생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활비와 비상자금, 단기 목표 자금(전세금, 학비 등)을 먼저 확보한 뒤, 진짜로 장기 투자가 가능한 금액으로만 한도를 채우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바뀌는 구간을 의식해서 설계하기

만 50세 이상이 되면 세액공제 대상 한도가 넓어지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나이에 따라 제도가 달라지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해당 나이대에 들어갈 즈음에는 다음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앞으로 몇 년 동안 세액공제 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 해당 기간 동안은 납입 금액을 평소보다 조금 더 늘릴 수 있을지 검토하기

다만, 이 부분은 제도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법 개정으로 유효 기간이나 조건이 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납입 계획을 세울 때는 그 해의 정확한 규정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소득 구간을 확인해 세액공제율을 가늠하기

내가 어느 세액공제율(13.2%인지, 16.5%인지)에 속하는지 알고 있으면, IRP에 넣었을 때 대략 어느 정도 절세 효과가 있을지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 총급여 5,500만원 이하라면 16.5%
  • 그보다 높다면 13.2%

예를 들어, 연봉이 5,400만원인 사람과 5,600만원인 사람은 같은 금액을 납입하더라도 돌려받는 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소득 구간을 기준으로 납입 계획을 조금 조절해 볼 수도 있습니다.

연말에 몰아서 넣어도 괜찮다는 점

IRP와 연금저축은 “언제” 넣느냐보다는 “그 해에 얼마를 넣었느냐”가 세액공제에서 중요합니다. 따라서 매달 나눠 넣지 않고, 연말정산 전에 한꺼번에 넣더라도 세액공제 혜택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찍부터 나눠서 넣는 것이 운용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매달 꾸준히 투자하면 시장의 등락을 분산해서 겪을 수 있고, 예금이든 펀드든 시간의 힘을 더 오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IRP는 중도 해지를 전제로 하면 손해가 크다

IRP를 열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급할 때 깨면 세금이 많이 나간다”는 점입니다. 노후를 위해 묶어두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계좌라서, 그에 맞게 세제 혜택과 불이익이 같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 원칙: 만 55세 이후 일정 기간에 걸쳐 연금으로 수령
  • 예외: 중도 해지 시 그동안 받은 세제 혜택을 토해내는 의미로 기타소득세(16.5%) 부과

따라서 만약 몇 년 안에 집을 사거나 큰돈을 쓸 계획이 있다면, 그 돈까지 IRP에 넣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말로 노후까지 건드리지 않을 자금”만을 IRP에 넣는 것이 좋습니다.

퇴직금을 IRP로 받으면 세금 구조가 달라진다

직장을 그만둘 때 받는 퇴직금을 어떻게 받느냐도 중요합니다.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퇴직금을 한 번에 받는 경우
  • 퇴직금을 IRP 계좌로 옮겨서 연금처럼 나누어 받는 경우

퇴직금을 IRP로 옮기면, 우선 퇴직소득세 납부 시점을 뒤로 미룰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연금 형식으로 나누어 받을 때는 퇴직소득세의 일정 부분을 감면해 주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생깁니다. 흔히 “퇴직소득세의 30% 감면”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지만, 실제 감면율과 적용 방식은 세법에 따라 세부 조건이 나뉘므로, 정확한 금액은 퇴직 시점의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핵심은, 퇴직금을 바로 써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IRP로 옮겨서 연금화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대체로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세제 혜택만큼 중요한 운용 수익률

IRP에 돈을 넣는 순간의 세액공제 혜택은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러나 노후 자산을 생각했을 때 더 중요한 것은 계좌 안에서 얼마나 잘 불리느냐입니다. IRP 안에서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 예금, 적금처럼 원금을 비교적 안전하게 지키는 상품
  • 채권, 채권형 펀드
  • 국내·해외 주식형 펀드, ETF 등
  •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수익과 손실 가능성이 모두 있는 상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과 투자 기간을 고려해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비율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공격적으로만 운용하다가 손실이 커지면 세액공제 혜택이 무색해질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보수적으로만 운용하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 가치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결국 IRP는 “세금 혜택을 받으면서, 긴 시간에 걸쳐 자산을 키우는 통로”라는 점을 기억하고, 세금과 수익률을 함께 관리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IRP와 연금저축을 둘러싼 규정은 해마다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실제로 가입하거나 납입액을 늘리기 전에 그 해의 정확한 세법과 상품 설명서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만 큰 틀에서 보면, 입금 한도 안에서 세액공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고, 인출 시점을 노후로 길게 가져가며, 계좌 안에서 자산을 적절히 배분해 운용한다는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