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사카에 도착했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복잡한 노선도가 아니라 자동발매기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일이었습니다. 금액표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줄 뒤로 물러난 적도 있었는데, 그때 현지 직원이 교통카드를 추천해 주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개찰구 앞에서 지갑을 뒤적일 일도 없었고, 편의점 계산대에서도 카드 한 장이면 정리가 되어 여행의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오사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교통카드, ICOCA

오사카와 간사이 지역을 여행할 때 가장 먼저 준비하면 좋은 것이 교통 IC 카드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카드가 JR 서일본에서 발행하는 ICOCA입니다. 우리나라의 티머니나 캐시비처럼 충전해 두고 지하철, 버스, JR선, 일부 사철은 물론 편의점과 자판기 등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ICOCA의 가장 큰 장점은 간사이 지역뿐 아니라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도쿄 쪽 Suica, Pasmo와 시스템이 호환되기 때문에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일정이 있더라도 별도의 카드를 새로 살 필요가 없습니다. 유효기간도 마지막 사용일로부터 10년이라, 한 번 만들어 두면 다음 일본 여행 때 다시 꺼내 써도 문제 없습니다.

ICOCA를 사용해보니 느껴지는 장점

실제로 사용해 보면, 교통카드 하나가 여행 동선의 체감 난이도를 얼마나 낮춰 주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 개찰구에서 요금 확인과 표 구입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이동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 동전이 잔뜩 쌓이지 않아 지갑이 무거워지지 않습니다.
  • 편의점, 자판기, 코인락커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갑자기 현금이 부족해도 큰 불편이 없습니다.

다만 카드를 발급받을 때 보증금 500엔이 필요하고, 일본을 떠나기 전에 환불을 원할 경우에는 카드 반납과 함께 수수료가 공제될 수 있습니다. 카드에 이름을 등록한 경우 분실 시 절차를 거쳐 잔액 환불이 가능한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ICOCA 구입과 충전 방법

ICOCA는 JR 서일본 역 내의 자동발매기와 역 창구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발매기에서 ICOCA 표시가 있는 버튼을 누르고 보증금 500엔을 포함한 금액을 넣으면 바로 카드가 나옵니다. 충전은 JR 역 자동발매기, ICOCA 취급 편의점(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등)에서 현금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아직 교통카드 충전에 카드 결제가 제한적인 곳이 많기 때문에, 현금도 어느 정도는 함께 준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관광 일정에 따라 달라지는 패스 선택

ICOCA가 이동과 결제의 기본 도구라면, 각종 관광 패스는 일정에 따라 선택하는 옵션에 가깝습니다. 오사카 시내를 얼마나 집중적으로 돌 계획인지, 오사카를 거점으로 주변 도시까지 함께 볼 것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오사카 시내에 집중할 때, 오사카 주유 패스

오사카 시내를 하루나 이틀 동안 알차게 돌아볼 계획이라면 많이들 고려하는 것이 오사카 주유 패스(Osaka Amazing Pass)입니다. 이 패스를 사용하면 오사카 시영 지하철, 뉴트램, 일부 버스를 지정 기간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동시에 지정된 관광 시설을 무료로 입장하거나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메다 공중정원 전망대, 오사카성 천수각, 헵파이브 관람차, 도톤보리 주변 유람선 등 인기 있는 시설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어, 계획만 잘 세우면 교통비와 입장료를 크게 아낄 수 있습니다.

오사카 주유 패스의 특징과 활용 포인트

  • 1일권과 2일권으로 나뉘어 있어 일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 교통 무제한 이용과 더불어 여러 관광지 입장료까지 포함되어 있어, 방문지를 많이 잡을수록 체감 가성비가 높아집니다.
  • 개별로 표를 끊지 않아도 되어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설 필요가 줄어듭니다.

다만 JR선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처럼 JR 이용이 필수에 가까운 목적지가 있다면 별도 교통비를 추가로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여유로운 산책 위주의 일정보다는 여러 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스타일일 때 더 어울리는 패스입니다.

오사카 주유 패스를 고려할 때 체크할 점

이 패스는 일정과 동선에 따라 손익이 크게 갈립니다. 사용 전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 하루 동안 방문할 관광지의 입장료를 대략 합산해 보고, 패스 가격과 비교해 보기
  • 이동 예정 구간이 오사카 시영 지하철 위주인지, JR 비중이 높은지 확인하기
  • 각 관광 시설의 마지막 입장 시간과 휴무일을 미리 체크해 허탕을 피하기

실제로 사용해 보면, 첫날에는 패스 덕분에 일정이 자연스럽게 ‘투어 코스’처럼 구성되어 생각보다 많은 곳을 다녀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체력이 달리는 사람이라면 욕심을 조금 줄이고 핵심 관광지 위주로 계획을 세워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간사이 여러 도시를 함께 볼 때, 간사이 쓰루 패스

오사카만 보고 돌아오기에는 아쉬워 교토, 나라, 고베까지 함께 보는 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간사이 쓰루 패스(Kansai Thru Pass)입니다. 이 패스는 JR을 제외한 간사이 지역 대부분의 사철과 지하철, 버스를 일정 기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2일권과 3일권이 있으며, 연속 사용이 아니라 원하는 날짜를 골라 사용하는 방식이라 일정 짜기에 유연합니다. 예를 들어, 첫째 날 오사카 시내를 ICOCA로 여유 있게 돌고, 둘째 날 교토, 셋째 날 나라, 넷째 날 고베를 보는 일정 중 교토와 나라, 고베를 이동하는 날에만 패스를 사용하는 식의 활용이 가능합니다.

간사이 쓰루 패스의 장단점

  •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 등 여러 도시를 사철과 지하철, 버스로 두루 돌아볼 때 이동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습니다.
  • 사용일을 나누어 쓸 수 있어, 하루 종일 이동이 많은 날에만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일부 관광 시설이나 상점에서 소소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반면, JR 노선은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한 단점입니다. 교토 아라시야마나 나라 공원 일부 구간처럼 JR이 더 빠르고 편한 구간이 있는데, 이때는 JR 승차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합니다. 또, 오사카 시내만 천천히 둘러보는 일정이라면 굳이 이 패스를 선택할 필요는 없고, ICOCA와 필요시 단일 승차권 조합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 스타일에 따른 카드 조합 예시

실제로 일정을 짤 때는 다음과 같은 조합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 오사카 시내만 여유롭게 둘러보는 경우: ICOCA만 준비하고, 필요할 때마다 충전하며 사용하는 방식
  • 오사카 시내 관광지 위주로 하루나 이틀 빽빽하게 도는 경우: 오사카 주유 패스 1일 또는 2일권에 ICOCA를 더해, 패스 사용일 외의 날짜에는 ICOCA로 이동
  • 오사카를 숙소로 두고 교토, 나라, 고베까지 함께 보는 경우: 간사이 쓰루 패스를 2일 또는 3일권으로 준비하고, 나머지 날에는 ICOCA 사용

결국 어떤 카드를 선택하든, 기본이 되는 것은 이동과 결제의 편리함을 책임지는 IC 카드이고, 관광 패스는 일정에 따라 더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선택지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써 보면, 한 번의 터치로 개찰구를 통과하고, 계산대에서 현금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단순한 사실이 여행의 여유를 크게 늘려 준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