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노래를 들었던 날이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오던 멜로디가 이상하리만큼 가슴에 오래 남았습니다. 제목은 영어로 ‘Again’인데, 가사는 헤어진 사람을 다시는 붙잡을 수 없다는 내용이라 더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노래 한 곡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명곡이라고 부르는지 천천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 노래의 주인공이 바로 혼성그룹 스페이스 A의 ‘어게인 (Again)’입니다. 1990년대 말, 거리마다 테이프와 CD가 팔리던 시절에 발표된 이 노래는 특유의 애절한 멜로디와 강렬한 랩, 그리고 후렴을 따라 부르게 만드는 힘 덕분에 지금까지도 사람들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스페이스 A와 ‘어게인 (Again)’의 탄생
스페이스 A는 1990년대 후반 활동을 시작한 혼성 댄스 그룹입니다. 남자 래퍼와 여자 보컬, 그리고 퍼포먼스를 담당하는 멤버들이 함께 무대를 채우는 형식으로, 그 시절을 대표하는 댄스 그룹 중 하나였습니다.
‘어게인 (Again)’은 1999년에 발매된 스페이스 A의 정규 3집 앨범의 타이틀곡입니다. 당시 라인업은 보컬 김현정, 래퍼 제이케이(J-K), 보컬 이시라(당시 활동명), 랩 파트를 함께 맡은 정재형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작사는 조진광, 작곡은 이창희가 맡았습니다. 이 곡은 발표 당시 음악방송과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왔고, 클럽과 거리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곡의 분위기는 밝은 댄스 리듬에 애절한 가사가 얹혀 있는 형태입니다. 리듬은 빠르지만, 가사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별을 받아들이려 애쓰는 마음이 담겨 있어 듣는 사람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립니다.
‘어게인 (Again)’ 가사에 담긴 이야기
‘어게인’의 가사는 이별 후의 마음을 담담하면서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후렴구에서 반복되는 “Again”이라는 단어는 “다시”라는 의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사 속에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뜻과 함께 쓰입니다. 이 부분이 이 노래의 가장 큰 감정적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사를 내용별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은 흐름을 따라갑니다.
- 헤어진 뒤 시간이 흘러도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기억
- 다시 보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 잊으려고 애쓰지만 가슴 깊이 남아 있는 상대의 모습
- 결국 사랑을 버리고 미워하려고 마음먹는 다짐
가사 첫 부분에서는 “아무리 잊으려 애를 써봐도 /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 너의 기억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 내 가슴 속에 다시 남아”라는 식의 내용이 반복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옅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기억이 더 생생해지는 경험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후렴인 “Again 돌아올 순 없어 / Again 내 곁을 떠나간 너 / 내가 잡을 수 없을 만큼 멀리 / 다시 또 너에게로 돌아갈 순 없어”라는 부분은, 입으로 따라 부르기에는 멜로디가 시원하지만, 의미를 곱씹어 보면 이미 끝난 관계를 인정하는 씁쓸한 말들입니다. 이 노래가 단순한 이별 노래를 넘어서 공감을 얻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듣는 사람마다 떠올리는 얼굴이 하나쯤은 생기기 때문입니다.
가사 후반부에서는 “내 사랑을 버려” “널 미워해야만 해” 같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 부분은 단순히 슬픔에만 머물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현실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지만, 노래 속 화자는 그 과정을 겪어내려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명곡으로 남게 된 이유
‘어게인’이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는 단지 가사와 멜로디 때문만은 아닙니다. 몇 가지 특징이 더 있습니다.
- 보컬과 랩의 대비가 뚜렷합니다. 김현정의 시원하면서도 애절한 고음 위에 제이케이의 힘 있는 랩이 더해져 곡의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립니다.
- 후렴구의 멜로디가 한 번만 들어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직선적이고 강렬합니다. 그래서 노래방에서 부르기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 댄스곡이지만, 가사는 발라드처럼 섬세합니다. 빠른 비트 위에 슬픈 이야기가 실려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감정의 폭이 넓어집니다.
그 시절 댄스 음악 특유의 신시사이저 사운드, 안무, 무대 의상까지 합쳐지면서 ‘어게인’은 단순히 귀로만 듣는 노래가 아니라, 화면 속 그림까지 함께 떠오르는 곡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A의 변해온 멤버와 구성
스페이스 A는 활동하는 동안 여러 차례 멤버 변화가 있었던 그룹입니다. 혼성 그룹 특성상 보컬, 래퍼, 퍼포머 역할이 나뉘어 있었고, 각 시기마다 조금씩 다른 조합으로 앨범과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어게인’ 활동 당시에는 김현정, 제이케이, 이시라, 정재형이 함께 무대를 꾸몄습니다. 이후 일부 멤버가 팀을 떠나고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는 과정을 반복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팀 이름은 유지하되 구성원과 활동 방식은 시대에 맞게 바뀌어 왔습니다.
현재는 과거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 레트로 공연과 방송 출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김현정이 메인 보컬로서 팀의 얼굴 역할을 하고, 래퍼 J-K(제이케이)와 보컬 한영미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구성이 자주 소개되고 있습니다. 다만, 혼성 그룹 특성상 프로젝트 성격의 무대나 방송에서는 그때그때 다른 멤버 구성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방송과 무대에서 만나는 스페이스 A
요즘 스페이스 A를 다시 보게 되는 자리는 주로 추억을 불러오는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과 콘서트 무대입니다. 한때는 10대와 20대의 일상을 장식하던 노래가, 이제는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대에서 다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등장하는 방송의 특징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대표한 가수들이 다시 불러 나와 당시 히트곡을 라이브로 선보이고, 그 노래에 얽힌 뒷이야기나 당시 활동 비하인드를 들려주는 형식입니다. 스페이스 A는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어게인’을 중심으로 ‘섹시한 남자’, ‘주홍글씨’ 같은 대표곡들을 메들리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무대 위에서 스페이스 A는 예전 안무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지금의 관객과 호흡할 수 있게 무대를 새롭게 구성합니다. 노래의 키나 편곡을 조금 바꾸기도 하고, 관객이 함께 후렴을 부르도록 유도하면서 공연장을 하나의 큰 노래방처럼 만드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음원 발표와 새로운 시도들
스페이스 A는 한동안 활동이 뜸해 보이다가, 2010년대 중반 이후 다시 팀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곡을 선보였습니다. 알려진 곡들로는 ‘어떤가요’(2014년경 발표), ‘비상’(2019년경), ‘Summer Night’(2020년경) 등이 있습니다.
이 곡들은 1990년대식 정통 댄스곡이라기보다는, 예전의 색깔을 간직한 채 지금의 음악 분위기를 조금씩 반영한 형태에 가깝습니다. 기존 팬들에게는 반가운 선물이 되었고, 우연히 음원을 접한 젊은 세대에게는 “예전에 이런 느낌의 그룹이 있었구나”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스페이스 A의 활동 방향을 살펴보면, 신곡을 자주 발표하는 그룹이라기보다는 이미 사랑받았던 히트곡들을 중심으로 라이브 무대와 방송에 집중하는 편에 가깝습니다. 이는 예전 곡에 대한 대중의 기억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레트로 열풍과 함께 과거 히트곡을 찾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연, 행사, 그리고 여전히 불리는 노래
스페이스 A는 전국 곳곳의 축제, 기업 행사, 레트로 콘서트 등에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1990년대 노래를 한자리에서 모아 듣는 콘서트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섭외되는 그룹 중 하나입니다.
공연장에서 ‘어게인’의 전주가 흐르기 시작하면, 그 시절을 겪었던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박자를 타며 몸을 움직입니다. 어떤 사람은 따라 부르며 환호하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입술만 움직이기도 합니다. 무대 위 가수와 객석이 함께 노래를 완성하는 순간에, 이 곡이 단지 “옛날 노래”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런 자리에서 스페이스 A는 단순히 추억을 소비하는 그룹이 아니라, 그 추억을 지금 이 순간의 시간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전에는 TV 속에서만 보던 가수들을 눈앞에서 보고, 그때와는 또 다른 나이와 마음으로 노래를 다시 듣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울림을 남깁니다.
세월이 흐르며 음악의 유행은 계속 바뀌지만, 어떤 노래들은 시대를 건너뛰어 다시 사람들 입에서 흘러나옵니다. 스페이스 A의 ‘어게인’은 그런 곡들 사이에서 여전히 또렷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곡을 처음 들었던 날의 기억처럼, 누군가의 마음속에도 오늘 또 하나의 새로운 ‘어게인’이 쌓여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