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계좌를 처음 만들었을 때였습니다. 화면에 낯선 용어들이 잔뜩 나오는데, 그중에 ‘디폴트옵션’이라는 말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뭔가 중요한 것 같아서 눌러보긴 했는데, 설명이 어렵게 느껴져서 결국 그냥 넘어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제대로 이해했으면 내 퇴직연금이 몇 년 동안 빈 계좌처럼 놀고 있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아쉬움 때문에, 지금은 누가 IRP와 디폴트옵션 이야기를 꺼내면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서 설명해 주고 싶습니다.
퇴직연금 제도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미래의 나에게 미리 월급을 모아두는 통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IBK기업은행의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이나 스스로 넣는 돈을 한 계좌에 모아두고, 여러 금융상품에 나누어 투자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이 계좌를 만들어만 두고, 그 안의 돈을 아무 투자 지시 없이 그냥 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디폴트옵션은 바로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만든 장치입니다.
IRP 디폴트옵션이란 무엇인지부터 정리해보기
IRP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IRP 계좌의 가입자가 따로 “이걸로 투자해 주세요”라는 지시를 하지 않아도, 미리 정해둔 방식대로 자동으로 투자되게 해 주는 제도입니다. 계좌에 돈이 들어왔는데도 아무 설정이 없으면, 보통은 거의 이자가 나지 않는 예금이나 대기성 자금으로 머무르게 됩니다. 그러면 퇴직연금이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하게 됩니다.
디폴트옵션은 계좌 주인이 바쁘거나, 투자 공부가 아직 충분하지 않더라도, 미리 선택해 둔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굴러가게 만들어 줍니다. “내가 직접 매번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기본적인 방향은 정해 둔 대로 움직이게 해 주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덜 어렵습니다.
왜 이런 디폴트옵션이 필요한지 살펴보기
퇴직연금 제도는 원래 각자가 스스로 투자 상품을 고르고, 필요하면 중간중간 바꾸면서 오래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 계좌는 만들었지만,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몰라서 그냥 두는 경우
- 처음에 대충 예금이나 가장 안전해 보이는 것 하나만 골라 놓고, 몇 년 동안 바꾸지 않는 경우
- 일이 바빠서, 혹은 관심이 적어서 자신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거의 확인하지 않는 경우
이렇게 되면, 퇴직연금이 사실상 “잠자고 있는 돈”이 되기 쉽습니다. 예금처럼 거의 이자가 나지 않는 상품에만 오래 머무르면, 물가가 올라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나중에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의 가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의 가장 큰 목적은 노후에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인데, 장기간 방치되면 이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디폴트옵션은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장치입니다. 계좌 주인이 세밀한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미리 정한 방향대로 자동으로 굴러가게 하는 기본 설정”을 마련해 두는 것입니다. 특히 IBK기업은행 IRP의 디폴트옵션은 투자 성향에 맞춘 상품군을 미리 골라 둘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IBK기업은행 IRP 디폴트옵션의 주요 특징
IBK기업은행이 제공하는 IRP 디폴트옵션은 큰 틀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상품 구성이나 세부 조건은 시기마다 조금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좌를 만들거나 바꾸기 전에는 꼭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미리 정해 두는 사전 지정 제도
IRP 계좌를 새로 만들 때나, 이미 갖고 있는 계좌를 정리할 때, 투자 성향에 맞는 디폴트옵션 상품군을 미리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품군”은 개별 상품 하나가 아니라, 여러 상품을 섞어놓은 하나의 묶음 같은 개념입니다.
이렇게 미리 선택을 해 두면, 나중에 적립금이 들어왔을 때 따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그 적립금이 사전에 지정한 디폴트옵션 상품군으로 자동 투자됩니다. 반대로, 아무것도 미리 선택해 두지 않으면, 돈이 계좌 안에서 제대로 투자되지 못하고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2. 투자 성향을 반영한 다양한 상품군 구성
사람마다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와 투자에 기대하는 수익 수준이 다릅니다. IBK기업은행 IRP 디폴트옵션 상품군은 이런 차이를 반영해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나뉠 수 있습니다.
- 안정추구형: 손실이 나는 상황을 최대한 줄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유형
- 위험중립형 또는 중립추구형: 너무 공격적이지도, 너무 보수적이지도 않게 중간 정도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유형
- 적극투자형: 어느 정도의 손실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을 위한 유형
각 유형 안에는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상품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주식형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과 손실의 폭이 커질 수 있고, 채권형 비중이 높을수록 변동성은 줄어들지만 기대 수익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혼합형은 둘을 적절히 섞어 중간 정도의 변동성을 목표로 합니다.
3. 자동 운용과 리밸런싱 기능
디폴트옵션 상품군을 선택해 두면, 계좌에 들어오는 돈은 그 비율에 맞게 자동으로 나뉘어 투자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군이 “주식 50%, 채권 50%”라는 구조로 되어 있다면, 적립금이 들어올 때마다 이 비율에 맞춰 나누어 투자되도록 설계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주식과 채권의 가격이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처음에 맞춰놓은 비율이 점점 틀어지게 됩니다. 이때 일정 주기(예를 들어 1년에 한 번 등, 실제 주기는 상품이나 제도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에 맞추어, 처음 설정한 비율에 다시 가깝게 맞추도록 자동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리밸런싱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조정 덕분에, 너무 한쪽 자산에만 쏠리는 일을 줄이고, 애초에 정했던 투자 목표와 위험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리밸런싱 방식과 시기, 적용 여부는 상품군마다 다를 수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운용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동이라고 해서 언제나 가장 좋은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4. 언제나 남아 있는 가입자의 선택권
디폴트옵션은 “강제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제도”가 아닙니다. 선택하지 않을 자유도 있고, 선택해 둔 뒤에 나중에 바꾸거나 없앨 자유도 있습니다.
- 처음에는 디폴트옵션을 선택해 두었다가, 나중에 투자 공부를 더 한 뒤 직접 상품을 고르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 현재 디폴트옵션으로 운용 중이라도, 언제든지 운용 지시를 변경하거나 해지할 수 있습니다.
- IRP 계좌 안에서 예금, 채권형 펀드, 주식형 펀드 등 개별 상품을 직접 조합해서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자동으로 굴러간다고 해서, 영원히 손을 뗀 채로 두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나의 나이, 소득, 가족 상황, 노후 계획 등이 바뀌면, 그에 맞춰 투자 방식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5. 나이가 들수록 위험을 줄여가는 단계별 운용 방식
IBK기업은행 IRP 디폴트옵션 상품군 중 일부는 “단계별 운용” 방식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이 방식은 퇴직 예정 시점이나 나이를 고려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위험 자산의 비중을 줄여 나가는 구조입니다.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젊고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 주식형 등 변동성이 큰 자산 비중을 더 높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서서히 채권이나 예금 등 좀 더 안정적인 자산 비중을 늘려가서,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줄이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장기적으로는 성장 기회를 어느 정도 잡으면서도, 은퇴 직전에 큰 폭의 손실을 맞을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단계별 운용이 포함된 상품군을 선택할지, 아니면 일정 비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유형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남들이 그렇다더라”는 말만 듣고 정하기보다는, 각 상품군이 어떻게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지 설명을 꼭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IBK기업은행 IRP 디폴트옵션을 설정하고 확인하는 방법
디폴트옵션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내가 어떤 상품군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안에 어떤 자산들이 들어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IBK기업은행 IRP 디폴트옵션은 대략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설정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IRP 계좌를 새로 만들 때
IBK기업은행에서 IRP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디폴트옵션 선택 항목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 자신의 투자 성향을 진단하는 설문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천되는 유형들 중에서 상품군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설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창구 직원이나 상담 창에서 “이 상품군이 실제로 어디에 투자하는지”, “어느 정도 손실이 날 수도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설명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선택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2. 이미 IRP 계좌를 갖고 있는 경우
이미 IBK기업은행 IRP를 갖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디폴트옵션을 확인하거나 설정할 수 있습니다.
- 인터넷뱅킹 또는 모바일뱅킹 앱에 접속합니다.
- 퇴직연금 또는 IRP 관련 메뉴에서, 디폴트옵션 또는 사전지정운용제도와 관련된 항목을 찾습니다.
- 현재 설정된 디폴트옵션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상품군인지 확인합니다.
- 필요하다면 다른 상품군으로 변경하거나, 새롭게 등록할 수 있습니다.
화면만 보고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가까운 IBK기업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서 직원에게 질문하면서 함께 화면을 보며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처음에는 간단한 용어 설명부터 차근차근 들으면서 본인에게 맞는 유형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디폴트옵션을 사용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점들
디폴트옵션은 편리한 제도이지만, “자동”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생각 없이 맡겨 두면 안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디폴트옵션도 엄연한 투자라는 점
디폴트옵션 상품군 역시 펀드나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하는 구조라면, 원금이 항상 보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계좌에 적립된 돈이 시장 상황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지만,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자동으로 굴러간다”는 말이 “안전하다”는 뜻과 같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2. 상품 정보는 가능한 한 꼼꼼히 읽어보기
어떤 디폴트옵션 상품군을 선택하든, 그 안에는 구체적인 펀드나 상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상품은 투자 대상, 운용 전략, 수수료 구조, 위험 수준 등이 다릅니다. 처음에는 생소한 말이 많겠지만, 최소한 다음과 같은 부분은 확인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이 상품군은 주로 어떤 자산(주식, 채권, 예금 등)에 투자하는지
- 과거에 어느 정도 수익과 손실을 보여 왔는지 (단,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항상 유의해야 합니다)
- 운용보수, 판매보수 등 어떤 수수료가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설명서를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이 있으면 그냥 넘기지 말고, 은행 직원이나 상담 창에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해서 불편해할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나중에 더 큰 불안과 손실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나에게 맞는 투자 성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 있음
처음 IRP를 만들 때는 비교적 젊고, 투자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적극투자형 상품군을 선택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가족이 생기거나, 노후가 가까워지거나, 소득 상황이 바뀌면 마음가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디폴트옵션을 포함해 전체적인 투자 구성을 다시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IBK기업은행에서는 투자 성향을 다시 진단해 볼 수 있는 설문을 제공하니, 일정 간격으로 한 번씩 다시 해 보고, 결과가 달라졌다면 디폴트옵션 설정도 함께 조정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4. 수수료도 조용히 빠져나가는 비용이라는 점
디폴트옵션 상품군에 포함된 펀드나 기타 금융상품에는 운용보수, 판매보수 등 다양한 수수료가 붙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수수료는 매년 조금씩 빠져나가지만, 기간이 길어질수록 전체 수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수수료가 낮다고 해서 항상 좋은 상품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같은 성격의 상품이라면 수수료가 더 낮은 쪽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상품 설명서나 안내문에서 수수료 항목을 꼭 확인하고, 왜 그 수준의 수수료가 부과되는지 이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퇴직연금과 디폴트옵션은 처음 접할 때는 낯설지만, 한 번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생각보다 단순한 원리로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동으로 해 주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가 아니라, “자동 기능을 잘 활용하되, 주기적으로 내 상황에 맞는지 확인해 본다”는 태도입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익숙해지다 보면, 퇴직연금이 막연한 제도가 아니라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