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홍콩에 갔을 때, 공항에서 환전 창구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잠깐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미리 준비해 둔 체크카드 하나만 제대로 사용하면 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행 경비를 어떻게 나눠 쓸지, 언제 현금을 뽑고 언제 카드를 쓸지 조금만 미리 계획해 두었더니, 현지에서 돈 때문에 불안해지는 순간이 훨씬 적어졌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홍콩에서 좀 더 여유 있게 쓰는 방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홍콩에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트래블로그 카드를 홍콩에서 제대로 활용하려면 출국 전에 해둘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준비를 잘 해두면 현지에서 환율이나 수수료 때문에 당황할 일이 줄어듭니다.

먼저 홍콩 달러(HKD)를 미리 환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트래블로그 앱에서는 실시간 환율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며칠 정도 환율을 지켜보다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때 홍콩 달러로 바꿔 두면 됩니다. 숙박비, 교통비, 식비, 간식과 쇼핑 비용까지 대략적으로 예상해 보고, 여유를 조금 두고 충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너무 딱 맞게 충전하면, 현지에서 급하게 추가 환전을 해야 할 때 환율이 불리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비상용으로 원화(KRW) 잔액도 소액 정도 남겨 두는 것입니다. 혹시 홍콩 달러를 예상보다 빨리 써버렸거나, 갑자기 다른 통화를 써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도움이 됩니다.

출국 전에 카드가 정상적으로 쓸 수 있는 상태인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트래블로그 앱에서 카드 상태를 체크하고, 잠금 기능이 켜져 있지 않은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해외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면 4자리 PIN 번호가 필요하니, 평소에 쓰는 체크카드 비밀번호가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트래블로그 앱도 미리 설치해서 로그인까지 해 두면 편리합니다. 앱에서 할 수 있는 기본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재 잔액과 통화별 잔액 확인
  • 원화와 홍콩 달러 간 환전
  • 분실·도난 시 카드 잠금 또는 정지
  • 사용 내역 조회

이 기능들을 한 번씩 눌러보며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익혀 두면, 홍콩 현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보조 결제 수단입니다. 어떤 카드든 기술적인 오류나 가맹점 단말기 문제로 결제가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트래블로그 카드 말고도 다른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한두 장, 그리고 작은 액수의 현금(원화나 달러 등)을 따로 준비해 두면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

홍콩에서 ATM으로 현금을 뽑을 때 알아둘 점

홍콩에서는 옥토퍼스 카드(Octopus Card)와 현금을 쓸 일이 꽤 많습니다. 특히 옥토퍼스 카드는 지하철(MTR), 버스, 트램, 페리뿐 아니라 편의점이나 일부 식당에서도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트래블로그 카드로 옥토퍼스를 바로 충전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합니다. 옥토퍼스를 채우려면 꼭 현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ATM에서 홍콩 달러 현금을 뽑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홍콩 시내에서는 HSBC, Hang Seng Bank, Standard Chartered Bank 등 주요 은행 ATM에서 트래블로그 카드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보통 ATM 앞이나 화면 근처에 Visa, Mastercard, Plus, Cirrus 같은 로고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 로고가 있으면 국제카드 인출이 가능한 기기라고 보면 됩니다.

인출할 때는 몇 가지를 유의해야 합니다. 트래블로그 자체에서는 해외 ATM 인출 수수료를 면제해 주지만, ATM을 운영하는 현지 은행이 별도의 수수료를 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화면에 수수료 안내 문구가 뜰 수 있으니, 인출 전 내용을 한 번 읽어 보고 진행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 번에 너무 큰 금액을 뽑아 지갑에 넣고 다니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적당한 금액씩 나누어 인출하는 습관이 안전합니다.

ATM에서 언어를 고르는 화면이 나오면 영어를 선택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계좌 종류를 묻는 단계에서는 Checking Account(체킹 계좌)나 Savings Account(저축 계좌)를 선택하면 되는데,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있어도 인출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통화 선택입니다. 어떤 ATM은 인출 금액을 원화(KRW) 기준으로 보여주면서 “원화로 계산할까요, 홍콩 달러로 계산할까요”라고 묻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능을 DCC(Dynamic Currency Conversion)라고 부르는데, 표면상으로는 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환율이 불리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중 환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이런 선택지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면에 원화로 표시된 금액과 홍콩 달러 중에서 선택하라고 나오면 반드시 HKD, 즉 홍콩 달러 기준을 선택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현금을 인출했다면 이제 옥토퍼스 카드를 충전할 차례입니다. 공항이나 MTR 역 내의 서비스 카운터, 지하철 역사 내의 충전기,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에서 현금으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여행 초반에 교통비를 넉넉히 계산해서 한 번에 조금 넉넉히 충전해 두면 이동할 때마다 결제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트래블로그 카드로 결제할 때의 요령

홍콩의 쇼핑몰, 호텔, 대형 마트, 관광지 매표소 등에서는 대부분 카드 결제가 잘 됩니다. 트래블로그 카드는 Visa 또는 Mastercard 계열이므로, 매장 입구나 계산대 근처에 이 로고가 붙어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단말기에 카드를 꽂거나 터치했을 때, 직원이 어떤 통화로 결제할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단말기 화면에 “HKD로 결제 / KRW로 결제”처럼 선택지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현지 통화인 홍콩 달러(HKD)를 선택해야 합니다. 원화 결제를 선택하면 매장에서 사용하는 환율과 카드사 환율이 동시에 개입해서 실제보다 비싼 금액을 지불하게 될 수 있습니다. 트래블로그의 환전 우대나 해외 수수료 면제 같은 장점을 제대로 살리려면, 항상 “현지 통화 결제”를 고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일부 소규모 가게나 현금 위주로 영업하는 가게에서는 카드 결제를 아예 받지 않거나, 최소 결제 금액을 정해 두기도 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괜히 시간을 쓰지 말고 바로 현금이나 옥토퍼스로 결제 방식에 맞춰 주는 것이 편합니다.

어디서 카드를 쓰고, 어디서 현금을 쓸지 나누기

홍콩에서 트래블로그 카드를 비롯한 일반 카드 결제가 잘 되는 곳과, 현금 또는 옥토퍼스가 더 유리한 곳을 대략 구분해 두면 여행 경비 관리가 훨씬 쉬워집니다.

트래블로그 카드로 바로 결제를 하는 것이 편한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형 쇼핑몰과 브랜드 매장
  • 호텔, 레지던스, 일부 게스트하우스
  • 면세점, 백화점, 대형 약국 체인
  • 관광지 입장권 판매소나 온라인 예약 결제
  • 체인점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중 카드 단말기가 있는 곳

반대로 현금이나 옥토퍼스 카드를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곳도 있습니다.

  • 길거리 음식점, 포장마차, 노점
  • 골목 안 작은 식당, 현금 결제만 받는 로컬 가게
  • 야시장, 재래시장, 소규모 상점
  • MTR, 버스, 트램, 페리 등 대중교통(주로 옥토퍼스 사용)
  • 편의점에서 옥토퍼스 충전 또는 소액 결제

이렇게 사용처를 나누어 생각하면, 트래블로그 카드는 주로 금액이 크거나 영수증을 남겨 두면 좋은 결제(숙박, 쇼핑, 주요 관광지 입장료 등)에 사용하고, 현금과 옥토퍼스는 작은 금액이나 이동이 잦은 교통비 위주로 쓰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예산 관리도 쉬워집니다.

여행 중에 챙겨 두면 좋은 습관들

홍콩에 머무는 동안에도 트래블로그 앱을 가끔 열어 보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됩니다. 환율이 평소보다 크게 떨어진 시점이 보이면, 남은 일정과 지출 계획을 고려해서 추가로 홍콩 달러를 환전해 둘 수도 있습니다. 너무 자주 환전하는 것보다, 일정이 어느 정도 남았을 때 한두 번만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낫습니다.

또한 잔액과 사용 내역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비슷한 간식이나 기념품을 무심코 반복해서 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카드 사용 내역을 한 번에 쭉 보게 되면 어디에 돈을 많이 쓰고 있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본인이 하지 않은 결제가 보이거나 이상한 금액이 찍혀 있다면, 바로 카드 잠금을 걸고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됩니다.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도난을 당했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앱에서 분실 신고를 먼저 해야 합니다. 인터넷 환경이 잠시 안 좋다면, 가능한 빨리 통화가 되는 장소를 찾아 고객센터로 연락해 카드 정지를 요청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 아까 말한 보조 카드와 소액 현금이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여행이 끝난 뒤, 카드에 남아 있는 홍콩 달러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미리 생각해 두면 좋습니다. 다시 홍콩을 방문할 계획이 있거나, 다른 국가 여행에서도 트래블로그를 쓸 예정이라면 그대로 남겨 두어도 괜찮습니다. 굳이 다시 원화로 바꾸면 환전 수수료가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큰 금액이 아니라면 다음 여행 자금으로 남겨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홍콩에서 숙소나 투어, 입장권 등을 온라인으로 예약할 때도 트래블로그 카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결제 창에서 결제 통화를 선택하는 부분이 있다면, 가능한 한 HKD를 선택하는 편이 환율 면에서 유리합니다. 외화 결제 시에도 기본 원칙은 같습니다. 원화 결제보다 현지 통화를 선택하는 것이, 불필요한 환전 과정을 줄여 주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트래블로그 카드를 홍콩 여행에 활용할 때 핵심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출국 전에 미리 홍콩 달러를 적당히 환전해 두기, 현지에서는 항상 홍콩 달러 기준으로 결제 선택하기, 그리고 옥토퍼스와 현금을 병행해서 사용하는 구조를 만들어 두기입니다. 이런 기본 원칙만 지켜도, 환율과 수수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