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세제를 만들어 쓰게 된 건 집 안 청소를 한 번에 끝내고 싶어서였습니다. 싱크대에 기름때가 잔뜩 끼어 있고, 욕실 바닥은 미끌미끌하고, 전자레인지 안에는 튄 음식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보니 괜히 복잡한 세제를 여러 개 쓰기 싫어졌습니다. 그때 집에 있던 베이킹소다와 남은 주방 세제를 섞어 써 봤는데, 생각보다 잘 닦이고 냄새도 줄어들어서 그 뒤로는 아예 따로 만들어 두고 여기저기 돌려가며 쓰고 있습니다.

이 세제는 시중 세제 냄새가 부담스럽거나, 좀 더 순한 재료로 청소를 하고 싶은 분들께 특히 잘 맞습니다. 만들기도 간단하고,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만 알면 집안 대부분을 이 한 병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베이킹소다와 액체세제, 왜 같이 쓰는지

베이킹소다는 약알칼리성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기름때나 음식 찌꺼기처럼 산성에 가까운 때를 잘 분해해 줍니다. 또 미세한 입자가 있어 가볍게 문질러 주면 묵은 때를 떼어내는 데 도움이 되고, 냄새를 흡착하는 성질도 있어서 탈취에도 자주 사용됩니다.

여기에 액체세제, 특히 주방 세제를 섞으면 계면활성제가 더해져 기름이 물과 잘 섞이도록 도와줍니다. 계면활성제는 기름과 물 사이에 들어가 둘을 분리한 뒤 물에 섞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기름때가 더 쉽게 떨어지고 헹궈낼 때도 깨끗하게 씻겨 나갑니다.

세탁 세제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거품이 지나치게 많이 날 수 있고 헹굼이 오래 걸릴 수 있어서, 일반적으로는 주방 세제를 조금만 넣어 사용하는 편이 여러 표면에 쓰기에 더 편합니다.

필요한 준비물

집에 있는 것들만 있어도 금방 만들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만들면 오래 두고 쓰게 되므로, 처음에는 적당한 양부터 시도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 베이킹소다: 기름때 제거, 찌든 때 완화, 냄새 흡착에 사용됩니다.
  • 액체세제(주방 세제 권장):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여 오염물을 분해하고 헹굼을 도와줍니다.
  • 따뜻한 물: 베이킹소다가 잘 풀어지도록 도와줍니다.
  • 스프레이 용기 또는 밀폐 용기: 만들어 둔 세제를 보관하고 뿌려 쓰기 좋습니다.
  • 깔때기(선택): 용기에 세제를 옮겨 담을 때 편리합니다.
  • 에센셜 오일(선택): 레몬, 티트리, 라벤더 등 향을 더하고 싶을 때 몇 방울 넣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부 오일은 살균,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농도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보조적인 역할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본 레시피와 만드는 방법

여기서는 500ml 정도 용량의 스프레이 용기에 맞춘 비율을 기준으로 설명드립니다. 집에 있는 용기 크기에 맞추어 양을 비례해서 줄이거나 늘리면 됩니다.

기본 비율(약 500ml 용기 기준)

  • 따뜻한 물: 약 400ml
  • 베이킹소다: 2~3큰술(집에서 쓰는 밥숟가락 기준)
  • 액체세제(주방 세제): 1~2큰술
  • 에센셜 오일: 10~20방울(선택 사항)

베이킹소다 양을 조금 늘리면 세정력과 탈취력은 올라가지만, 너무 많으면 가라앉는 양이 많아져 사용 전에 더 자주 흔들어 주어야 합니다. 액체세제도 많이 넣을수록 거품이 늘어나므로, 처음에는 적은 양으로 시작해 보고 필요하면 조금씩 조절하는 편이 좋습니다.

만드는 순서

첫째, 스프레이 용기나 밀폐 용기를 깨끗이 씻고 물기를 말려 둡니다. 다른 세제가 남아 있으면 거품이 과하게 날 수 있습니다.

둘째, 용기에 베이킹소다를 먼저 넣습니다. 이때 깔때기를 사용하면 흘리지 않고 담기 편합니다.

셋째, 따뜻한 물을 부어 줍니다. 너무 뜨거운 물보다는 손으로 만졌을 때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정도가 좋습니다. 뚜껑을 닫고 용기를 부드럽게 흔들어 베이킹소다가 물에 어느 정도 풀어지도록 합니다. 일부가 가라앉아 있어도 사용에는 큰 문제는 없습니다.

넷째, 액체세제를 넣습니다. 세제를 넣은 뒤에는 거품이 너무 많이 생기지 않도록 힘차게 흔들기보다는 살살 돌려 섞어 줍니다.

다섯째, 에센셜 오일을 사용할 경우 이때 몇 방울 넣고 다시 한 번 부드럽게 섞어 줍니다. 향이 너무 강해지지 않도록 처음에는 적게 넣어 보고 필요하면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 만들었는지와 어떤 용도인지 알아보기 쉽게 용기 겉면에 간단한 라벨을 붙여 두면 나중에 헷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방에서의 활용 방법

주방은 기름때와 음식 찌꺼기가 많이 생기는 공간이라 이 세제를 가장 자주 사용하게 되는 곳입니다.

가스레인지와 싱크대

가스레인지 주변에 튄 기름이나 싱크대 안쪽의 누런 때는 이 세제를 바로 뿌린 뒤, 수세미나 부드러운 스펀지로 문질러 닦아냅니다. 기름때가 두껍게 쌓인 부분은 세제를 충분히 뿌린 뒤 5~10분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닦아내면 더 수월하게 떨어집니다.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안

전자레인지 안쪽 벽이나 유리판에 묻은 음식 자국에는 세제를 가볍게 분사한 뒤 젖은 행주로 닦고, 다시 한 번 마른 행주로 정리해 줍니다. 냉장고 안도 같은 방식으로 닦을 수 있는데, 음식이 직접 닿는 공간이므로 청소 후에는 깨끗한 물을 적신 행주로 한 번 더 닦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도마 관리

도마 위에 세제를 뿌린 뒤 부드러운 솔이나 수세미로 문질러 오염을 제거하고, 충분히 물로 헹궈줍니다. 도마 살균을 완전히 이 세제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이나 다른 살균 방법도 함께 사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욕실과 화장실 청소에 사용하는 법

욕실은 물때와 비누 때, 피부에서 떨어진 노폐물이 섞여 얼룩지기 쉬운 공간입니다. 이 세제를 사용하면 한 번에 넓은 면을 정리하기 좋습니다.

세면대, 변기 겉면, 욕조

세면대나 욕조, 변기 겉면에 세제를 골고루 뿌린 뒤 솔이나 스펀지로 문질러 줍니다. 미끄러운 비누 때나 묻어 있는 얼룩이 완화되면서 물에 함께 씻겨 나갑니다. 사용 후에는 물로 충분히 헹궈 주어야 표면에 세제가 남지 않습니다.

타일과 줄눈

욕실 바닥이나 벽의 타일 사이 줄눈은 곰팡이와 물때가 잘 끼는 부분입니다. 이곳에 세제를 뿌린 뒤 줄눈 전용 솔이나 오래된 칫솔로 문질러 주면 묵은 때가 조금씩 벗겨집니다. 이미 깊이 착색된 곰팡이는 이 세제만으로 완벽하게 없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꾸준히 사용하면 새로 생기는 오염을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됩니다.

거실, 가구, 바닥에 쓸 때의 요령

주방과 욕실만큼 더러워 보이지 않더라도, 거실과 가구, 바닥에도 먼지와 손때가 계속 쌓입니다. 이 세제를 희석해 사용하면 간단한 관리에 적합합니다.

테이블과 의자

플라스틱, 금속, 유리 재질의 테이블이나 의자에는 세제를 살짝 뿌린 뒤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주면 손때와 가벼운 얼룩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나무 가구의 경우 표면 코팅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물기가 오래 남지 않도록 세제를 바로 많이 뿌리기보다는 천에 조금 적셔 닦고, 이어서 마른 천으로 물기를 깨끗이 닦아내는 편이 안전합니다.

바닥 청소

물걸레질을 할 때 양동이나 통에 받는 물에 이 세제를 조금 섞어 사용하면 발자국 자국이나 찌든 때, 냄새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나무 마루나 코팅이 약한 바닥은 세제가 너무 진하지 않게 희석해서 사용하고, 물걸레질 후 바닥이 오래 젖어 있지 않도록 환기를 충분히 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냄새 제거용으로 활용하는 방법

베이킹소다는 냄새를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이 세제를 가볍게 분사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탈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신발장 안쪽, 쓰레기통 주변, 배수구 주변 타일 바닥 등에 세제를 뿌려 둔 뒤 조금 있다가 닦아내면 불쾌한 냄새가 완화됩니다. 패브릭 소파나 침구에는 직접적으로 듬뿍 뿌리는 것보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 먼저 소량 시험해 본 뒤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패브릭 제품은 재질에 따라 얼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들

사용 전 반드시 흔들기

베이킹소다는 시간이 지나면 용기 바닥에 가라앉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용할 때마다 용기를 위아래로 몇 번 가볍게 흔들어 내용물이 잘 섞이도록 한 뒤 분사하면, 첫 분사부터 마지막까지 비슷한 농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관 기간과 상태 확인

직접 만든 세제는 방부제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주 오래 두고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한 달 안쪽으로 사용을 마치는 편이 좋고, 중간에 색이 이상하게 변했거나 냄새가 예전과 다르게 나기 시작하면 더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직사광선이 강하게 닿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상태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먼저 작은 부분에 시험해 보기

어떤 재질이든 세제가 어떻게 반응할지 완전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변색이 걱정되는 가구나 바닥, 기구에는 티가 잘 나지 않는 구석진 곳에 소량 뿌려 닦아 본 뒤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넓은 면적에 사용하면 뜻밖의 손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사용을 피해야 하는 표면과 이유

모든 표면에 다 잘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재질에는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천연 대리석, 일부 화강암: 베이킹소다는 입자가 있어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표면 광택을 잃게 만들 수 있고, 세제 성분이 스며들어 얼룩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코팅되지 않은 나무: 물과 세제 성분이 나무 속으로 스며들어 뒤틀림이나 변색, 얼룩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전자기기 액정 화면: 휴대전화, TV, 노트북 등 액정 화면에는 전용 클리너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세제가 화면 코팅을 손상시키거나 얼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함께 쓸 때 주의할 점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섞으면 거품이 일고 이산화탄소 기체가 나오는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때 잠깐 동안 거품이 오염을 밀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두 물질이 서로를 중화하면서 알칼리성·산성 세정력이 모두 약해지는 면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반응 자체가 항상 세정력을 크게 올려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이 혼합물을 밀폐된 용기에 담아 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기체가 빠져나가지 못하면 압력이 높아져 용기가 변형되거나 파손될 우려가 있습니다. 만능 세제를 만들 때에는 베이킹소다와 액체세제만 사용하고, 식초를 이용하고 싶다면 세제를 완전히 닦아낸 뒤, 별도로 희석한 식초 용액을 뿌려 물때를 정리하거나 광택을 내는 식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피부 보호와 안전한 사용 습관

베이킹소다와 주방 세제는 일반적으로 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재료이지만, 장시간 손이 닿으면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민감한 분들은 자극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고무장갑이나 비닐장갑을 끼고 청소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청소 중에 눈에 튀지 않도록 주의하고, 만약 눈에 들어갔다면 즉시 깨끗한 물로 충분히 씻어내고 이상이 지속되면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용할 때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 두면 세제 냄새나 먼지가 한꺼번에 빠져나가 청소가 끝난 뒤 더욱 쾌적하게 느껴집니다.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이 세제를 장난감처럼 다루지 않도록, 사용 후에는 뚜껑을 꼭 닫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둔 베이킹소다와 액체세제 혼합 세제는 거창한 도구 없이도 필요한 곳에 바로 꺼내 쓸 수 있어 집안 곳곳을 더 가볍게 관리하도록 도와줍니다. 한 병을 만들어 두면, 청소를 미루고 싶어질 때에도 조금 덜 부담스럽게 손이 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