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이어폰을 끼고 잔잔한 발라드를 들으면, 애써 숨겨뒀던 생각들이 슬며시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가사는 내 얘기도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찌릿하고, 어떤 날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노래만 반복해서 듣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여러 곡들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발라드들을 하나둘 모아보게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시간이 지나도 자주 찾게 되는 노래들과 최근에 자주 듣게 된 곡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언젠가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계속 다시 듣게 되는 발라드
어떤 노래들은 발표된 지 오래됐는데도 여전히 노래방에서, 거리에서, 영상 배경음악으로 자주 들립니다. 멜로디와 가사가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동률의 ‘감사’는 제목처럼 듣는 동안 정말 고마운 얼굴들이 떠오르게 되는 곡입니다. 목소리가 담백해서 오히려 감정이 더 깊게 느껴지고, 차분한 피아노와 스트링 소리가 잘 어울립니다. 덕분에 특별한 날에도, 평범한 날에도 자연스럽게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는 오래된 곡이지만, 계절이 가을로 기울 때마다 다시 찾게 되는 노래입니다. 가사 속에 담긴 서울의 풍경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어른스럽게 표현돼 있어서,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며 들을수록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성시경 ‘내게 오는 길’은 처음 시작하는 피아노 전주만 들어도 곧이어 나올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부드러운 보컬과 담백한 가사가 어울려서,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할 때의 설렘과 조심스러움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조성모의 ‘To Heaven’은 발라드에서 자주 언급되는 곡입니다. 힘있게 올라가는 고음과 드라마틱한 구성 덕분에 한 편의 짧은 영화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별과 그리움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아주 진하게 풀어냈기 때문에, 집중해서 들으면 감정이 꽤 깊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박효신의 ‘눈의 꽃’은 겨울과 거의 세트처럼 떠오르는 곡입니다. 차갑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어서, 눈 내리는 풍경과 함께 들으면 노래 속 장면이 그려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윤종신의 ‘좋니’는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이별 이후의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꺼내 놓은 듯한 노래입니다. 화려한 말보다는 현실적인 표현들이 많아서, 가사를 조금만 따라가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생깁니다.
이별을 더 선명하게 느끼게 만드는 발라드
이별 노래는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곡마다 표현하는 감정의 결이 조금씩 다릅니다. 미련, 후회, 그리움, 인정하기 싫은 마음까지 여러 감정을 담고 있어서,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와닿습니다.
나얼의 ‘귀로’는 제목처럼 마음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느낌을 주는 곡입니다. 속으로만 말하던 생각들을 노래가 대신 말해 주는 것 같아서, 조용히 앉아서 듣고 있으면 한동안 다른 생각이 잘 안 들 정도입니다.
김범수의 ‘보고 싶다’는 제목만 들어도 이미 많은 장면이 떠오르는 노래입니다. 간단한 가사 속에 반복되는 말들이 이별 후의 공허함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절제된 감정으로 시작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터져 나오는 보컬이 이 노래의 핵심입니다.
먼데이 키즈 ‘발자국’은 헤어진 뒤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상대의 흔적을 발자국에 비유해 표현한 곡입니다. 잔잔하게 흐르다가도 포인트마다 감정이 올라가서, 가사를 따라가며 듣다 보면 스스로도 기억 속 누군가를 떠올리게 됩니다.
최근에도 자주 들리는 감미로운 발라드
요즘 발매된 곡들 중에도 차분하고 감성적인 발라드가 많습니다. 사운드는 조금 더 세련되고, 가사는 요즘 사람들의 생각과 분위기를 잘 담고 있습니다.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제목부터 눈에 들어오는 곡입니다. 이별이라는 단어를 다루지만,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관계의 끝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담담하게 흘러가는 멜로디가 가사의 힘을 더 살려줍니다.
아이유의 ‘Celebrity’는 화려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안쪽에는 다정한 위로가 담겨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조금 달라 보일지라도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건네며, 듣는 이의 마음을 살며시 감싸 줍니다.
태연의 ‘Weekend’는 전형적인 슬픈 발라드는 아니지만, 편안한 보컬과 여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일상 속에서 자주 틀어놓기 좋은 곡입니다. 가볍게 흥얼거리기 좋으면서도, 목소리 자체의 부드러움 때문에 감성적인 기분이 유지됩니다.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은 드라마를 통해 알려졌지만, 드라마와 상관없이도 사랑 고백과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곡입니다. 과하게 꾸미지 않은 가사와 편안한 멜로디 덕분에, 특별한 날 배경음악으로도 자주 활용됩니다.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는 트로트와 발라드의 사이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가진 곡입니다. 과장되지 않은 표현 속에서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사랑에 대한 생각을 조용히 들려줍니다.
정승환의 ‘보통의 하루’는 제목처럼 아주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들을 세심하게 담아낸 곡입니다. 크게 울고 웃을 일은 없어도, 괜히 마음이 허전한 날에 어울립니다.
감정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애절한 발라드
때로는 슬픈 노래를 일부러 찾아 들으면서 감정을 맘껏 터뜨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 찾게 되는 곡들은 멜로디도 크고, 보컬의 감정도 극대화되어 있습니다.
포맨의 ‘못해’는 제목만큼이나 솔직하고 절절한 곡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쏟아져 나오는 고음과 화음이 감정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립니다. 조용히 듣기보다는 마음속에 쌓인 걸 한 번에 쏟아내고 싶을 때 잘 어울립니다.
SG워너비의 ‘죄와 벌’은 스토리텔링이 강한 곡입니다. 사랑과 후회를 마치 소설처럼 풀어내면서, 보컬이 서로 주고받듯 노래하는 구조가 인상적입니다. 묵직한 감성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집중해서 들어볼 만한 곡입니다.
임창정 ‘그때를 살아줘’는 지나간 시간과 사랑에 대한 미련을 특유의 보컬 스타일로 터뜨리는 노래입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쏟아내기 때문에,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목소리가 떨릴 수도 있습니다.
조용히 마음을 달래주는 잔잔한 발라드
모든 날이 극적인 감정을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 혹은 잠들기 전 조용히 틀어놓기 좋은 발라드들도 있습니다.
이석훈의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방법’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사랑을 자잘한 순간들로 풀어내는 곡입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밝은 멜로디 덕분에 듣는 사람의 표정까지 부드러워지는 느낌을 줍니다.
규현의 ‘광화문에서’는 계절감이 뚜렷한 노래입니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저녁, 낡은 골목을 천천히 걸어가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목소리와 피아노가 잘 어울려서, 이어폰으로 들으면 더 집중하게 됩니다.
정준일 ‘안아줘’는 화려한 말 대신 한 문장으로 전하는 위로 같은 곡입니다. 거창한 해결책을 주기보다, 그저 옆에서 조용히 있어 주겠다는 마음이 담긴 듯한 가사와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발라드를 더 깊게 즐기는 작은 방법들
좋은 곡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노래들을 조금 다르게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먼저, 드라마나 영화의 OST를 찾아보면 새로운 발라드를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장면과 함께 들었던 곡을 다시 들으면, 그때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노래가 더 특별해집니다.
또, 특정 가수의 발라드만 모아서 한 번에 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같은 사람이 부른 노래들을 이어서 듣다 보면 그 가수만의 표현 방식, 가사를 선택하는 기준, 목소리의 색깔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사를 천천히 읽어보며 곡을 들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냥 흘려들을 때는 놓쳤던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순간부터 그 곡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