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그냥 은행 계좌에 넣어 두었다가 몇 년을 허비한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IRP 계좌를 만들어두면 세액공제도 받고, 노후 자금도 따로 관리할 수 있다고 여러 번 말해줬지만, 막상 어디 은행에서 어떻게 개설해야 할지 몰라서 계속 미루게 되더군요. 그러다 연말정산에서 세금 폭탄을 맞고 나서야, 여러 은행의 IRP를 하나씩 비교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건 “어디가 1등이다”라기보다, 각자 상황에 맞는 은행을 골라야 손해를 덜 본다는 점이었습니다.

IRP 계좌 고를 때 가장 먼저 볼 것: 수수료

IRP를 고를 때 수수료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계좌를 한 번 만들면 10년, 20년씩 가져가게 되는데, 0.1% 차이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수익률을 계속 깎아먹기 때문입니다.

수수료는 보통 다음 항목을 중심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 운용·자산관리 수수료: IRP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가는 기본 수수료입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마다 다르고, 같은 금융사 안에서도 예금형, 펀드형, ETF형 등 상품군에 따라 달라집니다. 장기 운용을 생각한다면 이 수수료가 최대한 낮은 곳을 고르는 것이 유리합니다.
  • 계좌 이전 수수료: 다른 금융사 IRP로 옮길 때 드는 수수료입니다. 최근에는 정책적으로 대부분 무료이거나 매우 낮게 책정된 곳이 많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이전 수수료가 있는지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 기타 수수료: 중도 인출, 특별한 서비스 이용 시 부과되는 수수료가 있는지 상품 설명서에서 한 번 정도는 살펴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품 구성과 운용 편의성 살펴보기

IRP를 단순히 예금 통장처럼 생각하고 만들었다가, 나중에 펀드나 ETF로 변경하고 싶을 때 선택지가 좁으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실제로 예금 몇 개만 있는 IRP를 개설해 두고 “생각보다 수익이 안 나네?” 하면서 불만족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IRP를 고를 때는 다음 부분을 함께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상품 종류의 다양성: 예금, 채권형·주식형 펀드, TDF(Target Date Fund), ETF 등 다양한 상품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안정형으로 운용하다가 나중에 일부를 공격적으로 바꾸고 싶을 때, 선택지가 넓을수록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 본인 성향에 맞는 옵션 유무:
    • 안정 위주라면: 원리금 보장형 예금, 채권형 상품 비중이 충분한지, 금리는 어느 정도인지 비교해 봅니다.
    • 수익 추구라면: 주식형 펀드, 글로벌·섹터 펀드, ETF 등 선택지가 얼마나 다양한지, TDF처럼 자동으로 리스크를 조절해 주는 상품이 있는지도 체크해 볼 만합니다.
  • 온라인·모바일 사용 편의성: 직접 해보면 차이가 꽤 큽니다. 앱에서 상품 교체가 쉬운지, 수수료·수익률 화면이 한눈에 들어오는지, 자동이체 설정이 직관적인지 등이 실제 사용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줍니다.
  • 자산배분 지원 기능: IRP를 처음 접하면 비중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은행 앱에서 투자 성향 설문 후 포트폴리오를 제안해 주거나,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지 여부도 유용한 기준이 됩니다.

예금 금리와 과거 수익률 보는 법

IRP 안에서도 예금, 펀드, ETF 등 여러 상품을 섞어서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전체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간단히 나눠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예금 금리: 원리금 보장형 비중이 크다면, 어느 은행이 IRP 전용 예금 금리를 더 잘 주는지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금리는 시기에 따라 자주 변하므로, “어느 은행이 항상 1등”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IRP를 개설하려는 시점에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 펀드·ETF 과거 수익률: 과거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유형의 상품들 사이에서 운용 능력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펀드라도 어디에서 가입하든 기본 수익률 구조는 비슷하기 때문에, 금융사 자체보다는 수수료와 라인업, 관리 편의성을 함께 보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상담과 고객 서비스, 생각보다 자주 쓰게 됩니다

IRP는 장기 상품이다 보니, 중간에 제도가 바뀌거나 개인 상황이 달라질 때 상담이 꼭 필요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처음에는 앱만 잘 되어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퇴직금 이체, 중도인출 사유, 세액공제 한도 문의를 하다 보면 사람과 직접 통화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확인해 볼 만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전문 상담 인력: 영업점이나 콜센터에 IRP, 연금 관련 전담 창구가 있는지, 문의했을 때 답변이 명확한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상담 채널의 다양성: 지점 방문만 고집하는 곳보다는, 전화, 모바일 상담, 채팅 상담 등 다양한 채널을 제공하는 은행이 활용도가 높습니다. 평일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에게는 특히 중요합니다.

은행의 안정성과 규모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IRP는 몇 년짜리 상품이 아니라, 은퇴까지 쭉 가져가는 계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단기 이벤트나 일시적인 금리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기본적으로 재무 구조가 탄탄하고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금융사인지도 함께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국내 시중은행, 지방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다양한 기관에서 IRP를 취급하지만, 대부분의 퇴직연금 자금이 이미 규모가 큰 금융사에 모여 있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은행 IRP를 선호한다면,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부터 후보군에 올려두고 비교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IRP 선택을 위한 간단한 단계 정리

실제로 은행을 고를 때는 다음 순서로 정리해 보시면 한결 수월합니다.

  • 투자 성향부터 점검하기: 안정형, 중립형, 공격형 중 어디에 가까운지, 퇴직금 전부를 위험자산에 넣을 수 있는지, 아니면 일부만 가능한지 스스로 먼저 정리합니다.
  • 주요 은행 후보 추리기: 주거래 은행을 포함하되, 거기에만 묶이지 말고 2~3곳 정도 후보를 정합니다. 앞서 언급한 시중은행 위주로 비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수수료 우선 확인: 각 은행의 IRP 수수료 체계를 비교해, 장기적으로 부담이 가장 적은 곳을 1차로 골라냅니다.
  • 상품 구성과 앱 편의성 체크: 예금·펀드·ETF 라인업과 모바일 앱 사용성을 직접 들어가 보며 확인합니다. 실제 화면을 보면서 “이 정도면 1년에 몇 번씩 들어와서 관리할 수 있겠다” 싶은 곳이 좋습니다.
  • 세액공제·연말정산 연계 서비스 확인: IRP의 핵심 장점이 세액공제인 만큼, 연말정산 간소화 연계가 잘 되는지, 관련 안내가 친절한지도 함께 보시면 이후 관리가 훨씬 편해집니다.

IRP 고를 때 헷갈릴 때 참고할 작은 팁들

막상 비교를 시작하면 정보가 너무 많아서 금방 지치게 됩니다. 그럴 때는 다음 정도만 기억해도 도움이 됩니다.

  • “주거래 은행이라서”만으로 결정하지 않기: 월급 통장과 IRP는 용도가 다릅니다. 조건이 비슷하면 주거래 은행을 선택해도 괜찮지만, 수수료나 상품 구성이 크게 차이 난다면 꼭 분리해서 생각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 최고 금리 이벤트에만 흔들리지 않기: 단기 이벤트 금리보다, 기본 수수료와 전반적인 상품 구성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 헷갈리면 상담 한 번은 받아보기: 은행 창구나 상담 전화를 통해 본인의 상황(연봉, 퇴직금, 세액공제 한도, 투자 성향 등)을 설명해 보고, 어떤 방식이 맞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생각보다 도움이 됩니다.

IRP 계좌는 한 번 만들면 오랫동안 함께 가는 계좌입니다. 너무 복잡하게 느껴지더라도, 수수료와 상품 구성, 앱 편의성 이 세 가지만 먼저 차분히 비교해 보시면, 금방 “어디에서 만드는 게 나에게 맞겠다”는 감이 잡히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