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집에 있던 프린터로 숙제 자료를 뽑던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몇 장 안 뽑은 것 같은데 잉크가 금방 떨어지고, 새 카트리지를 사려고 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서 놀랐습니다. 그때부터 “조금 더 싸게, 부담 없이 마음껏 출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이야기되는 무한잉크 시스템을 알게 되었고, 특히 HP 프린터에 적용하는 방법과 주의할 점을 하나씩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직접 손을 대기 전에 머릿속에서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이게 정말 나에게 맞는 선택인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HP 프린터에 무한잉크 시스템(Continuous Ink Supply System, CISS)을 설치하는 일은 단순히 “싸게 출력하겠다”라는 욕심만으로 시작하기에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설치 과정에서 프린터를 분해하거나, 잉크 카트리지를 개조해야 할 수도 있고, 잘못 설치하면 잉크가 새어나오거나 프린터 자체가 고장날 위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와 원리를 차분히 이해하고, 필요한 준비를 갖추고, 주의할 점을 잘 지키면 인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무한잉크는 기본적으로 프린터 안에 들어가는 작은 카트리지 대신, 프린터 밖에 큰 잉크통을 두고 호스로 연결해 계속 잉크를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HP의 많은 잉크젯 프린터는 카트리지 안에 인쇄 헤드가 같이 들어 있는 구조라서, 이 카트리지를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구멍을 내고 호스를 꽂는 형태로 개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린터 모델에 따라 구조와 방식이 달라 설치 난이도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용 중인 모델이 무한잉크용 키트와 잘 맞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에서는 준비 과정부터 설치, 그리고 장단점까지 한 번에 정리해보겠습니다. 실제로 손을 대기 전에 어떤 부분이 어렵고, 나와 맞는 선택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한잉크 설치 전에 꼭 생각해야 할 점
무한잉크를 설치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몇 가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으면 설치 후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인쇄량입니다. 한 달에 몇 장 정도를 출력하는지 대략 떠올려보면 도움이 됩니다. 학교 과제나 간단한 문서를 가끔 뽑는 정도라면, 무한잉크 설치로 얻는 이득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원 프린트, 과제물, 자료 모음, 사진이나 컬러 자료 등 인쇄할 일이 자주 생기고, 한 번에 수십 장씩 뽑는 일이 있다면 무한잉크의 장점이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둘째로, 손재주와 도전 의지입니다. 무한잉크 설치는 “설명서만 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프린터를 열어야 할 수도 있고, 카트리지에 구멍을 뚫어야 하고, 잉크가 새지 않게 호스를 고정해야 하며, 초기 셋팅에서 공기를 최대한 빼줘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차분히, 실수 없이 진행할 자신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손재주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처음부터 전문 설치업체를 이용하는 편이 오히려 안전할 수 있습니다.
셋째로, 보증과 고장에 대한 각오입니다. 무한잉크를 달면 거의 모든 경우에 제조사의 무상 A/S 보증은 사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프린터 내부를 개조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고장이 나더라도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는 수리를 거부하거나 유상으로만 처리하는 일이 많습니다. 또, 무한잉크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그 책임을 제조사가 지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을 감수할 수 있는지 미리 생각해두어야 합니다.
HP 프린터에 사용하는 무한잉크 키트의 구성
HP 프린터용 무한잉크 키트는 보통 다음과 같은 구성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제 구성은 판매처나 키트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기본 뼈대는 비슷합니다.
- 프린터 모델에 맞도록 제작된 전용 카트리지 또는 개조용 어댑터
- 잉크가 담길 외부 잉크통(각 색상별 칸이 구분된 통)
- 카트리지와 잉크통을 연결하는 호스(튜브)
- 호스를 카트리지와 프린터 내부에 고정하기 위한 클립, 스티커 등
- 구멍을 막거나 연결해주는 고무 마개, 어댑터, 주사기 등 보조 도구
- 설명서 또는 도식 안내
여기에 추가로 다음과 같은 도구를 직접 준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작은 드릴이나 송곳류 도구(카트리지에 구멍을 낼 때 사용)
- 칼, 가위(스티커나 테이프를 자르거나, 작은 가공을 할 때 사용)
- 장갑과 휴지, 키친타월(잉크가 손이나 책상에 묻는 것을 줄이기 위해 필요)
- 드라이버(프린터 뚜껑 안쪽의 플라스틱 커버를 제거해야 할 때 사용)
HP 프린터는 구조상 카트리지 안에 인쇄 헤드가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카트리지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구멍만 내고 연결하는 방식이 자주 쓰입니다. 일부 모델에서는 아예 무한잉크 호스와 잘 호환되도록 만들어진 전용 카트리지를 따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자기 프린터와 정확히 호환되는 키트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HP 프린터 무한잉크 설치 과정 정리
설치 과정 자체는 크게 보면 비슷합니다. 다만 프린터 모델과 키트 종류에 따라 세부 순서나 사용하는 도구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키트에 포함된 안내서를 함께 보면서 과정을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기존 카트리지 분리와 준비
먼저 프린터 전원을 끈 상태에서 덮개를 열어, 안쪽에 있는 잉크 카트리지를 조심스럽게 분리합니다. 카트리지는 쉽게 빠지지만, 안쪽 바닥에 잉크가 묻어 있을 수도 있으니 흔들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카트리지 상단에는 스티커나 라벨이 붙어 있는데, 이 라벨이 잉크가 들어가는 구멍 또는 공기구멍을 가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라벨을 칼이나 손톱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떼어내면, 안쪽에 작은 구멍이나 움푹 파인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뜯으면 카트리지 플라스틱이 함께 손상될 수 있으니 조금씩 천천히 떼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키트 설명서에서 특정 위치에 새로 구멍을 내라고 안내한다면, 작은 드릴이나 송곳을 이용해 그 부분에 구멍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때 너무 크게 뚫으면 나중에 호스를 꽂아도 헐거워 잉크가 샐 수 있고, 너무 작게 뚫으면 어댑터가 들어가지 않으니 안내된 크기와 위치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카트리지와 호스 연결
카트리지에 구멍을 냈다면, 이제 무한잉크 키트에서 제공하는 연결 부품을 이용해 호스를 고정합니다. 보통 다음과 같은 방식이 많습니다.
- 고무 마개에 호스를 끼운 뒤, 이 고무 마개를 카트리지 구멍에 꽉 눌러 넣는 방식
- 카트리지 구멍에 주사기 같은 어댑터를 박고, 그 어댑터에 호스를 연결하는 방식
어떤 방식이든 중요한 것은 “빈틈 없이 꽉 맞게”입니다. 연결 부위가 조금이라도 헐거우면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가 들어가 잉크 흐름이 끊기거나, 잉크가 옆으로 새어나올 수 있습니다. 연결 후에는 손으로 살짝 흔들어보면서 쉽게 빠지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색상별 호스가 정확한 카트리지에 들어가는지도 꼭 확인해야 합니다. 검정, 파랑, 빨강, 노랑 등이 섞여서 연결되면 인쇄 시 색깔이 완전히 엉망이 됩니다. 보통 호스에 색깔 스티커가 붙어 있거나, 잉크통에도 색깔 표시가 되어 있으니, 이 표시들이 서로 일치하도록 맞추면 됩니다.
3. 외부 잉크통 준비와 잉크 주입
이제 프린터 밖에 둘 외부 잉크통을 준비합니다. 잉크통 안에는 색깔별로 칸이 나뉘어 있고, 각각의 칸은 해당 색상 호스와 연결됩니다.
잉크를 넣을 때는 잉크통을 평평한 곳에 두고, 흔들지 않으면서 각 칸에 해당 색 잉크를 조심스럽게 붓습니다. 너무 가득 채우면 이동 중에 넘칠 수 있으므로, 보통 70~80% 정도까지만 채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외부 잉크통에는 공기구멍 역할을 하는 작은 구멍이나 고무 마개, 필터 같은 것이 달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쇄를 할 때는 이 공기구멍이 막히지 않아야 잉크가 부드럽게 내려옵니다. 평소에는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살짝 막아두다가, 실제로 인쇄를 자주 할 때에는 설명서에 나온 대로 공기구멍을 열어두는 식으로 관리하면 됩니다.
4. 잉크 프라이밍: 호스 안을 잉크로 채우는 과정
호스와 카트리지, 잉크통이 연결됐다고 해서 바로 인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호스 안이 공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 공기를 빼내고 잉크로 채워줘야 합니다. 이 과정을 프라이밍이라고 부릅니다.
방법은 키트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쓰입니다.
- 외부 잉크통을 프린터보다 약간 높게 들어 올려, 중력 차이로 잉크가 호스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도록 하는 방식
- 카트리지 바닥면이나 측면의 고무 패킹 부분에 주사기를 연결해, 안쪽 공기를 살짝 빼내면서 잉크가 빨려 들어오게 만드는 방식
어떤 방법을 쓰든, 호스 안에 공기 방울이 최대한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기 방울이 많으면 출력 중 잉크가 끊겨 줄이 생기거나, 일부 색상이 흐리게 나올 수 있습니다. 완전히 없애는 것이 어렵더라도, 굵은 공기층이 길게 남아 있지 않도록 최대한 정리해주는 편이 좋습니다.
5. 프린터 안에 카트리지와 호스 배치
호스 안에 잉크를 어느 정도 채웠다면, 다시 프린터로 돌아가 카트리지를 제자리에 꽂아야 합니다. 이때 카트리지가 프린터 헤드 캐리지에 제대로 고정되었는지, 덜렁거리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은 호스를 내부에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프린터 내부에는 헤드 캐리지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데, 이때 호스가 당겨지거나 걸리면 인쇄 중에 멈추거나, 호스가 찢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킵니다.
- 캐리지가 왼쪽 끝과 오른쪽 끝으로 움직일 때, 호스가 너무 팽팽해지지 않도록 적당한 여유를 둡니다.
- 호스가 바닥에 질질 끌리거나, 내부 기어와 맞닿지 않도록 클립이나 스티커를 사용해 고정합니다.
- 덮개를 닫았을 때 호스가 눌리거나 구겨지지 않는 위치를 찾아 정리합니다.
키트에서 제공하는 작은 플라스틱 클립들은 이때 큰 도움이 됩니다. 프린터 내부의 평평한 부분에 부착한 뒤, 그 위에 호스를 살짝 걸쳐두면 어느 정도 고정이 됩니다. 여러 번 캐리지를 좌우로 움직여 보면서, 움직임에 따라 호스가 어떻게 따라오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6. 외부 잉크통 위치 결정
프린터 밖에 놓을 외부 잉크통은 위치에 따라 잉크 흐름이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는 다음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 프린터와 비슷한 높이나 약간 낮은 위치에 두는 것이 안정적입니다.
- 너무 높은 곳에 두면 중력 때문에 잉크가 과하게 흘러나와, 카트리지 쪽에 잉크가 새거나 먹물이 고일 수 있습니다.
- 너무 낮게 두면 잉크가 잘 올라가지 않아 인쇄가 흐리게 나오거나, 공기가 다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프린터를 자주 움직이지 않을 자리라면, 잉크통을 최대한 흔들리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무한잉크가 설치된 프린터는 이동할 때 잉크가 튈 위험이 커서, 가능하면 처음 놓은 자리에서 계속 사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7. 테스트 인쇄와 점검
설치가 모두 끝나면 프린터 전원을 켜고, 내부에서 카트리지를 인식하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일부 HP 모델은 비정품이나 개조된 카트리지를 감지해 경고 문구를 띄우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 설정 메뉴에서 관련 경고를 해제하거나, 안내에 따라 계속 진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후에는 프린터 메뉴에서 노즐 검사, 인쇄 품질 테스트 같은 기능을 실행해봅니다. 이 테스트 페이지에는 보통 색깔별로 줄무늬나 패턴이 인쇄되는데, 다음과 같은 부분을 살펴보면 됩니다.
- 어떤 색깔은 선이 끊겨 나오지는 않는지
- 전체적으로 색이 너무 연하거나 얼룩이 생기지는 않는지
- 검정 글자가 흐리게 번지거나, 뭉개져 보이지는 않는지
문제가 있다면 프린터 메뉴에서 헤드 청소 기능을 두세 번 실행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호스에 공기가 다시 들어갔는지, 잉크통 공기구멍이 막혀 있지는 않은지, 호스가 꺾이지 않았는지 등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린터 바닥, 호스 연결 부분에 잉크가 조금이라도 맺혀 있는지 살피면서 누수가 없는지도 같이 점검합니다.
무한잉크 시스템의 장점
무한잉크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인쇄 비용 절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쓰면서 느끼게 되는 장점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인쇄 비용의 큰 절감 효과
정품 잉크 카트리지는 개당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몇 번 교체하다 보면 프린터 본체 값과 맞먹는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한잉크 시스템을 쓰면 대량 인쇄를 할 때 잉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품 잉크 대비 1/10 수준, 혹은 그보다 더 저렴해지는 예도 있습니다. 특히 시험 기출문제, 요약자료, 연습문제 등을 자주 인쇄하는 환경이라면 이 차이가 실제 체감으로 느껴질 정도로 큽니다.
2. 자주 갈지 않아도 되는 넉넉한 잉크 용량
외부 잉크통은 일반 카트리지와 비교하면 용량이 매우 큽니다. 한 번 가득 채워두면 상당히 오랫동안 인쇄할 수 있어, 수시로 카트리지를 뺏다 끼웠다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잉크가 거의 다 떨어질 때까지 그냥 그대로 쓰다가, 어느 날 한 번에 보충해주면 되기 때문에 관리가 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3. 잉크통이 보여주는 직관적인 잔량 확인
무한잉크용 외부 잉크통은 대부분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프린터를 켜지 않아도, 한눈에 잉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품 카트리지는 컴퓨터 화면이나 프린터 패널을 봐야 잔량을 짐작할 수 있지만, 무한잉크는 그냥 옆을 흘끗 보기만 해도 잔량을 알 수 있는 점이 편리합니다.
4. 카트리지 폐기량 감소로 인한 환경 부담 감소
잉크 카트리지는 플라스틱과 전자부품, 잉크 잔량 등이 섞여 있어 일반 쓰레기처럼 버리기 애매한 물건입니다. 무한잉크 시스템에서는 같은 카트리지를 오랫동안 사용하거나, 외부 잉크통만 계속 채워서 쓰기 때문에 버려지는 카트리지 개수가 줄어듭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쓰레기 양을 줄이고, 환경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무한잉크 시스템의 단점과 주의할 점
무한잉크가 항상 좋은 선택인 것은 아닙니다. 장점만큼이나 분명한 단점과 주의해야 할 점이 존재합니다. 이 부분을 충분히 이해해야 실제 선택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1. 설치 난이도와 고장 위험
무한잉크 설치는 단순한 액세서리 장착이 아니라, 프린터 구조를 바꾸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카트리지를 잘못 뚫거나, 호스를 덜렁거리게 두거나, 프라이밍을 서둘러 진행하면 잉크가 내부에 새거나 노즐이 막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 번 엉망이 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잉크가 프린터 내부 기판이나 전자부품에까지 흘러 들어가면, 단순 세척으로 해결되지 않고 완전히 고장 날 위험도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자신이 직접 설치하는 것보다 검증된 업체에 맡기는 편이 마음이 편해 보이기도 합니다.
2. 제조사 무상 A/S 보증 종료
프린터 제조사 입장에서는 무한잉크 설치가 “제품 개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무한잉크가 장착된 상태의 프린터는 대부분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무상 보증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심지어 무상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내부에 외부 장치를 임의로 연결한 흔적이 있으면 무상 수리가 거부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설치 후에 생기는 고장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프린터 수리 비용과 새 프린터를 사는 비용을 비교해보고,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잉크 품질에 따른 인쇄 문제
무한잉크용 잉크는 종류와 품질이 매우 다양합니다. 너무 저렴한 잉크를 사용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 노즐이 쉽게 막혀서 줄이 생기거나 일부 색이 빠짐
- 색상이 원래보다 탁해 보이거나, 사진 인쇄 품질이 떨어짐
- 인쇄물이 마르는 시간이 길어져 손으로 문질렀을 때 번짐
이 때문에 무한잉크를 쓰기로 결정했다면, 잉크 선택에서도 어느 정도는 신뢰할 만한 제품을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너무 싸다고 알려진 잉크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아끼는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는 프린터 수명과 출력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4. 누수와 주변 오염 가능성
호스 연결 부위가 조금만 헐거워도, 시간이 지나면서 잉크가 한 방울씩 새어나올 수 있습니다. 프린터 바닥이나 책상 위에 잉크가 고이면, 주변 물건을 오염시키거나, 플라스틱과 고무 재질에 변색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 잉크통을 실수로 건드려 넘어뜨리면, 한 번에 많은 잉크가 쏟아질 위험도 있습니다. 잉크는 물로 어느 정도 닦이긴 하지만, 완전히 깨끗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설치 후에는 주기적으로 연결 부위를 점검하고, 잉크통 주변을 정리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5. 프린터 주변 공간과 외관 문제
무한잉크 시스템은 프린터 옆에 꽤 큰 잉크통이 자리 잡고, 그 사이를 호스가 연결합니다. 이 구조는 실용적이지만, 책상 위가 깔끔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프린터를 벽에 딱 붙여놓기보다, 잉크통과 호스가 들어갈 여유 공간을 남겨둬야 해서 공간 활용 측면도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6. 펌웨어 업데이트와 인식 문제
HP 프린터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보안을 강화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비정품 카트리지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변경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런 업데이트가 적용되면, 그동안 잘 쓰던 무한잉크 카트리지가 갑자기 “인식 불가”로 뜨는 현상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한잉크를 사용하는 경우, 프린터 펌웨어를 자동으로 최신 버전으로 올리는 기능을 꺼두거나, 업데이트를 하기 전에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이미 업데이트 후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다운그레이드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 사전 주의가 특히 중요합니다.
7. 지속적인 관리 필요성
정품 카트리지를 그대로 쓰는 경우에는 프린터를 자주 켜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무한잉크는 조금 다르게 관리해야 합니다. 잉크가 호스와 카트리지 안에 길게 머물러 있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일부 잉크가 굳거나 농도가 변해 노즐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간단한 문서를 출력해 잉크가 조금씩이라도 흐르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호스가 꺾이거나, 잉크통 공기구멍이 막히지 않았는지 정기적으로 살펴보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8. 프린터 이동의 어려움
무한잉크가 장착된 프린터를 다른 방이나 다른 장소로 옮길 때는, 잉크통과 호스를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프린터를 살짝만 기울여도 잉크가 호스 안에서 움직이거나, 잉크통에서 넘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사나 책상 위치 변경처럼 프린터를 자주 옮겨야 하는 환경에서는 무한잉크가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부 사용자들은 이동 전 잉크통 공기구멍을 모두 막고, 프린터와 잉크통을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하면서 조심스럽게 옮기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안전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무한잉크가 어울리는 경우와 다른 선택지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HP 프린터에 무한잉크 시스템을 설치하는 선택은 다음과 같은 사용자에게 특히 잘 맞습니다.
- 한 번에 여러 장씩, 일상적으로 인쇄할 일이 많은 경우
- 조금 복잡한 설치 과정이라도 시간 들여 차분히 해볼 의지가 있는 경우
- 제조사 무상 보증이 없어지는 부분을 감수할 수 있는 경우
- 프린터를 한 자리에 두고, 자주 옮기지 않을 계획인 경우
반대로 인쇄량이 많지 않거나, 기계 구조를 만지는 일이 부담스럽고, 혹시 고장이 나더라도 안전하게 제조사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다른 선택지가 더 어울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품 카트리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 대체용 호환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방법, 또는 처음부터 잉크 탱크 방식이 내장된 정품 무한 프린터를 구입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HP에서도 이런 형태의 제품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어, 별도의 개조가 필요 없고 A/S 보증도 유지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떤 방식을 고르든, 자신이 프린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앞으로 어느 정도 인쇄를 하게 될지, 그리고 고장과 관리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를 차분히 생각해보면 선택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무한잉크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이지만, 그만큼 준비와 이해가 함께 따라와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해주는 시스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