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노래방에 갔을 때 화면 속 가사보다 친구들 표정이 더 신경 쓰였던 적이 있습니다. 어떤 노래를 불러야 분위기가 살고, 나도 덜 긴장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괜히 어려운 곡 골랐다가 고음에서 목이 갈라지면 민망할 것 같고, 너무 옛날 노래만 부르자니 뭔가 촌스러워 보일까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노래방 갈 때마다 어떤 노래들이 실제로 많이 불리고, 언제 어떤 노래를 고르면 좋은지 슬쩍슬쩍 메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반응이 좋은 곡, 모두 따라 부르는 곡, 혼자 불러도 괜찮은 곡들을 나중에 다시 찾기 쉽게 정리해 본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자 가수 노래방 인기곡들을 상황별로 머릿속에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노래방에서 자주 불리는 곡들은 대체로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최신곡, 꾸준히 사랑받는 발라드, 분위기를 확 올려주는 댄스곡, 그리고 드라마 OST 같은 감성 넘치는 곡들입니다. 여기에 오랫동안 전설처럼 남아 있는 명곡과 고난이도 도전곡까지 더하면 선택지는 훨씬 넓어집니다. 아래에서 한 곡 한 곡 이야기하듯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최신 인기곡으로 분위기 맞추기

노래방에 가면 일단 요즘 많이 듣는 노래를 한두 곡쯤은 불러 보고 싶어집니다. 친구들 대부분이 알고 있어서 후렴을 같이 따라 부르기 좋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돌 그룹과 솔로 여성 가수들의 곡은 화면만 봐도 춤과 무대 장면이 떠올라서 더 즐겁습니다.

IVE(아이브)의 LOVE DIVE, After LIKE, I AM, Kitsch 같은 곡들은 후렴이 귀에 잘 들어와서 금방 따라 부르기 좋습니다. 고음이 완전히 편한 곡은 아니지만,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선곡되는 곡들 중 하나입니다. NewJeans(뉴진스)의 Hype Boy, Ditto, Super Shy, ETA는 전반적으로 음이 아주 높지는 않아서, 리듬만 잘 타면 비교적 부담 없이 부르기 좋습니다. 특히 Hype Boy는 후렴 멜로디가 단순해서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도전해 봅니다.

(여자)아이들의 TOMBOY, QUEENCARD, MY BAG은 가창력보다는 태도와 분위기가 중요한 곡입니다. 가사를 또박또박 말하듯 부르고, 중간중간 제스처를 섞으면 금방 무대처럼 느껴집니다. 르세라핌의 ANTIFRAGILE, UNFORGIVEN, EASY는 박자 감각이 중요합니다. 랩과 노래가 섞여 있어서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후렴 부분은 반복이 많아서 몇 번 불러 보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비비의 밤양갱은 중독성 있는 후렴 때문에 최근에 특히 많이 불립니다. 멜로디 자체는 엄청난 고음이 아니지만, 리듬이 살짝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가사를 잘 보면서 부르면 도움이 됩니다. FIFTY FIFTY의 Cupid는 원곡과 영어 버전 등 여러 스타일이 있는데, 노래방에 따라 다른 버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본 멜로디는 단순한 편이라 하나쯤 외워두면 여러 곳에서 활용하기 좋습니다.

태연의 Weekend, To. X 같은 곡은 최신곡 중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음역에 속하는 편이라 부담이 덜합니다. ITZY의 DALLA DALLA, WANNABE는 후렴이 강렬하고 퍼포먼스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부르면 훨씬 더 신나게 즐길 수 있습니다.

2. 감성 충전 스테디셀러 발라드

노래방에서 한 번쯤 진지하게 감정을 실어 부르고 싶은 순간이 꼭 있습니다. 이럴 때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발라드가 제일 좋습니다. 가사는 익숙하고, 멜로디도 이미 많이 들어본 곡이라 감정에 집중하기가 수월합니다.

아이유의 좋은 날은 3단 고음으로 유명한 곡입니다. 후반부 고음은 분명 도전 난이도이긴 하지만, 그 부분은 살짝 낮춰 부르거나 힘을 빼고 넘겨도 충분히 분위기를 살릴 수 있습니다. 밤편지, Love Poem, Blueming, Celebrity는 좋은 날보다 부담이 덜한 편이라 노래방에서 많이 선택됩니다. 특히 밤편지는 잔잔하게 감정을 표현하기 좋은 곡입니다.

태연의 Fine, 사계, Stress 같은 곡은 감성 표현과 가창력을 동시에 보여주기 좋은 편입니다. 사계는 계절이 바뀌는 느낌을 가사와 함께 살려 부르면 듣는 사람들도 금방 몰입합니다. 다비치의 8282,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이 사랑, 나의 오랜 연인에게는 듀오 특유의 시원한 고음이 특징입니다. 곡 자체의 난이도는 있는 편이지만, 후렴만 들어도 모두 아는 경우가 많아서 함께 따라 부르기에 좋습니다.

에일리의 보여줄게, Heaven,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같은 곡은 고음과 파워가 필요한 곡입니다. 특히 보여줄게는 앞부분을 차분하게 시작했다가 후반부에서 폭발하는 구성이 인상적이라 노래방에서 박수 받기 좋은 곡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너무 힘을 주면 끝까지 가기가 힘들 수 있으니, 호흡을 아끼면서 부르는 것이 좋습니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내 귀에 캔디는 세대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총 맞은 것처럼은 진한 감성을 담아 부르는 발라드이고, 내 귀에 캔디는 상대방과 주고받는 느낌을 살리면 무대처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린의 My Destiny, 사랑했잖아, 거미의 You Are My Everything,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같은 곡들은 드라마와 함께 들었던 기억 때문에 더 감정 이입이 잘 되는 편입니다.

HYNN(박혜원)의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은 최근 고음 도전 곡으로 많이 불립니다. 고음 구간이 길고 강도가 높아서 목 상태가 좋을 때 시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펀치의 이 밤의 끝을 잡고, 밤이 되니까, Say Yes 같은 곡은 음색을 부드럽게 살리면서 부르면 감미로운 느낌이 살아납니다. 볼빨간사춘기의 여행, 나만 안되는 연애, 우주를 줄게는 발라드와 팝의 중간 느낌이라 가볍게 부르면서도 감성을 표현하기에 좋은 곡들입니다.

3. 분위기를 확 올려주는 신나는 댄스곡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방 안의 공기를 확 바꾸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때는 가창력보다는 리듬과 에너지가 중요한 댄스곡이 제격입니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며 부르면, 부끄러움도 줄고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블랙핑크의 DDU-DU DDU-DU, Kill This Love, How You Like That은 노래와 랩, 퍼포먼스가 모두 떠오르는 곡들입니다. 랩 부분이 부담스럽다면 가사 화면을 보면서 천천히 말하듯이 따라가도 괜찮습니다. 후렴 부분만 정확히 살려도 분위기는 충분히 살아납니다.

트와이스의 CHEER UP, TT, Alcohol-Free 같은 곡은 후렴 안무가 유명해서, 노래와 함께 손동작을 조금만 따라 해도 주변에서 금방 따라 합니다. 음역이 아주 높지만은 않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번갈아 부르기에도 좋습니다. 마마무의 HIP, Decalcomanie는 파워가 필요한 곡이지만, 굳이 원곡처럼 완벽하게 부르지 않아도 멜로디와 제스처만 잘 살려도 무대 장악력이 느껴집니다.

선미의 가시나, 24시간이 모자라, 청하의 벌써 12시, Roller Coaster 같은 곡은 한 사람만 부르기보다는 옆에서 함께 몸을 흔들며 즐기기에 좋습니다. 씨스타의 Alone, Loving U는 계절에 상관없이 여름 노래처럼 시원한 분위기를 내 줍니다. 아이즈원의 라비앙로즈, Panorama는 비교적 최근까지 많은 사람들이 따라 부르던 곡이라, 후렴에서 함께 목소리가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4. 드라마 OST로 장면 다시 떠올리기

드라마 OST는 노래만 들어도 특정 장면이 바로 떠올라서, 감정 몰입이 잘 되는 편입니다. 노래방에서 조명이 살짝 어두워지면, 혼자만의 무대처럼 느끼기에도 좋습니다.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와 거미의 You Are My Everything은 이미 여러 번 언급될 정도로 대표적인 OST입니다. 도깨비와 태양의 후예를 떠올리며 부르면 자연스럽게 감정선이 올라갑니다. 린의 My Destiny는 별에서 온 그대의 장면들이 떠오르는 곡으로, 고음이 꽤 있는 편이지만 잔잔한 구간이 길어 감정 표현 연습에 좋습니다.

펀치와 찬열이 함께 부른 Stay With Me는 듀엣 곡이지만, 노래방에서는 종종 한 사람이 펀치 파트를 중심으로 부르거나 친구와 나눠 부르곤 합니다. 백지영의 그 여자는 시크릿 가든의 잔잔한 장면이 떠오르는 곡으로, 어렵지 않게 감성 표현을 하기 좋은 편입니다.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는 밝은 분위기의 OST라, 무거운 감성 곡 사이사이에 넣으면 좋습니다. 태연의 All About You는 호텔 델루나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곡으로, 말하듯 조용히 부르다가 후반부에서 살짝 감정을 올리면 좋습니다. 레드벨벳 조이의 Introduce me a good person은 리메이크 곡이지만, 드라마 덕분에 다시 사랑을 받았습니다. 리듬이 살짝 빠른 편이라 가사 타이밍만 잘 잡으면 기분 좋게 부를 수 있습니다.

5. 추억의 명곡과 고난이도 도전곡

노래방에서 어느 정도 부르다 보면, 한 번쯤 “이 곡 들으면 바로 아는 사람?” 하고 세대가 갈리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때 추억의 명곡을 틀면 의외로 모두가 후렴을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또, 오늘의 도전곡을 정해 두고 한 번쯤 힘껏 불러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입니다.

소찬휘의 Tears는 여전히 고음 끝판왕으로 불립니다. 후렴에서 시원하게 올라가는 고음은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긴장하게 만들지만, 성공했을 때의 만족감이 큽니다. 이은미의 애인있어요 역시 깊은 감성과 폭발적인 고음이 함께 있는 곡이라, 조용히 시작해 후반부를 향해 서서히 힘을 올리면 좋습니다.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는 리듬감 있는 댄스곡이면서도 중독적인 고음이 특징입니다.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 김현정의 멍은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게 하는 명곡으로, 세대가 조금 달라도 후렴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곤 합니다.

원더걸스의 Tell Me, Nobody는 누구나 한 번쯤 따라 해본 안무 덕분에 노래방에서 여럿이 함께 부르기 좋습니다. 소녀시대의 Gee, 다시 만난 세계는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절 분위기를 다시 불러오는 곡입니다. 2NE1의 I AM THE BEST(내가 제일 잘 나가)는 가사와 제스처가 모두 강렬해서, 부르는 순간 자신감이 저절로 올라가는 느낌을 줍니다.

6. 노래방에서 노래 잘 고르는 방법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노래를 언제 고르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몇 가지 간단한 기준을 세워 두면 훨씬 편하게 곡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함께 온 사람들을 생각하면 좋습니다. 친구들과 왔을 때는 댄스곡과 최신곡 비율을 조금 더 높이고, 가족이나 어른들과 왔을 때는 발라드와 추억의 곡들을 섞어 부르는 편이 무난합니다.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날 때는 모두가 한 번쯤 들어 봤을 만한 곡을 중간중간 넣어 주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자신의 음역대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평소에 따라 부를 때 부담이 없던 곡을 기준으로 삼아서, 그보다 약간 높거나 낮은 정도의 곡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고난이도 곡은 한 곡 또는 두 곡 정도만 도전하고, 나머지는 편하게 부를 수 있는 곡으로 채워야 목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노래방 기기에 있는 인기 차트, 신곡 메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주 부르는 곡 몇 개에 더해, 그날그날 눈에 띄는 새로운 곡을 하나씩 골라 보면 자연스럽게 레퍼토리가 늘어납니다. 처음 보는 곡이라도 후렴이 단순하면 생각보다 쉽게 부를 수 있습니다.

노래를 본격적으로 부르기 전에, 너무 어려운 곡으로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음역이 좁고 리듬이 단순한 곡으로 1~2곡 정도 목을 푼 다음에, 도전곡이나 고음이 많은 곡을 부르면 훨씬 수월합니다. 물을 자주 마시고, 목이 조금이라도 아픈 느낌이 들면 잠시 쉬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부르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 것입니다. 가사를 틀려도, 음이 조금 벗어나도, 함께 웃으면서 넘기면 그 순간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습니다. 노래방은 공연장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래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재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곡들을 몇 개만 골라서 나만의 노래방 목록을 미리 만들어 두면, 막상 마이크를 잡았을 때 훨씬 여유가 생깁니다. 익숙한 곡과 새로운 곡을 적절히 섞어가며, 그때그때 같이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노래를 골라보는 경험이 쌓이면,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럽게 “오늘은 이 노래가 딱이겠다”라는 감이 생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