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가 태어난 뒤 처음으로 은행 창구에 앉았을 때, 통장을 하나 만들면서 꽤 긴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 아기는 눈도 제대로 못 맞추는데, 벌써 “미래 준비”라는 말을 들으니 어른들이 하는 일에 갑자기 깊이 들어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직원이 추천해주는 상품에 가입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금리나 우대조건, 비대면 가입 여부 같은 것들을 조금만 더 따져봤어도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신생아 적금 통장을 고를 때 어떤 점을 살펴봐야 하는지 하나씩 정리해 보게 됐습니다.
신생아를 위한 적금 통장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그릇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돈의 흐름을 배우게 해주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은행들은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 수 있게 해주고, 그 통장에 정기적으로 돈을 넣으면서 우대금리나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가 제일 금리가 높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시기마다 금리가 자주 바뀌고, 부모의 주거래 실적이나 자동이체 여부 같은 우대 조건을 얼마나 채우는지에 따라 실제로 받는 금리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정 은행 하나를 “최고”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비교해야 하는지, 그리고 여러 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신생아·어린이 적금을 운영하는지 이해하는 쪽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신생아·어린이 적금 선택 전에 꼭 생각해볼 점
아이 이름으로 적금을 만들기 전에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정해두면 선택이 한결 쉬워집니다. 복잡한 금융 용어를 다 외울 필요는 없지만, 다음 내용 정도는 알고 있으면 실제로 통장을 만들 때 도움이 됩니다.
첫째, 우대금리 조건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금리는 생각보다 낮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광고에 크게 쓰인 높은 금리는 대부분 “최대 우대금리”를 모두 충족했을 때만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 부모가 그 은행을 주거래로 사용하는지 (급여 이체, 카드 사용 등)
- 매달 자동이체로 일정 금액을 넣는지
- 주택청약종합저축, 청년·직장인 적금 등 다른 상품을 함께 이용하는지
- 다자녀 가구인지, 아동수당을 해당 은행으로 받는지
- 비대면(모바일)으로 처음 거래를 시작하는지
모든 조건을 채우기 어렵다면, 실제로 내가 달성할 수 있는 조건만 채웠을 때 금리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 보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연 4%까지!”라는 말만 보고 가입했다가,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둘째, 가입 기간과 월 납입 한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어린이 적금은 보통 1년 또는 3년 만기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고, 매달 넣을 수 있는 금액 상한도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 10만 원 한도, 1년 만기” 상품이라면, 많아야 1년 동안 120만 원만 넣을 수 있는 식입니다. 당장 큰돈을 모으기보다는, 아이가 자랄 때까지 꾸준히 다시 가입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계획을 미리 생각해두면 좋습니다.
셋째, 비과세 여부도 간단히 체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다수 어린이 적금은 일반 과세가 적용되고, 이자에 세금이 붙습니다. 일부 특정 조건(예: 장애인, 고령자 등)에 해당하는 경우 비과세 종합저축처럼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신생아·어린이 적금이 자동으로 비과세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넷째, 은행이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도 살펴볼 만합니다. 몇몇 은행은 아이 명의 통장을 만들면 학용품 쿠폰, 캐릭터 통장, 저금통, 용돈 관리 앱, 금융 교육 동영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런 서비스들이 당장의 금리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크면서 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배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주거래 은행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급여 이체나 카드 사용 실적이 쌓여 있는 은행이라면, 별도로 무리해서 조건을 채우지 않아도 우대금리를 받기 쉬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주거래 은행이라고 해서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므로, 기본금리와 우대 조건을 다른 은행과 간단히 비교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생아·어린이 적금 특징
정확한 금리 수치는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여기서는 대략적인 구조와 특징만 정리하겠습니다. 실제 가입 전에는 반드시 각 은행의 공식 안내나 영업점에서 최신 정보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최대 몇 %”라는 문구는 여러 우대 조건을 모두 채웠을 때 기준이므로, 나에게 적용되는 실질 금리를 계산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KB국민은행 어린이 적금
KB국민은행은 아이를 위한 통장과 적금을 비교적 일찍부터 꾸준히 운영해 온 편에 속합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상품이 아이 이름으로 가입하는 적금과 주니어 전용 계좌들입니다. 상품명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뀔 수 있지만, 기본 구조는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은행의 어린이·청소년 적금은 보통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습니다.
- 주택청약종합저축 보유, 첫 거래 고객, 자동이체 실적 등에 따라 우대금리 제공
- 부모나 조부모가 KB국민은행과 거래가 있으면 추가 우대가 붙는 가족 연계 구조
- 모바일 앱을 통한 비대면 개설이 가능해 지점 방문을 최소화
- 아이의 성장 단계에 맞춘 금융 교육 자료나 이벤트 제공
상품별로 세부 조건과 우대폭이 다르므로, 실제 가입할 때는 “기본금리 + 내가 채울 수 있는 우대금리 = 최종 금리”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신한은행 어린이 적금
신한은행 역시 아이 이름으로 만들 수 있는 적금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습니다. 신한 계열 카드나 급여 이체가 있는 가정이라면 연계 우대 조건을 활용하기 좋은 편입니다.
이 은행의 어린이 적금 상품에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요소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신한카드 이용 실적, 급여·연금 이체 여부에 따른 우대금리
- 첫 거래 고객, 다자녀 가구, 아동수당 수령 고객을 위한 추가 혜택
- 아이 명의 가입 시 학용품 쿠폰이나 기념품을 제공하는 이벤트
- 여러 가지 우대 조건 중 가정 상황에 맞는 항목을 선택해 채울 수 있는 비교적 유연한 구조
특히 여러 조건을 한꺼번에 요구하기보다는, 몇 가지 선택형 우대조건을 제공해 각 가정 형편에 맞춰 적용할 수 있게 설계한 상품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은행 어린이 적금
우리은행은 “아이행복”처럼 어린이·청소년을 겨냥한 브랜드를 사용한 적금 상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름은 개편되더라도 기본적인 방향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은행 계열 어린이 적금의 공통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아동수당을 우리은행 계좌로 받는 경우 우대금리 제공
- 부모가 청약저축을 보유하고 있거나, 자동이체를 설정했을 때 추가 우대
- 자유적립식 상품이 많아, 매달 일정 금액이 아니라 여유 있을 때마다 넣을 수 있는 구조
- 온라인·모바일로 가입 시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디지털 우대
- 아이 이름으로 저금통이나 용돈 관리 기능을 연계해 돈 관리를 연습하게 해주는 서비스
특히 자유적립식 구조는 매달 꼭 같은 금액을 넣기 어렵더라도, 조금씩 자주 모으는 데 도움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은행 어린이 적금
하나은행은 아이를 위한 적금 상품에 “꿈”이나 “키즈” 같은 단어를 붙여, 성장과 미래를 강조하는 편입니다. 특정 시기에는 다자녀 가구와 연계한 우대 구조를 크게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인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동수당 입금, 정기 자동이체, 가족 관계(부모·조부모 거래) 등에 따른 우대금리
- 주택청약종합저축, 주거래 고객 여부와 연계된 추가 우대
- 다자녀 우대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어, 형제자매가 많은 가정에 상대적으로 유리
- 금융 교육 콘텐츠, 이벤트, 캐릭터 굿즈를 함께 제공하는 상품 구성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같은 은행 안에서도 어린이 대상 통장과 적금 종류가 여럿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해당 시점에 판매 중인 상품 안내를 꼭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NH농협은행 어린이 적금
NH농협은행은 지역 농협과 연계된 상품도 많아, 사는 곳이나 생활권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 통장과 적금 역시 전국 단위 상품과 지역 특화 상품이 섞여 있는 편입니다.
농협 계열 어린이 적금의 전형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아동수당을 농협 계좌로 받는 조건에 따른 우대금리
- 부모의 농협 카드 사용 실적이나 급여 이체 실적에 따른 우대
- 농협 특성상 지역 조합과 연계된 이벤트나 지역 한정 혜택이 포함될 수 있음
- 주니어 전용 통장, 체크카드 등과 함께 묶어 이용할 수 있는 구조
농협은 도·농 지역을 아우르다 보니, 같은 “어린이 적금”이라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이름과 조건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점포나 공식 안내를 통해 현재 이용 가능한 상품을 따로 확인하는 과정이 특히 중요합니다.
인터넷은행을 활용한 적금 운용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들은 대체로 기본금리가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다만 “신생아 전용”이나 “어린이 전용”이라는 이름을 붙인 상품보다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자유적금이나 저금통 기능 형태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별도의 어린이 브랜드 적금이 없다고 해서 아이 명의 계좌를 못 만드는 것은 아니고, 아이 이름으로 일반 적금 계좌를 개설해 운용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인터넷은행을 사용할 때의 장점과 단점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장점: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앱으로 쉽게 계좌 개설, 비교적 높은 기본금리,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 단점: 신생아·어린이만을 위한 특별 우대금리나 교육용 부가서비스는 전통 시중은행보다 적을 수 있음
앱에서 잔액과 이자가 쌓이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아이가 조금 더 자란 뒤 함께 화면을 보면서 “한 달에 얼마씩 모으면 1년 뒤에 얼마가 되는지” 등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을 통한 어린이 자금 관리
저축은행은 일반적으로 시중은행보다 기본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아이를 위해 모아둔 돈을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좀 더 높은 이율로 굴리고 싶을 때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다만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저축은행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중은행보다 높은 기본금리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 많은 편
- 일부 저축은행은 지점 수가 적어 직접 방문이 번거로울 수 있으나, 최근에는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한 곳도 늘어나는 추세
-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한 저축은행에서 원금과 이자를 합해 최대 5천만원까지 보호
- 은행의 재무 건전성과 영업형태를 살펴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음
아이 명의로 파킹통장(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예금)이나 짧은 만기의 적금 상품을 활용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입출금하면서도 이자를 조금 더 챙기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금리가 아무리 높아 보이더라도 예금자 보호 한도와 금융사 건전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꼭 갖춘 뒤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선택과 운용에서 기억해 두면 좋은 점
아이를 위한 적금을 고르고 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생각도 필요합니다. 몇 가지 실질적인 팁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부모의 주거래 은행을 먼저 살펴보고, 그다음 다른 은행과 비교해 보기
- 광고에 나온 “최고 금리” 대신, 내가 실제로 충족할 수 있는 우대조건만 채웠을 때 금리를 계산해 보기
- 금리와 조건은 수시로 바뀌므로, 가입 전에는 반드시 해당 은행의 공식 안내나 영업점에서 최신 내용을 확인하기
- 여유가 된다면 한 은행에만 몰지 않고, 조건이 괜찮은 여러 상품을 나누어 활용하기
- 모든 은행 예금이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천만원까지 보호된다는 점을 이해한 뒤, 그 범위 안에서 계획 세우기
아이 이름으로 만들어진 통장은 단지 숫자가 쌓이는 곳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의 작은 역사와 계획이 담기는 그릇이 되기도 합니다. 매달 넣는 금액이 크지 않아도,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지, 어떻게 모았는지, 나중에 아이와 함께 통장을 펼쳐 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분명 찾아옵니다. 은행별 상품의 특징과 우대 조건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춰 차분히 선택한다면, 적금 통장은 아이의 첫 경제적 발걸음을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는 도구가 되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