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명세서에 찍혀 있던 ‘퇴직연금’ 항목이 그냥 숫자로만 보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퇴직한 선배가 “IRP를 제대로 안 챙겨서 세금을 괜히 더 냈다”라고 말하는 걸 듣고, 그때서야 관심을 갖고 IRP 계좌를 하나씩 비교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알아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세금 혜택도 꽤 커서 ‘왜 진작 안 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IRP 계좌, 기본 개념과 특징

IRP는 ‘개인형 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의 약자로, 말 그대로 개인이 스스로 노후 자금을 모으고 굴릴 수 있는 퇴직연금 계좌입니다. 퇴직금을 이체해서 넣어둘 수도 있고, 매달 여유 자금을 추가로 납입해서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IRP의 핵심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세액공제 혜택: 연간 납입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세금이 늘어납니다. 일반적으로 연금저축과 합산하여 연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데, 이 중 IRP에 300만원까지 추가로 더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50세 이상 한도 900만원 특례는 한시적 제도였고, 적용 기간과 요건이 있어 가입 전 최신 규정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과세 이연 효과: IRP 안에서 발생하는 운용 수익에 대해서는 당장 세금을 내지 않고, 나중에 연금으로 찾을 때 낮은 세율로 과세됩니다. 그동안 세금이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복리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습니다.
  • 노후 자금 관리에 특화: 퇴직금, 개인 추가 납입액을 한 계좌에서 관리하며 은퇴 후 연금 형태로 수령할 수 있어, 생활비 계획을 세우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 다양한 투자 상품 선택: 예금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부터 채권형, 주식형, 혼합형 펀드, ETF, 리츠 등 실적배당형 상품까지 선택지가 넓어, 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가입 대상, 누가 IRP를 만들 수 있을까

IRP는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실제로 계좌를 만들 때 직업과 소득 정보를 입력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확인이 이뤄집니다.

  • 근로소득자: 회사원, 공무원, 군인, 교직원 등 급여를 받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미 회사에서 DB형, DC형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개인 명의의 IRP는 별도로 추가 가입이 가능합니다.
  • 사업소득자: 자영업자, 프리랜서처럼 사업소득이 있는 경우에도 IRP 가입이 가능합니다.
  • 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소득이 없다면 IRP 가입이 제한되거나 실익이 크게 줄어듭니다. 실제 가입 가능 여부와 조건은 금융기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어, 소득이 불규칙하거나 애매한 상황이라면 계좌 개설 전에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서 IRP를 만들까, 금융기관 선택 기준

IRP를 처음 알아볼 때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 “은행이 좋을까, 증권사가 좋을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주변 사람들 경험을 들으면서 정리해보면, 각 기관은 대략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 은행: 익숙하고 접근성이 좋아서 처음 시작하기 편합니다. 예금, RP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중심이라 투자 변동성을 크게 원치 않는 분들이 많이 선택합니다.
  • 증권사: 펀드, ETF, 리츠 등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하고, 장기 기준으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한 편입니다.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고 싶거나, 시장 수익률을 어느 정도 따라가고 싶은 분들에게 유리합니다.
  • 보험사: 변액연금 등 특정 보험 상품과 연계해 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조가 복잡한 상품도 있어, 보험 중심으로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약관을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 운용과 수수료, 상품 다양성을 고려하면 증권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이해하기 쉽고,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곳인지 여부입니다.

IRP 개설 전 준비물

온라인으로 IRP 계좌를 개설할 때보니, 특별한 서류보다는 기본적인 인증 수단만 있으면 대부분 해결되었습니다.

  • 신분증: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이 필요합니다.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등을 허용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실물 신분증 촬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본인 명의 입출금 계좌: IRP로 돈을 옮기거나, 추후 연금 수령 계좌를 지정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 휴대폰과 공인인증 수단: 휴대폰 본인 인증은 거의 필수이고, 일부 금융기관은 공동인증서나 인증앱, 간편비밀번호, 생체인증 등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합니다.
  • PC 또는 모바일 앱: 요즘은 모바일 앱에서 계좌 개설이 훨씬 간단해, 앱 설치 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IRP 계좌 개설 절차 (온라인 기준)

실제로 모바일 앱으로 IRP 계좌를 열어보면, 순서는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처음 하면 낯설지만, 한 번만 해보면 다음부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1. 금융기관 앱 설치 및 회원 등록

거래를 원하는 은행이나 증권사의 앱을 설치합니다. 이미 계좌가 있는 곳이라면 바로 로그인해서 진행하면 되고, 처음 거래하는 곳이라면 비대면 계좌 개설 절차를 먼저 거치게 됩니다.

2. IRP 계좌 개설 메뉴 선택

앱 안에서 ‘연금’, ‘퇴직연금’, ‘IRP’와 같은 메뉴를 찾으면, ‘IRP 계좌 개설’ 또는 ‘개인형 퇴직연금 신규’ 같은 항목이 있습니다. 해당 메뉴로 들어가면 안내에 따라 단계별로 진행됩니다.

3. 본인 확인 및 기본 정보 입력

  • 휴대폰 본인 인증: 통신사와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문자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합니다.
  • 신분증 촬영: 안내에 따라 신분증 앞면을 촬영하고, 필요 시 얼굴 인증을 함께 진행합니다.
  • 타 금융기관 계좌 인증: 본인 명의 다른 계좌로 1원을 보내고, 입금자명에 있는 숫자 코드를 입력해 추가 본인 확인을 하는 방식도 자주 사용됩니다.
  • 주소, 직업, 소득 정보 입력: 자금 출처 확인과 세제 혜택 적용을 위해 필수로 입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4. 납입 방식 및 계좌 기본 설정

IRP를 얼마나, 어떻게 납입할지에 대한 기본 틀을 잡는 단계입니다.

  • 연간 예상 납입액: 세액공제 한도를 감안해 대략적인 납입 계획을 설정할 수 있지만, 실제 납입은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 자동이체 설정 여부: 월급날 다음 날로 자동이체를 걸어두면 따로 챙기지 않아도 저축이 습관처럼 쌓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소득 변동이 잦다면, 자동이체 대신 수시 납입을 선택하는 편이 부담이 덜할 수 있습니다.

5. 투자 성향 진단

이 단계에서의 선택은 이후 상품 추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실제 경험으로도, 이 부분을 대충 체크하면 나중에 마음에 맞지 않는 상품 비중이 자동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 설문 내용: 투자 기간, 손실 감내 수준, 투자 경험 등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 안정형부터 공격투자형까지 유형이 정해집니다.
  • 장기 상품이라는 점 고려: IRP는 사실상 수십 년을 바라보고 운용하는 계좌이기 때문에, 단기 시세 변동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설정하면 나중에 아쉬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변동성을 거의 견디기 어렵다면 무리한 공격형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6. 상품 선택 및 약관 동의

투자 성향에 따라 기본 포트폴리오를 제안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해되는 상품 위주로 구성해도 충분합니다.

  • 기본 포트폴리오: 예금과 채권형 상품 비중을 높인 안정형, 주식형·ETF 비중을 높인 적극투자형 등으로 간단히 구성할 수 있습니다.
  • TDF 선택: 은퇴 예정 연도를 기준으로 자동 자산배분을 해주는 TDF는, 상품 선택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많이 활용되는 옵션입니다.
  • 약관 및 유의사항 확인: 수수료, 중도 해지 시 불이익, 연금 수령 조건 등을 약관과 안내문에서 꼭 한 번쯤은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설정을 마치고 전자서명 또는 비밀번호 입력까지 완료하면 IRP 계좌 개설이 끝납니다.

7. 자금 납입 및 실제 운용 시작

계좌가 만들어지면, 이제 여기에 자금을 넣고 실제 운용을 시작하게 됩니다.

  • 자금 이체: 기존 입출금 계좌에서 IRP 계좌로 직접 이체하거나, 자동이체를 설정합니다.
  • 상품 매수: 계좌에 들어온 현금을 예금, 펀드, ETF 등으로 나눠서 매수합니다. 처음에는 예금과 TDF를 섞는 방식처럼 단순하게 시작했다가, 익숙해지면 비중을 조정해도 됩니다.

IRP 운용 시 꼭 기억할 점

IRP는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계좌가 아니라, 오랫동안 관리해야 하는 노후 준비 수단입니다. 실제로 운용해 보면서 중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수료: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가 금융기관과 상품마다 다릅니다. 장기 기준으로는 0.몇 퍼센트 차이도 누적되면 큰 금액이 될 수 있어, 가능하면 수수료가 낮은 곳과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 세액공제 한도 활용: IRP와 연금저축을 모두 활용하는 경우, 세액공제 한도가 어떻게 합산되는지 확인하고 계획적으로 납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말정산 직전에 한도를 채우려고 급하게 넣기보다는, 연중에 나누어 납입하면 자금 부담이 덜합니다.
  • 중도 인출 제한: IRP는 원칙적으로 55세 이후에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주택 구입, 장기 요양, 파산·개인회생 등 일부 예외 상황을 제외하면 중도 인출 시 기타소득세와 가산세가 나올 수 있으니, 생활비 용도로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돈은 IRP에 과하게 묶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 포트폴리오 점검: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하거나, 본인의 소득·가계 상황이 바뀌면 상품 구성도 한 번씩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 자주 바꾸기보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비중을 정리하는 정도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 장기 관점 유지: 단기 수익률에만 신경 쓰다 보면 IRP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세제 혜택과 장기 복리 효과를 함께 고려해, 길게 가져가겠다는 마음으로 운용하는 것이 더 편안합니다.

IRP는 ‘언젠가’ 준비해야 할 노후가 아니라, 지금의 소득과 생활 패턴 안에서 조금씩 미래를 나눠 두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용어도 어렵고 절차도 복잡해 보이지만, 한 번 계좌를 만들어 보고 월 몇 만 원이라도 꾸준히 넣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