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신용카드를 만들고 몇 달이 지나 한 번에 카드값이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사용 내역을 하나씩 보다가, 평소에 거의 신경 쓰지 않던 ‘포인트’ 항목이 꽤 쌓여 있는 걸 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그냥 숫자라고만 생각했던 포인트가 실제 돈처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때부터는 결제 금액만 보는 대신 포인트가 어떻게 쌓이고, 어디에 쓰면 좋은지 차근차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평소에 자동으로 쌓이는 것이 신용카드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이 포인트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도 하고, 아무 데나 마음대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포인트가 어떻게 생기고, 어디에 쓰면 좋은지, 또 실제 돈처럼 활용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알고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에서는 신용카드 포인트를 확인하는 방법부터, 일상에서 활용하는 법, 그리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현금처럼 활용하는 여러 가지 방법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내 카드 포인트부터 정확히 확인하기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가지고 있는 카드들에 포인트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여러 장의 카드에 포인트가 조금씩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주요 카드사는 포인트 이름이 모두 조금씩 다릅니다.

  • 신한카드: 마이신한포인트
  • 삼성카드: 삼성카드 포인트(보너스포인트 등으로 부를 때도 있습니다.)
  • 현대카드: H-Point (다른 현대백화점·현대자동차 계열 포인트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KB국민카드: KB포인트리
  • 롯데카드: L.POINT (롯데 계열사와 함께 쓰이는 통합 포인트입니다.)
  • 우리카드: 모아포인트 등으로 운영되며, 이름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 하나카드: 하나머니

이 포인트들은 보통 다음 두 가지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각 카드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로그인한 뒤, ‘포인트’ 또는 ‘리워드’ 메뉴에 들어가 보는 방법입니다. 여기에서 현재 보유 포인트, 사용 가능 포인트, 사용 내역, 소멸 예정 포인트까지 같이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하나는 여러 카드사의 포인트를 한 번에 모아서 보여주는 통합 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서비스는 공인된 기관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 번 본인 인증을 해 두면 각 카드사에 따로 들어가지 않아도 전체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어떤 정보가 제공되는지는 서비스 접속 시 확인해야 합니다.

포인트는 꼭 현금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포인트를 바로 현금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현금으로 바꾸는 것보다 다른 용도로 쓰는 편이 더 이득이 될 때도 있습니다. 먼저 대표적인 사용처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카드대금에서 바로 빼기 (청구 할인)

가장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법입니다. 카드사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포인트 사용 메뉴를 찾으면, ‘청구 할인’ 또는 이와 비슷한 이름으로 포인트를 카드대금에서 차감해 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 카드대금이 100,000원이고 포인트가 30,000포인트 있다면, 30,000포인트를 사용해 70,000원만 실제로 내는 식입니다.

이때 대부분 1포인트를 1원처럼 계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식은 아주 간단하지만, 포인트 가치가 크게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고 거의 그대로 1포인트=1원으로 쓰인다고 보면 됩니다.

상품권으로 바꾸어 쓰기

백화점 상품권, 주유 상품권, 온라인 쇼핑몰 상품권 등으로 포인트를 교환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바꾼 상품권은 실제 매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온라인 쇼핑에서 결제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카드사와 상품권 종류에 따라 포인트를 상품권으로 바꿀 때 수수료처럼 포인트가 더 필요할 수 있고, 최소 교환 단위가 정해져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상품권을 다시 되팔아 현금으로 바꾸려 하면 보통 액면가보다 조금 싸게 팔리기 때문에,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상품권 금액보다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항공 마일리지나 호텔 포인트로 바꾸기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이 방법이 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카드 포인트를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항공사 마일리지, 혹은 메리어트·힐튼과 같은 호텔 포인트로 바꿔서 항공권이나 숙박권에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에는 전환 비율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카드 포인트 10,000포인트를 항공 마일리지 5,000마일로 바꾸는 식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반으로 줄어든 것 같지만, 실제로 5,000마일로 얻는 항공권 가치를 계산해 보면 10,000포인트를 그냥 10,000원처럼 쓰는 것보다 더 이득인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비행기 표 가격이 비쌀수록 포인트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어서, 어느 정도 여행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는 생각해 볼 만한 선택입니다.

다만 마일리지와 호텔 포인트는 유효기간, 좌석·객실 상황, 성수기·비수기 등에 따라 실제로 쓰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전환하기 전에 조건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휴 쇼핑몰과 가맹점에서 결제하기

몇몇 카드사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이나 특정 쇼핑몰, 또 특정 오프라인 가맹점과 제휴를 맺고 포인트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해 둡니다. 이 경우 결제 화면에서 포인트 사용 버튼을 누르면, 현금 대신 또는 일부만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상품에 포인트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행사 상품이나 일부 품목은 제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포인트 사용 시 다른 할인 혜택이 줄어들거나 중복 적용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결제 전에 간단히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기부와 연회비 납부

포인트를 모아서 사회 공헌 단체나 공익 단체에 기부하는 기능을 지원하는 카드사도 많습니다.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잘 쓰지 않던 포인트를 모아서 기부하면 적어도 포인트가 그냥 사라지는 것보다는 훨씬 의미 있게 사용되는 셈입니다.

또 일부 카드사는 연회비를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게 해 둡니다. 이 경우에는 실제로 연회비만큼의 현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포인트로 카드를 유지한다는 느낌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포인트를 실제 돈처럼 쓰는 방법들

이제 포인트를 가능한 한 현금에 가깝게 사용하는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완전히 내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는 방식도 있고, 직접 돈으로 받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현금 지출을 크게 줄여 주는 방식도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 청구 할인과 계좌 입금

먼저, 앞에서 이야기한 청구 할인은 사실상 포인트를 바로 돈처럼 쓰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매달 나가는 카드값에서 바로 빼 준다는 점에서, 현금이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카드사에서 1포인트를 1원으로 인정해 주기 때문에 계산도 단순합니다.

또 몇몇 카드사는 포인트를 아예 현금으로 바꿔 지정한 은행 계좌로 입금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메뉴 이름은 보통 ‘포인트 현금 전환’, ‘포인트 캐시백’, ‘현금 입금’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카드사 정책에 따라 가능한 포인트 종류가 다를 수 있고, 포인트가 일정 금액 이상 모여야만 전환이 되는 등 조건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도 대부분 1포인트를 1원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전환 시 수수료처럼 일부 포인트가 빠지는 구조인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전환 전에 안내 문구를 한 번 읽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상품권으로 바꿔 현금화하는 간접적인 방법

포인트를 바로 계좌로 옮기는 기능이 없는 카드라도, 상품권을 거쳐서 간접적으로 현금처럼 쓰는 길이 열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포인트로 상품권을 교환한 뒤, 그 상품권을 직접 생활비 결제에 사용하는 방법
  • 포인트로 상품권을 교환한 뒤, 상품권을 판매처나 중고 거래 등을 이용해 현금으로 파는 방법

두 번째 방법은 실제로 손에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현금화에 가깝지만, 상품권을 팔 때는 보통 정가보다 5~10% 정도 싸게 팔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100,000원짜리 상품권을 95,000원에 판다면, 100,000포인트를 95,000원으로 바꾸는 셈입니다. 이 정도 손해를 감수할지, 아니면 그냥 상품권을 그대로 생활비로 써서 현금 지출을 줄일지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활비와 여행 경비 줄이기

포인트를 굳이 통장으로 옮기지 않더라도, 평소에 꼭 써야 하는 지출을 줄이면 결국 손에 남는 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포인트를 사용해 50,000원을 결제했다면, 실제로는 돈을 내지 않았지만 50,000원을 아낀 것과 같습니다. 주유소, 대형마트, 편의점, 카페, 영화관, 외식 등 일상적으로 꼭 쓰게 되는 영역에서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을 떠날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항공권 비용이나 호텔 숙박비는 한 번에 큰돈이 나가는 편인데, 이때 포인트나 항공 마일리지, 호텔 포인트를 써서 결제하면 현금으로 내야 할 금액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실제로 통장에 현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어도, 아깝게 느껴지던 큰 지출을 줄이면서 심리적인 부담도 덜 수 있습니다.

세금과 공과금 결제에 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일부 카드나 서비스에서는 지방세, 일부 공과금 등에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 부분은 모든 카드가 가능한 것이 아니고, 가능한 세금 종류도 매우 한정적인 편입니다. 실제로 사용 가능 여부와 조건은 카드사 안내나 결제 화면에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포인트를 다루면서 꼭 기억해 둘 것들

포인트는 적립되는 순간부터 사용, 소멸까지 모두 카드사 정책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몇 가지는 항상 신경을 쓰는 편이 좋습니다.

유효기간과 소멸 예정 포인트 확인

많은 포인트는 적립일로부터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보통 5년 정도를 유효기간으로 두는 경우가 많지만, 카드 상품이나 이벤트에 따라 1년, 2년 등 더 짧은 경우도 있습니다. 포인트 조회 화면에 ‘소멸 예정 포인트’ 항목이 있다면, 언제까지 써야 하는지 한 번씩 확인하고, 사라지기 전에 생활비나 청구 할인 등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소 사용 단위와 전환 단위

포인트를 사용할 때 1포인트부터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1,000포인트 단위 또는 10,000포인트 이상부터 사용 가능하게 해 둔 카드도 많습니다. 현금 전환, 상품권 교환, 마일리지 전환 등도 마찬가지로 최소 단위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으니, 이 기준에맞춰 미리 계획을 세우면 쓸모없이 애매하게 남는 포인트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가족 카드와 여러 카드 포인트 합산 여부

본인 명의 카드 여러 장에 쌓인 포인트를 묶어서 관리할 수 있는 카드사도 있고, 가족 카드의 포인트를 본인 포인트와 합산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합산이 가능하면, 여기저기 흩어진 포인트를 모아서 항공 마일리지 전환이나 큰 금액의 상품권, 여행 상품 결제 등 더 큰 단위의 사용처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산 방법과 조건, 수수료 여부는 카드사마다 다르니 꼭 확인해야 합니다.

자동 캐시백·자동 차감 기능 활용

어떤 카드사는 일정 금액 이상 포인트가 쌓이면 자동으로 카드대금에서 차감해 주거나, 일정 주기마다 알아서 포인트를 사용해 주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런 기능을 설정해 두면, 포인트를 깜빡 잊고 있다가 소멸시키는 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자동으로 사용되면 원하는 시점과 용도에 맞춰 계획적으로 쓰기 어렵다는 점도 있습니다. 포인트를 재테크 수단처럼 꼼꼼히 관리하고 싶다면 직접 사용하는 쪽이 낫고, 세세한 관리가 번거롭다면 자동 사용 기능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포인트 가치 비교하기

마지막으로, 포인트를 사용할 때마다 ‘어디에 쓰면 가장 이득일까?’를 한 번쯤 계산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10,000포인트라도

  • 그냥 청구 할인으로 쓰면 10,000원 절감
  • 항공 마일리지로 바꿔 비싼 항공권에 쓰면 15,000원 이상의 가치를 주기도 함
  • 상품권으로 바꾼 뒤 되팔면 9,000원 정도만 받는 경우도 있음

이처럼 사용처에 따라 포인트 1포인트가 실제로는 1원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습니다.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청구 할인이 편하고 무난하지만, 여행을 앞두고 있거나 큰 지출 계획이 있을 때는 다른 사용법도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신용카드 포인트는 카드만 쓰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쌓이는 작은 숫자들이지만, 모여 보면 생활비를 줄이고, 여행 경비를 아끼고, 때로는 좋은 일에 기부까지 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포인트가 어떻게 쌓이고, 어디서 쓸 수 있는지 한 번만 정리해 두면, 매달 무심코 흘려보내던 혜택을 훨씬 알차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