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달을 찍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눈으로 볼 때는 또렷하고 예쁜데, 사진으로 남기면 하얀 동그라미 하나만 찍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밝기만 덩그러니 날아가고, 분화구나 무늬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도대체 카메라를 어떻게 설정해야 달이 제대로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여러 날 밤에 직접 찍어 보면서 하나씩 조절해 보았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런 시행착오를 정리한 것으로, 집에 있는 카메라만으로도 달을 더 선명하게 담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달 사진을 찍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점
달은 어두운 밤하늘에 떠 있어서 어둡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햇빛을 그대로 반사하는 아주 밝은 대상입니다. 그래서 사람이나 풍경을 찍을 때처럼 자동 모드로 찍으면, 카메라가 “주변은 어두우니까 더 밝게 찍어야겠다”라고 판단해서 달을 과하게 밝게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달은 하얀 덩어리처럼 나오고, 표면의 무늬는 사라집니다. 달 사진을 잘 찍으려면 이 점을 기억하고, 카메라를 직접 조절해서 달의 밝기를 일부러 조금 어둡게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촬영 모드를 써야 할까?
달을 제대로 찍으려면 카메라의 자동 기능에만 맡기기보다는, 직접 설정을 바꿀 수 있는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많이 쓰이는 모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수동 모드(M): 셔터 속도, 조리개, ISO를 모두 직접 설정할 수 있는 모드입니다. 가장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서 달 사진에 가장 잘 맞는 모드입니다.
- 조리개 우선 모드(A 또는 Av): 조리개 값(F값)을 직접 정하면, 카메라가 셔터 속도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모드입니다. 완전 수동이 부담스럽다면, 이 모드로 시작해 보고 노출 보정 기능(± 버튼)을 이용해 조금 어둡게 조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수동 모드로 연습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진을 어떻게 밝게 또는 어둡게 만드는지 감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기본 카메라 설정: ISO, 조리개, 셔터 속도
달 사진에 중요한 3가지 설정은 ISO, 조리개(F값), 셔터 속도입니다. 이 세 가지가 노출, 즉 사진의 밝기를 결정합니다.
ISO: 가능한 한 낮게
ISO는 빛에 대한 민감도를 의미합니다. 숫자가 클수록 같은 빛에도 더 밝게 찍히지만, 대신 사진에 까칠까칠한 노이즈가 많이 생깁니다.
- ISO 100 또는 200 정도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 달은 충분히 밝기 때문에 굳이 ISO를 높일 필요가 없습니다.
- ISO를 낮추면 달 표면의 작은 무늬까지 더 깨끗하게 담을 수 있습니다.
조리개(F값): F/8 ~ F/11 주변이 무난
조리개는 렌즈가 얼마나 넓게 열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값입니다. F값이 낮으면 많이 열리고, 높으면 좁게 열립니다.
- F/8 ~ F/11 정도가 달 촬영에서 많이 사용되는 범위입니다.
- 너무 개방(F/2.8처럼 아주 작은 F값)하면 화면 일부가 흐려지거나 렌즈 성능 때문에 가장자리 선명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 F/16 이상으로 너무 조이면 회절이라는 현상 때문에 오히려 사진이 전반적으로 살짝 흐릿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사진가들이 밝은 보름달을 찍을 때 “Looney 11”이라는 경험칙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F/11에서 시작해 셔터 속도를 맞추는 방식입니다. 이 규칙은 완전히 정확한 법칙은 아니지만, 시작점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셔터 속도: 달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입니다
셔터 속도는 카메라가 빛을 받아들이는 시간입니다. 너무 느리면 손떨림이나 달의 움직임 때문에 달이 흐릿해질 수 있습니다.
- 1/100초 ~ 1/500초 사이에서 먼저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ISO 100, F/8 기준으로는 대략 1/125초~1/250초 부근에서 적당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사진이 너무 밝게 나오면 셔터 속도를 더 빠르게(예: 1/250초 → 1/400초) 조정합니다.
- 사진이 너무 어두우면 셔터 속도를 조금 느리게(예: 1/250초 → 1/100초) 바꿔서 다시 찍어 봅니다.
달은 하늘에서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망원 렌즈로 확대해서 보면 꽤 빨리 이동합니다. 셔터 속도가 너무 느리면 달 표면이 살짝 흐릿하게 찍힐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손떨림 없이 버틸 수 있는 범위에서 빠른 셔터 속도를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초점 맞추기: 자동 초점보다는 수동 초점
달은 멀리 있고, 주변은 어두워서 자동 초점(AF)이 헷갈리기 쉽습니다. 초점이 약간만 틀어져도 사진이 흐릿하게 보이기 때문에, 초점은 특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 초점 모드를 수동(MF)로 전환하는 것이 좋습니다. 렌즈 옆에 AF/MF 스위치가 있는 경우 MF로 바꾸면 됩니다.
- 렌즈의 초점 링을 무한대(∞) 근처로 맞추되, 그대로 두지 말고 아주 조금씩 돌려가며 최적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 카메라의 라이브 뷰 기능이 있다면 화면에서 달을 크게 확대해서, 달 가장자리와 분화구가 가장 또렷하게 보이도록 초점을 미세 조정합니다.
- 일부 카메라에는 수동 초점 시 초점을 도와주는 보조 기능(포커스 피킹 등)이 있는데, 이런 기능이 있다면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점이 정확히 맞으면, 찍은 사진을 확대했을 때 달의 어두운 바다, 밝은 부분, 분화구의 윤곽 등이 또렷하게 구분됩니다. 촬영 후에는 꼭 확대해서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삼각대와 셀프 타이머: 흔들림 줄이기
달 사진은 셔터 속도가 빠르더라도, 렌즈 초점 거리가 길어질수록 작은 흔들림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200mm 이상의 망원 렌즈를 사용한다면 삼각대가 거의 필수에 가깝습니다.
- 튼튼한 삼각대를 사용하면 손으로 들고 찍을 때보다 훨씬 안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셔터 버튼을 손으로 바로 누르면 누르는 순간의 진동이 사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2초 또는 10초 셀프 타이머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릴리즈 케이블이나 무선 리모컨이 있다면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고 촬영할 수 있어 더욱 안정적입니다.
손떨림 방지 기능(IS, VR 등)은 끄는 편이 좋을 때
렌즈나 카메라에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는 경우, 손으로 들고 찍을 때는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삼각대를 사용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 삼각대에 단단히 고정해 놓은 상태에서는 카메라가 사실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 이때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작동하면, 오히려 카메라가 없는 흔들림을 찾다가 약간의 미세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 그래서 삼각대를 사용할 때는 손떨림 방지 기능을 끄는 것이 더 안정적인 사진을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파일 형식과 화이트 밸런스: 후보정까지 생각한다면
달 사진을 찍은 후, 나중에 컴퓨터에서 밝기나 색을 조금 더 조절하고 싶다면 촬영할 때부터 파일 형식을 잘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 RAW 형식으로 촬영하면 JPG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어서 후보정에 유리합니다.
- 노출이 조금 어둡거나 밝게 찍혀도, RAW 파일에서는 이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보정할 수 있습니다.
화이트 밸런스는 달 촬영에서 크게 까다롭지는 않습니다.
- 자동 화이트 밸런스(AWB)로 두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 조금 더 따뜻한 색감을 원한다면 “흐린 날”, “그림자” 같은 프리셋을 선택해 볼 수 있습니다.
- RAW로 촬영했다면 나중에 편집 프로그램에서 자유롭게 색 온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달의 모양과 날씨도 중요합니다
같은 설정이라도 날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 중 하나는 달의 모양과 위치, 그리고 대기 상태 때문입니다.
- 달의 위상: 보름달은 전체가 밝아 보여서 화려해 보이지만, 빛이 정면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그림자가 적어 입체감이 비교적 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달이나 초승달은 빛이 옆에서 비추기 때문에 분화구의 그림자가 뚜렷하게 드러나, 오히려 표면 질감이 더 잘 보이기도 합니다.
- 달의 높이: 달이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는 공기층을 더 두껍게 통과해야 해서, 대기 흐림 현상과 색수차, 왜곡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조금 더 높이 떠 있을 때가 선명하게 찍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날씨: 맑고 구름이 없는 날이 가장 좋습니다. 공기 중에 수증기나 먼지가 많으면 달 주변으로 뿌옇게 번져 보일 수 있습니다.
달의 단계와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싶다면, 천문 앱이나 관련 사이트를 참고하면 편리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천문연구원 사이트(https://www.kasi.re.kr)에서 달의 뜨고 지는 시각과 위상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제 예시 설정으로 정리해 보기
지금까지 내용을 토대로, 상황별로 어떤 설정을 시도해 볼 수 있을지 예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실제로는 카메라와 렌즈에 따라 조금씩 다르므로, 아래 값에서 시작해서 직접 조절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달 전체를 또렷하게 담고 싶을 때
- 촬영 모드: 수동(M)
- ISO: 100
- 조리개: F/8 ~ F/11
- 셔터 속도: 1/125초 ~ 1/250초 근처에서 시작
- 초점: 수동 초점(MF), 라이브 뷰로 달을 확대해서 또렷해질 때까지 조정
- 삼각대 사용, 셀프 타이머 2초 또는 10초 설정
달 표면의 분화구와 무늬를 자세히 담고 싶을 때
- 망원 렌즈(가능하면 300mm 이상 상당의 화각)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 ISO: 100 또는 200
- 조리개: F/8 ~ F/11을 기본으로 하되, 렌즈에 따라 가장 선명한 구간을 찾아 조절합니다.
- 셔터 속도: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1/250초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초점: 반드시 수동 초점, 확대해서 분화구 가장자리의 선명함을 기준으로 맞춥니다.
- 삼각대, 셀프 타이머(또는 릴리즈 케이블) 필수에 가깝습니다.
직접 여러 번 찍어 보면서 감을 익히기
달 사진은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달의 밝기, 공기 상태, 카메라와 렌즈의 성능에 따라 같은 설정에서도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설정이면 무조건 성공’이라는 공식보다는, 위에서 설명한 기본 범위를 기준으로 삼고 조금씩 바꾸어 보면서 자신의 장비에 맞는 값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한 번에 완벽한 사진을 기대하기보다는, 오늘은 ISO와 셔터 속도를 바꿔 보고, 내일은 조리개와 초점을 조금 다르게 시도해 보면서 경험을 쌓아 가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찍힌 사진들을 비교해 보면, 어떤 조합에서 달의 무늬가 가장 잘 살아나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고, 그 과정이 촬영 자체만큼이나 재미있게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