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조선소를 처음 찾았을 때, 멀리서도 보이던 거대한 크레인과 도크 풍경은 압도적이었습니다. 마치 작은 도시만 한 철 구조물이 느릿느릿 움직이는데, 그 아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선박 한 척을 완성해 간다는 생각을 하니 조선 산업이 얼마나 복합적인 기술과 노하우의 집합체인지 실감이 났습니다. 그중에서도 삼성중공업은 단순히 배를 만드는 회사를 넘어, 해양 에너지와 친환경 기술까지 아우르는 종합 조선해양 기업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조선 사업: 다양한 선박을 만드는 핵심 분야

삼성중공업의 가장 큰 축은 여전히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 사업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철 덩어리지만, 실제로는 고효율·친환경 기술이 촘촘히 녹아 있는 이동식 산업 설비에 가깝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선박들을 건조합니다.

  • 컨테이너선: 세계 최대급 컨테이너선을 포함해, 연료 효율과 적재 효율을 높인 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합니다.
  • LNG 운반선: 액화천연가스를 영하 160도 안팎으로 유지하며 운송하는 고난도 선박으로, 삼성중공업은 화물창 설계, 재액화 시스템 등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유조선: 원유와 석유 제품을 운송하는 선박으로, 국제 안전·환경 규제를 충족하는 설계가 필수입니다.
  • 벌크선: 철광석, 석탄, 곡물 등 대량 화물을 실어 나르는 선박으로, 화물 적재 효율과 운항 경제성이 중요합니다.
  • 특수선: FPSO, 드릴십과 같이 해양 자원 탐사와 생산에 필요한 특수 목적 선박을 포함합니다. 일반 상선보다 설계와 안전 기준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 LNG 추진선: 연료 자체로 LNG를 사용하는 선박으로, 국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엔진, 연료공급 시스템, 저장 탱크의 안정적인 통합이 핵심 기술입니다.

조선소 현장을 보면 같은 철판과 배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종마다 설계 철학과 요구 조건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 다양한 요구를 소화하는 종합 역량이 삼성중공업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양 사업: 바다 위의 거대한 에너지 설비

해양 사업은 심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찾아 생산하고, 저장하고, 보내는 대형 해양 플랜트를 만드는 영역입니다. 겉으로는 구조물 한 덩어리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바다 위에 띄운 정유·가스 처리 공장에 가깝습니다.

  • FPSO: 원유를 생산·저장·하역하는 부유식 설비로, 육상에 고정된 공장을 바다 위로 옮겨 놓은 형태에 가깝습니다.
  • LNG-FPSO: 해상에서 채굴한 가스를 바로 액화해 저장·출하할 수 있는 설비로, 육상 터미널 건설이 어렵거나 경제성이 낮은 지역에서 활용됩니다.
  • 드릴십: 해저를 시추하기 위한 선박 형태의 설비로, 깊은 바다에서도 위치를 정밀하게 유지하며 시추 작업을 수행합니다.
  • 반잠수식 시추선: 일부는 물속에 잠기고 일부는 수면 위에 떠 있는 구조로,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줄여 안정적으로 시추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 해양 플랫폼: 석유·가스를 장기간 생산하기 위한 고정식 또는 부유식 구조물로, 가혹한 해양 환경을 견디도록 설계됩니다.

해양 플랜트는 한 번 바다에 설치되면 수십 년을 버텨야 하기에, 설계·제작·설치 어느 단계에서도 작은 오류 하나를 허용하지 않는 보수적인 엔지니어링 문화가 깊게 자리 잡혀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사업: 설계에서 시공까지 이어지는 토털 서비스

눈에 보이는 철 구조물 뒤에는 방대한 설계와 프로젝트 관리가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의 엔지니어링 사업은 선박과 해양 설비의 설계에서부터 자재 조달, 제작, 설치, 프로젝트 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릅니다.

  • 기본·상세 설계: 선주 요구와 각국의 규정을 반영해 선박과 해양 설비의 구조, 배관, 전기, 안전 시스템 등을 세밀하게 설계합니다.
  • 기자재 조달: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엔진, 펌프, 밸브, 계측 장비 등 핵심 기자재를 적기·적소에 공급합니다.
  • 제작 및 설치: 설계 도면을 현실로 옮기는 단계로, 용접 품질, 도장, 시운전 등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프로젝트 관리: 수천 개의 공정과 수많은 협력사가 얽힌 대형 프로젝트를 일정과 비용, 품질 측면에서 통합 관리합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철을 다루는 업종”이라기보다, 대형 시스템을 통합하는 엔지니어링 회사에 가깝다는 인상이 더 강합니다.

친환경 에너지와 신사업: 바다 위에서 그리는 에너지 전환

최근 몇 년 사이 조선소를 둘러보면, 기존 유조선이나 벌크선 외에 친환경 연료와 재생에너지 관련 설비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삼성중공업 역시 다음과 같은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암모니아·수소 운반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차세대 연료로 주목받는 암모니아와 수소를 대량으로,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선박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해상풍력 터빈을 바다 위에 단단히 고정하기 위한 재킷, 석션 파일 등의 구조물을 설계·제작·설치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LNG 벙커링 선박: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전용 선박으로, 친환경 선박 확산을 위한 인프라 역할을 합니다.

조선소 안에서 이런 설비를 실제로 보게 되면, 전통적인 조선 산업이 단순 운송 수단을 넘어 에너지 전환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점이 보다 실감 나게 다가옵니다.

삼성중공업의 강점: 기술, 품질, 안전, 글로벌 네트워크

삼성중공업이 전 세계 시장에서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이유는 몇 가지 강점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기술력: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축적된 경험과 특허, 자체 개발한 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생산 능력: 대형 도크와 자동화·디지털화를 도입한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선박과 해양 설비를 효율적으로 건조할 수 있습니다.
  • 품질: 국제선급과 선주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엄격한 검사를 거치며, 품질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 체계가 정교하게 운영됩니다.
  • 안전: 조선·해양 산업 특성상 중대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전 교육과 작업 절차를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 네트워크: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주요 에너지·해운 시장에서 다양한 선주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정과 비용 압박 속에서도 품질과 안전 원칙만큼은 쉽게 양보하지 않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라는 말이 많습니다. 이런 문화가 결국 회사의 장기적인 신뢰와 브랜드를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