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계좌에서 내 통장으로 크게 한 번, 작게 여러 번 돈이 오갈 때마다 ‘혹시 세무조사 나오는 건 아닐까’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생활비나 전세자금처럼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도,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보면 어느 순간부터 송금 내역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그러다 세무서에 직접 문의도 해 보고, 세법 관련 자료도 찾아보면서 가족 간 계좌이체가 실제로 어떤 경우에 문제될 수 있는지 하나씩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간 계좌이체, 무조건 세무조사 대상은 아닙니다

가족끼리 돈을 주고받는다고 해서 자동으로 세무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법에 명확한 “계좌이체 금액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금액이 크다고 해서 바로 조사를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세무당국이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증여세를 낼 상황인데도 신고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인지, 둘째,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해서 탈세나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경우인지입니다. 결국 “이 돈이 어디서 나와서 누구에게 왜 갔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증여세 기준과 비과세 한도 이해하기

가족 간 계좌이체가 증여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증여세 비과세 한도와 공제액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 내용은 2024년 기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 배우자 간 증여: 10년 동안 합산해 6억 원까지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이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성인 자녀(만 19세 이상)에게 증여: 10년 동안 합산해 5천만 원까지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 10년 동안 합산해 2천만 원까지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위 한도는 “10년간 합산 기준”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여러 번 나눠서 보내더라도, 10년 동안 받은 금액을 모두 합쳐서 한도를 넘기면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생활비나 교육비처럼 통상적인 범위의 지원은 실무적으로 증여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무당국이 유심히 보는 계좌이체 패턴

세무조사는 아무 기준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의심 신호”가 포착되었을 때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 간 계좌이체에서 대표적으로 주의해야 할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 거액의 단발성 송금: 특별한 사유 설명 없이 큰 금액이 한 번에 이동하는 경우, 특히 부동산 취득 시점과 맞물리면 세무당국 입장에서 의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 단기간 반복적인 고액 이체: 명목은 생활비라고 적어두었지만, 짧은 기간에 비슷한 금액이 여러 번 반복해서 오간다면 사실상 증여를 나눠서 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자금 이동: 자녀가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고액의 자금이 계속 들어오거나, 부모 계좌로 큰 금액이 반복적으로 넘어가는 경우 자금 출처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의심받는 경우

실제 사례를 보면, 세무조사의 출발점이 가족 간 계좌이체인 경우보다는 “큰 지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 부동산 취득 시점: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자녀 소득만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경우, 그 자금이 부모에게서 온 것인지, 증여세 신고를 했는지 등을 세무당국에서 확인하려 할 수 있습니다.
  • 고가 자산 구매: 고급 차량, 고가의 금융투자, 상가나 토지 매입 등도 마찬가지로 자금 출처 조사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가족 간 계좌이체 내역이 함께 들여다보일 수 있고, 이때 증여세 신고 여부나 이체의 성격이 함께 검토됩니다. 결국 “큰 자산을 취득할 때, 그 돈이 어디서 왔는가”를 분명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문제 되는 경우

가족은 세법상 ‘특수관계인’에 해당합니다. 특수관계인 사이의 거래는 일반적인 시장 거래와 달리 가격이나 조건이 왜곡되기 쉬워, 세무당국에서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갖고 살펴봅니다.

  • 시가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자산을 넘기는 경우: 사실상 자산을 증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형식상 매매나 대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돈을 돌려받을 의사와 능력이 없는 경우: 이런 경우에도 실질적으로는 증여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 간 자금 거래를 할 때는 “겉으로만 그럴듯한 서류”가 아니라, 실제로 돈의 흐름과 상환 의사, 조건 등이 뒷받침되어야 안전합니다.

금융기관의 이상 거래 보고와 세무조사 연계

금융기관은 일정 기준을 넘는 고액 현금 거래나 자금 세탁이 의심되는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계좌이체 패턴이나 자금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보인다면, 그 정보가 세무당국과 공유되어 세무조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사업자 세무조사나 부동산 관련 조사처럼 다른 목적으로 시작된 세무조사 과정에서, 가족 간 계좌이체 내역이 함께 확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이체에 대한 설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으면 추가로 소명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 간 계좌이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

실제로 생활비, 학자금, 전세자금처럼 꼭 필요한 지원을 하다 보면, “이 정도도 증여세 대상인가?”라는 고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모든 이체를 겁낼 필요는 없지만, 다음 몇 가지만 챙겨 두면 나중에 설명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훨씬 수월합니다.

1. 증여에 해당하면 정식으로 신고하기

증여세 비과세 한도를 넘는 자금을 이전하는 경우라면, 미리 증여세 신고를 하는 것이 가장 깔끔합니다. 신고를 제때 하면 가산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나중에 세무조사에서 문제 삼을 여지도 줄어듭니다.

2. 이체 목적을 명확히 남겨두기

생활비, 월세, 등록금, 치료비 등 목적이 분명한 경우에는 계좌이체 시 메모를 남겨두고, 관련 영수증이나 계약서도 함께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을 두고 보면 본인도 왜 보냈는지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메모만으로도 이후 소명에 큰 도움이 됩니다.

3. 빌려주는 돈이라면 차용증 필수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보증금이나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경우라면, 차용증을 반드시 작성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원금, 이자율, 상환 기한, 상환 방법
  • 실제 이자 지급 내역(계좌이체 등)
  • 원금 일부라도 상환한 흔적

형식만 갖춘 차용증은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환과 이자 지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거래 내역으로 드러나야, 증여가 아니라 ‘대여’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생활비와 자산 형성 자금을 구분하기

실제 경험상, 매달 일정 금액을 생활비로 지원받을 때보다, 한 번에 큰 금액을 받아 전세를 얻거나 집을 마련할 때 세무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큽니다. 이 두 가지는 세무당국의 시각에서도 구분해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 통상적인 범위의 생활비·교육비: 일반적으로는 증여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금액이 과도하거나 자산 형성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주택 구입·전세자금 등 자산 형성 목적의 자금: 증여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므로, 증여세 신고 여부와 자금 출처 정리가 중요합니다.

5. 자금 이동이 복잡하다면 전문가 상담 활용하기

가족 구성원이 많거나, 부동산·사업·투자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있다면 혼자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미리 세무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을 통해 증여로 볼 부분과 대여로 설계할 부분을 구분하고, 필요한 서류나 신고 절차를 사전에 정리하면 나중에 불필요한 걱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가족 간 계좌이체를 바라보면, 결국 핵심은 “설명 가능한 흐름을 만들어 두는 것”에 가깝습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돈이더라도, 나중에 누가 물어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게 정리해 두면 대부분의 불안은 줄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