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외여행을 준비하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지도만 펼쳐놓고 ‘어디가 가장 싸고, 또 재밌을까?’를 고민하면서 밤을 새운 적이 있습니다. 비행기 값은 어느 정도인지, 숙소는 얼마나 드는지, 인터넷에서 후기들을 찾아보며 노트에 하나씩 적어 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성비가 좋은 여행지”에 관심이 생겼고, 실제로 여러 나라를 다녀오면서 어떤 곳이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지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런 경험과 최신 정보, 그리고 흔히 알려진 내용 중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가성비 좋은 여행지를 고르는 기본 생각
가성비 좋은 여행지는 단순히 “싼 곳”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비용을 쓰더라도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이동은 편한지, 식비와 숙소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모두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대체로 다음 요소들을 함께 보면 좋습니다.
- 항공권 가격과 비행 시간
- 현지 물가(숙소, 식비, 교통비)
- 볼거리와 즐길 거리의 다양성
- 치안과 편의시설(대중교통, 인터넷, 병원 등)
- 비자나 입국 절차의 편리함
이 기준으로 봤을 때, 동남아시아와 일부 동아시아, 그리고 몇몇 중국 도시들이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 편입니다.
1. 동남아시아 – 낮은 물가와 풍부한 볼거리
태국 – 여행 입문자에게도 친절한 나라
태국은 여전히 동남아 대표 가성비 여행지입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관광지 물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어서, 예전처럼 “무조건 엄청 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경제적인 편입니다.
태국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숙소 선택 폭이 넓어서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부터 합리적인 리조트까지 선택 가능
- 대중교통과 택시(또는 그랩 등 호출 앱) 이용이 비교적 쉬움
- 길거리 음식과 로컬 식당에서 저렴하게 한 끼 해결 가능
추천 지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방콕: 쇼핑몰, 야시장, 사원, 카페, 마사지 등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모여 있습니다.
- 치앙마이: 북쪽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사원과 자연, 카페 문화가 발달해 있습니다.
- 푸껫·끄라비: 휴양과 해변을 즐기고 싶을 때 선택하는 대표 지역입니다.
태국은 6~10월 사이에 우기가 찾아오는데, 특히 9~10월에는 비가 자주 오는 편입니다. 이 시기를 피하면 비가 적고 여행하기 좋지만, 성수기를 벗어난 11월 초나 2~3월을 노리면 날씨와 가격을 함께 잡을 수 있습니다.
베트남 – 여전히 강력한 ‘극강의 가성비’
베트남은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음식이 맛있어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다만 환율과 물가가 변하면서 예전보다 조금씩 비싸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여전히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베트남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쌀국수, 반미, 분짜, 커피 등 먹거리가 다양하고 저렴합니다.
- 북부와 중부, 남부의 분위기가 꽤 달라서 여러 번 가도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 도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노이: 구시가지 골목을 걸으며 커피, 길거리 음식, 호안끼엠 호수 주변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 호치민: 높은 빌딩과 카페, 시장이 어우러진 대도시 분위기이며, 박물관 등 근현대사와 관련된 장소들도 많습니다.
- 다낭·호이안: 해변과 휴양, 야경, 구시가지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 여행지로도 인기입니다.
베트남은 항공권 특가가 자주 나오는 편이라 항공사 프로모션을 잘 활용하면 더욱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 다양한 문화가 섞인 깔끔한 여행지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인, 중국계, 인도계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서, 한 나라에서 여러 나라 분위기를 동시에 맛보는 느낌을 줍니다. 동남아시아 중에서는 도로와 도시 인프라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고, 영어 사용도 편한 편이라 여행하기 수월합니다.
주요 여행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쿠알라룸푸르: 쌍둥이 빌딩(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야경, 대형 쇼핑몰, 각종 음식 거리 등 도시 관광에 적합합니다.
- 페낭: 조지타운 일대의 벽화 거리, 다양한 길거리 음식,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적인 건축물을 볼 수 있습니다.
- 랑카위: 아름다운 해변과 케이블카, 면세 쇼핑으로 유명한 섬입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지하철, 모노레일, 버스 등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 교통비를 아끼면서도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 – 섬과 바다를 즐기고 싶을 때
필리핀은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지역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서,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여행 스타일이 완전히 바뀝니다. 물가는 전반적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유명 휴양지의 리조트나 해양 액티비티는 생각보다 가격이 나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여행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세부: 스노클링, 호핑투어, 휴양을 함께 즐길 수 있고,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한 지역입니다.
-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로 유명하며, 해질 무렵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 팔라완(엘니도·코론 등): 에메랄드빛 바다와 섬 풍경이 인상적이며, 다이빙 포인트도 많습니다.
필리핀은 섬과 섬을 이동할 때 국내선 항공이나 페리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동 시간과 추가 비용을 미리 계산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2. 동아시아 – 가까운 거리와 안정적인 환경
대만 – 야시장과 온천, 도시와 자연을 한 번에
대만은 비행 시간이 짧고, 한국과 문화적으로 비슷한 부분도 많아서 부담 없이 떠나기 좋습니다. 물가는 동남아보다는 조금 높은 편이지만, 일본이나 한국 주요 도시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대만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야시장에서 저렴하고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 지하철과 버스, 고속철도가 잘 되어 있어 교통이 편리합니다.
- 온천, 산, 해변 등 자연 풍경도 고르게 분포해 있습니다.
대표 여행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 타이베이: 야시장(스린, 닝샤 등), 101타워, 국립 고궁 박물관, 온천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중심 도시입니다.
- 지우펀: 산꼭대기 마을에 좁은 골목과 찻집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야경과 골목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특정 애니메이션의 배경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적으로 직접적인 모델은 아니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 타이중: 카페, 예술 거리, 호수와 공원 등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일본 – 시기와 지역을 잘 고르면 가성비 상승
일본은 전반적인 물가가 높은 편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엔화 약세가 이어진 시기를 잘 활용하면 생각보다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또 도쿄 중심부 대신 지방 도시를 선택하면 숙소와 식비에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추천할 만한 지역과 시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오사카·후쿠오카: 한국에서 가깝고, LCC 항공편이 많아 특가를 노리기 좋습니다. 먹거리와 쇼핑, 시내 관광이 모두 가능하며, 지하철 시스템도 잘 되어 있습니다.
- 홋카이도(겨울 성수기 외 기간): 눈 축제가 열리는 겨울에는 항공권과 숙박비가 많이 오르지만, 늦봄이나 초가을에는 비교적 한적하고 비용도 더 합리적입니다.
- 소도시: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를 벗어난 소도시나 지방 도시에서는 숙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조용한 일본의 일상 풍경을 느끼기 좋습니다.
일본은 교통패스(JR 패스, 지역 패스 등)를 적절히 활용하면 이동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패스 종류가 다양하므로 실제 이동 거리와 노선을 따져 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중국 일부 지역 – 볼거리와 규모에서 오는 만족감
중국은 워낙 땅이 넓어 지역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도시 중심부는 예전보다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한국보다 저렴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비자, 결제 방식(모바일 결제 위주)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인 도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상하이: 현대적인 고층 건물과 유럽식 건물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야경, 쇼핑, 카페 등을 즐기기 좋지만, 중국 내에서도 물가가 높은 편에 속합니다.
- 베이징: 자금성, 만리장성, 천안문 광장 등 역사 유적이 풍부합니다. 관광지를 중심으로 돌아다니기에 좋은 도시입니다.
- 칭다오: 맥주 축제, 바닷가, 독일식 건축물이 어우러진 항구 도시입니다.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기 좋습니다.
중국 여행을 계획할 때는 최신 비자 규정과 결제 수단(외국인도 사용 가능한 교통 카드나 앱 결제 등)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4. 가성비를 높이는 실질적인 여행 팁
같은 나라, 같은 도시를 가더라도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체 예산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을 몇 가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 여행 시기 선택: 방학, 연말연시, 긴 연휴는 항공권과 숙소가 비싸지고 사람도 많습니다. 성수기를 피해 비수기나 ‘어깨 시즌’(성수기 직전·직후)을 선택하면 가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항공권 예약: 여러 사이트에서 가격을 비교한 뒤, 일정이 확정되면 너무 늦지 않게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항공권 검색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를 이용하면 날짜별 최저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 숙소 선택: 꼭 호텔만 고집하지 않고,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레지던스 호텔, 현지 숙소 플랫폼 등을 함께 비교하면 예산을 줄이기 좋습니다. 다만 후기를 충분히 읽고, 위치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식비 관리: 여행지에서 계속 비싼 관광지 식당만 이용하면 예산이 빠르게 늘어납니다. 현지인이 많이 찾는 식당이나 시장, 길거리 음식을 적절히 섞어 먹으면 비용도 줄이고 현지의 맛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 교통비 절약: 도시 내에서는 대중교통과 도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좋습니다. 여러 번 탑승할 예정이라면 교통카드나 1일·3일 패스 등 정기권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환전과 결제: 공항보다는 시내 은행이나 환전소가 더 좋은 환율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결제 수수료가 낮은 체크카드나 선불카드를 미리 준비해 두면 불필요한 수수료를 줄일 수 있습니다.
5. 여행 목적에 따라 고르면 더 쉬워지는 일정
마지막으로, 여행 목적에 따라 어울리는 나라를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조합은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지만, 처음 여행지를 선택할 때 참고용으로 유용합니다.
- 휴양·해변 중심: 태국(푸껫, 끄라비), 필리핀(세부, 보라카이, 팔라완), 베트남(다낭, 호이안), 말레이시아(랑카위)
- 음식·미식 탐방: 태국(방콕, 치앙마이), 베트남(하노이, 호치민), 대만(타이베이, 타이중), 일본(오사카, 후쿠오카)
- 문화·역사 중심: 베트남(하노이, 후에), 태국(방콕, 아유타야), 일본(교토, 나라, 히로시마), 중국(베이징, 시안)
- 쇼핑과 도시 관광: 태국(방콕),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대만(타이베이), 일본(도쿄·오사카, 단 예산 조절 필수)
여행지를 고를 때는 예산뿐 아니라, 본인이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몇 시간을 비행기에 타도 괜찮은지, 이동에 얼마나 시간을 쓰고 싶은지 등을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예산이라도 ‘휴양 중심’인지 ‘도시 구경 중심’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가성비 좋은 여행지는 매년 조금씩 바뀝니다. 환율, 항공권 가격, 물가, 새로운 관광지 개발 등 여러 요소가 계속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최근 후기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본인의 여행 스타일에 맞는 도시를 고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게 준비한 여행은 비용 이상의 추억을 남겨 줄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