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계좌에 처음 접속했을 때, 숫자만 잔뜩 보이고 어디부터 눌러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퇴직연금을 관리하고 있다면, 도대체 어디서 ETF를 고르고 어떻게 비율을 나눠야 하는지 한참을 헤매게 됩니다. 막상 해보면 어렵지 않은데, 처음 시작할 때 누가 옆에서 한 번만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아래 내용은 그런 상황을 한 번에 정리해보려는 마음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근로복지공단형 퇴직연금(DC형)에서 ETF 가입 흐름

근로복지공단형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매달 퇴직금을 대신 적립하고, 그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는 근로자가 직접 선택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ETF를 선택해 운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모든 회사가 ETF 상품을 열어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먼저 제도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 제도와 퇴직연금 사업자 확인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 제도와 퇴직연금 사업자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 회사에서 운영하는 제도가 DC형인지, DB형(확정급여형)인지, DC형과 IRP를 함께 쓰는지 확인합니다.
  • 인사팀, 총무팀, 재무팀 등 퇴직연금 담당 부서에 문의해 퇴직연금 사업자(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가 어디인지, ETF 투자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서 “우리 회사 DC형은 ETF 선택이 안 됩니다”라는 답을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해당 DC형 계좌에서는 ETF 직접 투자가 불가능하며, 추후 IRP 계좌를 별도로 활용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합니다.

퇴직연금 사업자 시스템에서 ETF 선택

ETF 투자가 가능한 DC형 제도라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퇴직연금 사업자의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 공인인증서, 공동인증서, 아이디 등으로 로그인합니다.
  • 퇴직연금 메뉴에서 ‘운용 지시’, ‘상품 변경’, ‘자산배분 변경’과 같은 메뉴를 찾습니다.
  • 현재 운용 중인 상품 비율을 확인한 뒤, ETF를 추가하거나 기존 상품 비율을 조정합니다.

회사 규약에 따라 투자 가능한 상품군이 제한되어 있을 수 있고, TDF(타깃데이트펀드), 채권형 펀드,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함께 일부 ETF만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업자와 회사 규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실제 화면에서 확인하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ETF 종류와 투자 비율 설정

퇴직연금 계좌에서 선택 가능한 ETF는 일반 증권계좌에서 거래 가능한 ETF 전체보다 훨씬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제공됩니다.

  • 국내 주식형 ETF
  • 국내 채권형 ETF
  • 해외 주식 지수에 연동된 ETF(환헤지 여부는 상품별로 상이)
  • 혼합형 또는 자산배분형 ETF

각 ETF의 위험 등급, 과거 수익률, 보수 정보를 확인한 뒤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추어 비율을 정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주식형 ETF 60%, 채권형 ETF 40%처럼 비율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다만, 과거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한 종목에 비율을 너무 몰아넣기보다는 분산투자를 기본으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기적인 점검과 리밸런싱

ETF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에, 일정 주기마다 계좌를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 1년에 한두 번 정도 현재 비율이 처음 계획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합니다.
  • 주식 시장이 많이 올라 주식 비중이 과도하게 커졌다면, 일부를 채권형 ETF로 옮겨 위험을 줄이는 식으로 조정합니다.
  • 시장 상황뿐 아니라 본인의 나이, 퇴직까지 남은 기간이 줄어들수록 안정적인 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ETF 가입과 운용

IRP는 근로자가 스스로 개설하고 운용하는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입니다. 이직·퇴직 시 받은 퇴직금을 옮겨 두거나, 매년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추가 납입을 하는 용도로 많이 활용합니다. ETF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면, IRP 계좌를 증권사에서 개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IRP 계좌 개설 경로 선택

IRP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을 통해 개설합니다.

  • 은행, 증권사, 보험사 모두 IRP 계좌 개설이 가능하지만, ETF를 직접 매매하고 싶다면 보통 증권사를 많이 선택합니다.
  • 은행·보험사는 ETF를 직접 사고파는 방식이 아니라, ETF에 투자하는 펀드나 간접상품 위주로 구성된 경우가 많아 선택지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각 금융기관마다 수수료, 제공 상품, 모바일 사용 편의성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 비교한 후 개설하는 것이 좋습니다.

IRP 가입 및 자금 입금

IRP 계좌 개설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 선택한 금융기관의 영업점 방문 또는 모바일 앱, 인터넷뱅킹, 온라인 계좌개설 서비스를 통해 IRP 개설 신청을 합니다.
  • 신분증, 공동인증서 준비가 필요할 수 있으며, 근로자 여부, 소득 정보 등을 간단히 확인받습니다.
  • 계좌가 개설되면, 퇴직금, 기존 퇴직연금 이전금, 추가 납입금 등을 IRP 계좌로 입금합니다.

추가 납입금은 세액공제 한도 내에서 납입할 경우 연말정산에서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 투자뿐 아니라 세액공제 계획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IRP 계좌에서 ETF 투자 방식

IRP에서 ETF를 어떻게 매매할 수 있는지는 금융기관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 증권사 IRP 계좌의 경우, MTS나 HTS를 통해 일반 주식계좌와 비슷한 방식으로 ETF를 매수·매도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다만, 퇴직연금용으로 지정된 ETF와 일반 계좌에서 가능한 ETF 구성이 일부 다를 수 있으므로, IRP 전용 상품 리스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 은행·보험사 IRP의 경우, 직접 ETF 코드를 입력해 거래하기보다는, 퇴직연금용으로 편입 가능한 상품 목록에서 ETF 관련 상품을 선택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ETF 선택폭이 좁거나, 펀드 형태로만 제공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운용 자유도 측면에서는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ETF를 선택한 뒤에는 투자 금액 또는 비율을 지정해 운용 지시를 내리면 됩니다. 이후 추가 납입금을 동일한 비율로 자동 투자하도록 설정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곳도 있어, 장기적인 자산 배분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세액공제, 수수료, 위험 관리 유의사항

IRP는 투자 상품이면서 동시에 절세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음의 내용도 함께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 연간 세액공제 한도와 총 납입 한도를 확인하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납입 계획을 세웁니다.
  • 퇴직연금 계좌는 일반 투자 계좌보다 수수료 구조가 복잡할 수 있습니다. 계좌관리 수수료, 운용보수, 판매보수 등을 금융기관·상품별로 비교해야 합니다.
  • ETF는 지수 추종 상품이라도 가격 변동성이 있을 수 있고, 특히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는 환율 변동 위험도 함께 감수해야 합니다.

DC형과 IRP를 구분해 전략 세우기

실제로 많은 분들이 DC형과 IRP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두 계좌를 각각 따로 보기보다, 하나의 큰 퇴직자산으로 보고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 조금 더 합리적입니다.

  • 회사 DC형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과 일부 ETF를 섞어 기본 뼈대를 만들고,
  • IRP에서는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ETF를 활용해 조금 더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시도하는 식입니다.

중요한 것은, 두 계좌 모두 어디에 얼마나 투자되어 있는지 본인이 정확히 알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한동안 방치해두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대부분 들어가 있거나, 반대로 생각보다 높은 위험 자산 비중으로 방치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일정한 주기로 전체 퇴직연금 자산을 한 번에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면 훨씬 안정감 있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