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을 받고 연봉계산기를 처음 열었을 때, 숫자는 잔뜩 보이는데 ‘비과세액’ 칸에서 손이 멈춘 적이 있습니다. 급여명세서에는 이것저것 적혀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얼마까지 적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더군요. 그때 하나씩 정리해 보면서 알게 된 내용을 기준으로, 비과세액을 연봉계산기에 어떻게 입력하면 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비과세 항목부터 정확히 구분하기
연봉계산기에 숫자를 넣기 전에, 먼저 본인이 받는 급여 중 어떤 항목이 비과세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과세라고 해서 모든 금액이 다 비과세가 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비과세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식대: 회사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월 일정 금액을 식대로 지급하는 경우.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한도 초과분은 과세 대상이 됩니다.
- 육아 관련 수당: 만 6세 이하 자녀에 대해 지급되는 육아수당 등, 법에서 정한 조건과 한도 내 금액만 비과세가 됩니다.
- 출산 관련 수당: 회사에서 별도로 지급하는 출산수당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부분이 비과세가 될 수 있습니다.
- 학자금: 본인 또는 자녀의 학자금을 회사가 지원하는 경우, 요건을 충족하면 비과세가 가능하며, 일부는 과세가 될 수 있습니다.
- 업무 관련 복리후생비: 실비 변상적 성격의 복리후생비(예: 실제 사용한 업무 관련 비용 등)는 비과세가 될 수 있으나, 회사 규정과 세법 기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 등 4대 보험의 근로자 부담분은 급여에서 공제되는 항목이지, 연봉계산기에서 말하는 ‘비과세 소득’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일부 계산기에서 공제액을 별도 입력받는 경우가 있어 혼동될 수 있는데, 일반적인 비과세 소득 입력란과는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본인 급여명세서에서 ‘비과세’라고 따로 표시된 항목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명세서에 과세/비과세가 구분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연봉계산기 선택과 기본 입력 항목 이해하기
연봉계산기는 국세청, 금융기관, 취업 포털, 재테크 사이트 등 다양한 곳에서 제공하지만, 화면 구성은 조금씩 다를 뿐 기본 구조는 비슷한 편입니다. 보통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순서대로 입력하게 됩니다.
- 총 연봉(세전): 1년 동안 받는 기본급, 각종 수당, 상여 등을 모두 합한 금액입니다.
- 비과세 소득: 식대, 육아수당 등 비과세로 인정되는 항목의 합계 또는 항목별 금액입니다.
- 과세 대상 급여: 총 연봉에서 비과세 소득을 뺀 금액으로, 실제 세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금액입니다.
어떤 계산기는 ‘총 연봉만 입력하면 내부적으로 비과세를 반영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비과세 항목을 입력해야 과세표준을 제대로 계산해 줍니다. 따라서 비과세 입력 칸을 비워두면, 실제보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으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비과세액 입력 방식 이해하기
연봉계산기마다 비과세 입력 방식이 다를 수 있는데, 대략 세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1) 항목별로 직접 입력하는 방식
가장 흔한 방식으로, 화면에 식대, 육아수당, 기타 비과세 등 항목이 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월급명세서를 보고 각 항목의 월 지급액을 적어 넣으면 됩니다.
- 식대: 급여명세서에서 ‘식대(비과세)’로 표시된 월 금액 입력
- 육아수당: 만 6세 이하 자녀에 대해 지급되는 월 금액 입력
- 기타 비과세: 학자금, 업무 관련 실비 등 비과세로 표시된 금액 입력
일부 계산기는 월 금액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12개월을 곱해 연간 금액으로 환산해 주고, 어떤 곳은 직접 연간 금액을 입력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면에 ‘월 기준인지, 연 기준인지’가 보통 적혀 있으니 그 부분만 한 번 더 확인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2) 비과세 총액만 입력하는 방식
간단한 계산기일수록 ‘총 비과세액’ 한 칸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비과세 항목별 연간 금액을 모두 더해서 하나의 숫자로 입력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월급명세서에서 비과세로 표시된 금액이 다음과 같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식대: 월 200,000원
- 육아수당: 월 100,000원
- 기타 비과세(업무 관련 복지비 등): 월 50,000원
이 경우 연간 비과세액은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 식대: 200,000원 × 12개월 = 2,400,000원
- 육아수당: 100,000원 × 12개월 = 1,200,000원
- 기타 비과세: 50,000원 × 12개월 = 600,000원
연간 비과세 총액은 2,400,000원 + 1,200,000원 + 600,000원 = 4,200,000원이 되며, 이 숫자를 ‘비과세액’ 칸에 그대로 입력하면 됩니다.
3) 자동 계산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
조금 더 고급형 연봉계산기에서는 자녀 유무, 자녀 나이, 식대 지급 여부 등을 체크박스로 선택하면, 법정 한도 내에서 비과세액을 자동으로 설정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회사의 실제 지급액과 계산기의 기본 가정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런 기능을 쓰더라도 급여명세서와 한 번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입력할 때 꼭 확인해야 할 부분들
비과세액을 입력하다 보면, 숫자는 맞는데 세법상 처리와는 조금 어긋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부분을 주의해서 보시면 좋습니다.
- 한도 초과 여부 확인: 식대, 육아수당 등은 법에서 정한 비과세 한도가 있습니다. 한도 안쪽만 비과세에 해당하고, 초과 금액은 과세 대상이 됩니다. 연봉계산기에 입력할 때는 ‘비과세로 인정되는 금액’만 넣는다는 느낌으로 보시면 됩니다.
- 회사에서 실제로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 명목상 식대라고 적혀 있어도 과세 처리를 하는 회사도 있고, 복지비 중 일부만 비과세로 처리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가장 정확한 것은 급여명세서의 과세/비과세 표시와 인사·급여 담당자의 안내입니다.
- 월 기준인지 연 기준인지 구분: 어떤 계산기는 월 급여 기준으로, 어떤 계산기는 연봉 기준으로 입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단위만 잘 확인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 4대 보험과의 구분: 4대 보험료는 급여에서 공제되는 항목이지, 비과세 소득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연봉계산기에서 ‘공제액 입력’과 ‘비과세 소득 입력’ 칸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으니, 각각의 의미를 구분해서 입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입력 예시로 정리해 보기
조금 더 감이 오도록, 흔히 볼 수 있는 연봉계산기 화면을 떠올리며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총 연봉(세전): 50,000,000원
- 식대: 월 200,000원 (비과세 한도 내라고 가정)
- 육아수당: 만 6세 이하 자녀 1명, 월 100,000원
- 기타 비과세 복지비: 연 600,000원
이 경우 연간 비과세액은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 식대: 200,000원 × 12개월 = 2,400,000원
- 육아수당: 100,000원 × 12개월 = 1,200,000원
- 기타 비과세: 연 600,000원
총 비과세액은 2,400,000원 + 1,200,000원 + 600,000원 = 4,200,000원이 됩니다.
연봉계산기에서 비과세액을 항목별로 입력하는 경우에는 각 항목의 연간 금액을 따로 넣고, 총액만 입력하는 경우에는 4,200,000원 한 번만 입력하면 됩니다. 계산기는 이 금액을 총 연봉 50,000,000원에서 빼서, 과세 대상 급여를 45,800,000원으로 계산하게 됩니다.
급여명세서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
비과세액 입력에서 가장 많은 도움이 되는 자료는 결국 매달 받는 급여명세서입니다.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정리해 보면 훨씬 수월합니다.
- 최근 급여명세서를 꺼내 과세/비과세 항목을 구분해서 본다.
- 비과세로 표기된 항목의 월 금액을 모두 적어 둔다.
- 연봉계산기의 단위(월/연)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다.
- 회사 인사·급여 담당자에게 비과세 처리 기준을 한 번 확인해 본다.
- 연봉계산기에 비과세액을 입력한 뒤, 계산 결과가 본인 월급과 큰 차이가 없는지 비교해 본다.
이 과정을 한 번만 차분히 해 두면, 이후에 연봉협상이나 이직을 준비할 때도 “실수령 기준으로 얼마 정도 받게 될지” 머릿속에서 빠르게 가늠할 수 있어 꽤 도움이 됩니다. 숫자만 보면 막막했는데, 기준을 한 번 잡고 나면 생각보다 단순하게 정리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